나라 ‘돈주머니’너무 커
  • 이필우(건국대 교수) ()
  • 승인 1989.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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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기 프랑스의 학자인 보댕(Bodin)은 일찍이 예산을 ‘국가의 神經’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현대국가의 기능수행에 있어 예산과 무관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정부에서 하는 모든 일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돈이 뒤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은 나라살림의 ‘돈주머니’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英國에서는 재무장관이 의회에서 새해 예산안을 설명할 때 가죽으로 만든 돈주머니에 설명자료를 넣고 등단하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 있을 정도다.

 中世때만 하더라도 예산은 군주나 귀족들이 임의로 짜서 마음대로 집행했다. 그러나 부르좌 혁명에 의해 탄생된 근대국가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어야 할 책임을 지게 되었으며, 그 비용은 당연히 국민 각자가 租稅의 형태로 부담하게 되었다. 조세는 사실상 납세자의 피땀의 소산인 개인소득의 일부다. 따라서 조세의 부담액과 사용내역을 국회에서 사전 承認하고 同意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국회가 대신 행사해주는 것이다. 예산심의와 승인 이외에도 예산이 계획대로 옳게 집행되었는가를 확인하는 결산의 승인도 빼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현대국가의 예산기능은 자본주의 발전단계에 따라 변천해 왔다. 초기에는 주로 국방과 치안 위주의 夜警국가적인 소득적기능에 치중함으로써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한 資本축적을 도모코자 하였다. 그러나 자본축적단계가 고도화됨에 따라 국가는 완전고용, 물가안정, 소득의 균등분배 등 다양한 경제정책목표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저축과 租稅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예산의 민간시장에 대한 개입과 간섭은 더욱 확대ㆍ심화되고 있다.

 오늘날 선진제국의 예산구조의 특징을 보면 사회정책적, 福祉的 기능이 유독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세부담도 GNP의 무려 30%에 이르고 있다. 복지국가가 高稅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재원조달은 租稅수입으로도 부족하여 國債발행을 통해 충당되며, 그 결과 GNP의 25~45%라는 엄청난 규모의 赤字재정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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