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지출, 경제력 약화 주원인
  • 이향순 (고려대교수ㆍ경제학) ()
  • 승인 1989.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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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大國의 興亡》폴 케네디 지음/美 랜덤 하우스

李日洙외 옮김/한국경제신문

미국 예일대학의 폴 케네디(Paul Kennedy)교수는 역사학자로서 《强大國의 興亡》(1988)이라는 저서에서 지난5세기(1500~2000)에 걸친 세계사의 흐름을 경제력과 군사력의 함수관계로 파악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즉, 한 나라가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우선 경제성장으로 막강한 경제력을 확보해야 하고, ‘힘에 의한 지배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사비를 지출해야 하는데 과다한 군사비 지출은 마침내 경제력을 약화시켜 강대국의 흥망성쇠가 되풀이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국가가 갖춰야 할 조건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로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로 지속적인 經常收支의 흑자를 견지해야 한다. 셋째로 세계무역을 담당할 수 있는 국제금융센터의 지위를 확립시켜야 한다. 넷째로 지배적인 경제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輸入보다 輸出을 많이 하면 貿易收支의 흑자가 증가하고, 따라서 해외자산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폴 케네디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해외에 축적된 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군사비 지출은 그 나라의 경제력을 약화시켜 드디어 세계경제의 패권을 상실하게 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 논증한다.

 이 책이 출간되자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작금 미국의 경제력이 약화되어 가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1985년, 미국은 1차대전 이후 70여년간 걸쳐 누려온 세계 최대 채권국의 위치에서 탈락하고, 무역수지적자와 재정적자의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그 대신 일본이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등장함으로써 지금 세계경제는 급변하고 있다.

 2차대전 직후 미국이 세계 GNP(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50%였으나, 85년 현재 25%로 감소됐다. 95년에 가면 22%로, 계속 떨어질 것이라 전망된다. 소련의 비율도 75년에 15.5%였으나 85년에는 13.5%로 떨어졌다. 두 나라의 경제력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85년 EC의 비중은 17%, 95년에 가면 20%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된다. 85년 일본의 비율은 10%, 95년에 가면 15%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작금의 상황으로 판단하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95년에 가면 일본의 해외총자산은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 케네디 교수에 따르면, 이렇게 일본이 막강한 경제력을 확보하게 된 까닭은 일본이 기타 선진국에 비해 군사비 지출이 적기 때문이다. 83년 일본은 1백16억달러, 프랑스, 서독, 영국은 2백10~2백40억달러를 각각 지출했지만 미국은 무려 2천3백90억달러를 지출했다. 1인당 기준으로 보면 일본 98달러, 영국 4백39달러, 미국은 1천29달러를 지출한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일본이 연간 5백억달러의 나토회원국 수준의 군사비(GNP의 3~4)를 지출하게 된다면 세계3위의 군사대국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폴 케네디 교수는 아울러 경고하고 있다.

 이 저서의 권말에서 폴 케네디 교수는 21세기의 세계경제는 미국, 소련, 일본, EC, 중국의 5極化時代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과 EC는 대체로 동등한 생산력과 통상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소련과 일본은 대략 비슷한 수준이고 중국은 아직도 크게 뒤떨어져 있으나 성장속도는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미국과 소련, EC에서 일본과 중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88년 현재 1인당 GNP규모를 보면 미국 1만9천8백달러, 일본 2만3천3백만달러, 서독 1만 9천8백달러 그리고 영국은 1만2천달러였으나 일본의 野村綜合硏究所는 95년에 가면 미국 2만9천5백달러, 일본 4만2천1백달러, 서독 3만5천8백달러 그리고 영국은 1만9천3백달러가 되어 일본과 서독의 경제력이 막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서기 2000년에 가면 일본의 GNP규모는 4조5백억달러, 아시아 신흥공업국가들 총계는 7천5백억달러, 중국 8천4백억달러, ASEAN 4천3백억달러 그리고 호주가 2천4백억달러가 되어 아시아ㆍ태평양 경제규모는 6조3천4백억달러로서 EC나 北美에 맞먹는 지역으로 상승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급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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