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수출전망 어두워
  • 이호윤 (한국무역협회조사부장) ()
  • 승인 1989.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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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들어오면서 뚜렷하게 나타난 수출의 장기침체 현상과 투자부진으로 우리 경제는 흑자규모의 적정관리는 고사하고 내년에는 흑자기조 자체가 또다시 무너질지도 모를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경제의 여건을 보면 국제수지(경상수지)가 적정규모의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수출이 상당한 정도 늘어나야 한다. 과거 3년간의 흑자시현에 따른 시장개방과 우리 경제의 급속한 국제화 진전으로 수입은 더 이상 흑자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내년에 수출이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는가 여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수출증가의 마이너스 추세

 우선 최근 우리나라 수출동향의 특징을 살펴보고 수출부진의 근원적 요인을 진다해 본 후 리를 토대로 내년도 수출전망에 대해 언급해 보기로 한다.

 최근 수출동향의 특징으로서는 첫째 수출부진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4분기중 수출증가율은  9.3%를 기록하였으나 2/4분기에 들어와서는 4.5%로 낮아졌고 3/4분기에는 0.5%로 증가율이 대폭 둔화했으며 10월중에도 0.9%의 미미한 증가에 머물고 있다. 특히 11월에 들어와서는 20일 현재 오히려 마이너스 12.3%의 감소추세로 반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는 수출부진의 여파가 비교적 경쟁력이 강한 품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신발, 완구, 인형 등 경공업제품의 수출이 마이너스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3/4분기에 들어와서는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중화학제품의 수출증가율마저 마이너스추세(-0.9%)로 반전하였다. 비교적 경쟁력이 강하다고 자신했던 전기ㆍ전자의 경우도 5.7%로 증가율이 크게 둔화한 후 10월에 들어와서는 드디어 전년동월비 5%의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상반기중의 과격한 노사분규가 거의 진정된 하반기에 들어와서도 계속 마이너스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약화등 구조적 요인이 수출부진의 일차 원인임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최근의 수출부진요인은 그동안의 과도한 원화절상과 고임금의 누적에 따른 수요측면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공급측면에서의 채산성악화로 요약될 수 있다.

 

향후 전망도 어두워

 먼저 수출가격측면에서 우리나라는 86~89년 상반기까지 무려 42%나 상승하여 품질 등 비가격경쟁력면에서 우리보다 월등히 앞선 일본의 36%를 크게 앞질러 해외시장에서 우리상품의 대외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채산성면에 있어서도 89년중 원화표시 수출단가가 1.3%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생산단가는 4.3%포인트 상승될 것으로 예상되어 수출기업의 경상이익률은 지난해의 4.2%에서 금년에는 마이너스 1.4%의 적자시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향후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내년도 수출의 회복여부는 이러한 부진요인이 얼마나 해소될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최근들어 달러강세가 지속되고 우리 원화는 소폭 절하되거나 현수준을 유지하여 원화의 고평가상태가 지속된다면 내년도 수출은 약6%정도의 미미한 증가에 머물러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약 30억달러의 대폭적인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행히 달러화가 약세로 반전되거나 원화의 고평가분이 해소되는 한편 금리인하, 임금안정 등으로 경제여건이 어느 정도 개선된다해도 현재 수출부진의 심도 및 효과에 따른 시차 등을 감안할 때 내년도 무역수지는 겨우 균형에 머물거나 소폭의 적자시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의 재도약을 위해 보다 종합적인 대응전략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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