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작은 멋, 팬시상품
  • 김선엽기자 ()
  • 승인 1989.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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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디자인ㆍ다양한 색상 등으로 학생층에 큰 인기

팬시상품이 학생층 특히 여학생들의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80년대 초 ‘선물의 집’이 우리나라에 팬시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한 당시만 해도 매장에 진열된 물건들은 수입품이 주류를 이뤄 값도 비교적 비싼 편이었다. 그 때문에 팬시상품들은 ‘신기한 것’ ‘갖고 싶은 것’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용’으로만 여겨질 만큼 일상용품으로서 편하게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큰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84년 ‘아트박스’, 85년 ‘팬시가든’ 등의 연쇄점이 생겨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문구류 위주로 생산됐던 상품 영역이 다양하게 넓어지고 여러 업체들이 연속적으로  경쟁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자체 개발상품들이 쏟아져 나온 것. 덕분에 품질도 점점 개선되고 전국적으로 점포망도 확대돼 이젠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문구류 태반을 팬시상품점에서 구입하고 있을 정도다. 또 선물을 마련해야 할 때도 어김없이 팬시상품점으로 몰려간다. 현재 팬시상품으로 굳어지고 있는 분야는 각종 카드류, 문구류를 비롯, 인형ㆍ완구 등의 봉제류, 손톱깎기ㆍ도시락 등 잡화류, 반지ㆍ목걸이 등 액세서리류, 액자 등 목각류, 사탕ㆍ엿 등 식품류 등등. 웬만한 소품들은 거의 갖춰져 있는 셈이다. 가격대는 제일 싼 것 50원에서부터 5만원을 넘는 고가품까지 선택의 폭도 넓은 편.

 업체수도 삼성출판사(아트박스), 바른손팬시(팬시가든), 해태제과(우리들) 등 대형기업만도 10여개에 이른다. 한가지 품목만을 생산해 브랜드를 내고 있는 영세업체까지 합친다면 아마 수천개는 될 거라는 게 업자들의 얘기다.

 현재 업계에서 보는 팬시상품 국내시장의 연간 규모는 약 1천2백억원. 그동안 연간 신장률은 1백%에 달한다. 개별 점포주들도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시상품이 일반물품보다 다소 값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여학생들의 호감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예쁘고 앙증맞은 디자인, 다양한 색깔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환상’ ‘취미’ ‘기호’ ‘장식적인’등과 같은 뜻의 팬시(fancy)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듯이 팬시상품은 “기능 위주로 설계된 1차적 개념의 상품에 멋, 꿈, 사랑, 아름다움 등 생명을 불어넣어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재창조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팬시상품의 이런 특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각 업체에서 내세우고 있는 캐릭터(character)이다.

 

토속적인 캐릭터 개발로 판매 늘어

 팬시산업에서 정의하는 캐릭터란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움과 인간미에 대한 동경을 사랑스럽고 친근하게 시각화한 모든 것”을 뜻하는 말. 이같은 전략에 들어맞아 50년대 미국에서 ‘도널드 덕’ ‘피터팬’ ‘미키마우스’ 등 여러 종류의 캐릭터들이 개발돼 전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팬시업체들도 거의 캐릭터 개발을 통해 판로를 넓혀 가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른손팬시’

 초기에는 ‘스누피’ ‘채플린’ ‘펠릭스’ 등 수입캐릭터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리틀 토미’ ‘태비치로’ ‘부부모이’ ‘러닝타임’ ‘금다래 신머루’등 자체적으로 개발한 캐릭터들이 주종을 이룬다. 등록된 것만도 50여종으로 모든 상품들에 다양한 표정과 동작형태로 부착된다. 특히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금다래 산머루’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바른손팬시’ 마케팅부 朴炳淳대리는 전한다.

 ‘바른손팬시’의 경우 본사에서 연쇄점 ‘팬시가든’을 직접 관리하며 주로 自社브랜드 제품으로 매장을 채우고 있다. 전국적으로 1백여개의 연쇄망을 갖고 있으며 15평 정도의 매장과 3천만원 이상(임대료 제외)의 자본금을 확보한 사람들에게 연쇄점주의 자격을 주고 있다.

 ‘아트박스’와 ‘해태제과’도 각각 ‘베티’ ‘뽀빠이’. ‘가마리 가사리’등의 캐릭터를 수입하고 ‘악동이 악순이’, ‘체커베어’를 자체 개발해 손님들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아트박스’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캐리터보다 그래픽을 중심으로한 디자인에 주력, ‘바른손팬시’와는 다른 분위기의 상품을 만들면서 독특한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캐릭터 상품이 갖는 고객 연령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 5천원 상당의 액자, 지갑, 가방, 휴지통, 스탠드 등이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고 신상품으로 내놓은 프라이팬 모양의 시계(1만4천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두 회사 역시 본사에서 연쇄점을 관리하지만 自社브랜드 제품 소화율은 ‘바른손팬시’보다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연쇄점수는 선발업체인 ‘아트박스’가 1백여개, ‘우리들’이 50개 정도. 연쇄점을 내기 위한 자격은 매장 규모와 자본금 능력면에서 ‘바른손팬시’와 비슷한 수준.

 또 이들처럼 본격적으로 팬시상품 연쇄점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롯데월드 어드벤쳐’에서도 ‘로티’와 ‘로리’를 비롯 10여종의 캐릭터를 개발, 고객유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쳐’는 당분간 공원내에서만 고유 캐릭터 모습을 담은 상품들을 판매할 예정인데 지금까지 만들어낸 팬시상품의 종류는 약 3천종에 이른다. 그동안은 기념품, 장신구, 생활용품, 그림책, 양말, 의류, 문구류, 사탕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앞으로 실내장식품에까지 영역을 확대시켜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지난 7월 이 공원이 개장된 이래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했는데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인형(5천~1만5천원), 액세서리ㆍ풍선(1천원), 바람개비 머리띠(2천원), 은박풍선(5백~1천원) 등등.

 

外國語남용ㆍ 비실용성 등 문제

 그러나 이들 팬시상품들이,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으로 인해 자칫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과 디자인에 치중한 결과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음도 지나칠 수 없다. ‘아트박스’ 기획실의 金承規주임도 “팬시상품의 생명은 디자인이기 때문에 실용적인 기능보다는 디자인 중심으로 제품이 생산된다”고 말한다. 실용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 제품 자체가 투박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디자인 위주로 만든다는 것.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산업디자인쪽의 보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또 같은 종류의 일반상품과 비교해볼 때 아직도 가격이 비싸다. 업자들은 팬시상품의 유행 기간이 짧고 소비자들이 싫증내지 않도록 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모델을 고안해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해명한다. 1년에 1천여종의 새 품목을 개발해내는 데 들이는 비용이 상당하므로 이는 가격에 참작도어야 한다는 주장.

 그밖에, 주요 업체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他社에서 어렵게 개발해낸 모델을 그대로 도용하거나 모방하는 팬시업계의 무질서도 업자들 사이에서 큰 골칫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이 때문에 전문 디자이너들을 고용, 의욕적으로 투자한 회사의 경우 영세업체에서 디자인을 그대로 도용, 싼 값으로 판매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국민소득 증대, 청소년들의 자기공간 확보 추세 등을 들어 팬시산업의 앞날을 낙관하고 있다. 차츰 결점을 보완해나가고 청소년들을 고객층으로 한정시킨 품목을 점차 확대, 폭넓은 연령층을 끌어들인다는 계산이다. 또 팬시업계의 대목인 연말연시가 되면 전반적으로 주춤했던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벌써부터 학교 주변의 팬시점포들이 붐비는 걸 보면, 흥겨운 캐롤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팬시매장은 카드와 선물 등을 고르는 고객들로 또 한바탕 북새통을 이루게 될 것 같다.

 

 

 

“精誠을 파니 장사도 잘돼요”

서울 화양리 ‘팬시가든’ 表基佑씨

 “우리 가게 자리가 아주 좋은 위치죠. 화양리의 중심지라 유동인구가 많아서 장사가 잘 되는 편입니다.”

 이모와 함께 서울 성동구 화양리에서 ‘팬시가든’을 운영하고 있는 表基佑(28)씨는 대뜸 가게 자랑부터 했다. 매장 크기가 실평수로 22평쯤 되니까 상당히 넓은 편인데도 表씨 말마따나 목이 좋아서 그런지 실내는 물건을 고르는 여학생들로 어지럽게 붐볐다. 작년 12월 개장,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째이지만 매출액이 하루 70만원, 한달 순이익이 3백만원 정도니까 안정권에 들어선 것은 물론 성공한 경우로도 꼽을 만한 실적이다. 表씨가 점포를 열면서 들인 총비용은 권리금, 보증금, 인테리어비용, 상품구입비를 모두 합쳐 약 1억5천만원. 여기에 매달 1백만원씩의 월세를 지불하고 있으니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같은 업종의 상점을 경영하시는 이모님 친구의 권유로 손을 댔습니다. 마진율이 약 40%라 잘만 하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겠다 생각했죠. 연쇄점을 선택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시장조사를 했는데 10여군데 돌아다니면서 오가는 고객수까지 세어봤을 정도예요.

 장사에는 전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本社에서 파견나온 판촉 여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진열에서부터 물건 포장, 손님대하기 등등.

 그러나 현재는 상주 종업원 3명, 아르바이트 학생 2명 등 직원 관리까지 하면서 능숙하게 매장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적지 않은 인원이 꼬박 매달려도 손님이 몰리는 주말과 평일 오후 4시~8시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팬시상품 취급점은 손님이 고른 물건을 어떻게 포장해주는냐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더군요. 때문에 1백원짜리 지우개 하나를 사도 정성껏 포장해주죠.” 이외에도 장사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청결한 매장, 수시로 실내 진열을 바꾸어 새로운 느낌을 줄 줄 아는 감각, 경쟁업소보다 10분 먼저 문을 열고 10분 늦게 닫는 부지런함 등을 꼽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계절에 앞서 미리 본사의 새 상품을 확보하고, 구경하고 있는 손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밝힌다.

 “처음 문열고 몇 달간은 슬쩍 물건을 집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배출액의 1% 정도를 손해보곤 했죠. 그 후론 열심히 손님들을 감시(?)해서 예방에 노력하고 있지만 근절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은 값싼 물건일 경우, 봐도 그냥 모르는 체하지요.”

 表씨는 정기적으로 본사가 주최하는 점포 주인들과의 모임에 참석, 정보를 교환함은 물론 하루에도 몇번씩 본사 영업부와 전화를 주고받는 등 ‘앞서나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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