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경우 전체 住宅 가운데 ‘賃貸’가 절반
  • 김용민(강남대ㆍ전주대 부동산학과 강사) ()
  • 승인 1989.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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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임대주택정책이 없었다고 할 만큼 미약했다. 따라서 주택값 상승은 물론 셋값 상승에 무주택 서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보릿고개 대신 ‘집고개’라고 표현될 새로운 고난에 시달리고 있다. 내집 마련의 아득한 꿈보다도 “싼 임대료로 이사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하는 희망을 품는 무주택 서민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의 임대주택정책은 큰 관심거리다.

 일찍부터 세계 여러 나라들은 임대주택 물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 결과로 이미 1970년대 이전에 전체 주택 가운데 임대주택의 비중이 50% 내외에 이른 나라들이 많다. 1980년도를 기준을 할 때 전체 주택 가운데 임대주택이 서독 63%, 네덜란드 60%, 프랑스 55%, 영국 47%, 싱가포르 45%, 일본 41%, 미국 35% 등이다.

 임대주택 공급기관은 크게 나눠 민간업체와 공공단체로 구분된다. 많은 나라들이 처음에는 민간업체 위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다가 점차 국가ㆍ지방자치단체ㆍ정부투자기관 등에 의한 공급 위주로 바뀌어가는 추세를 보였다. 임대주택정책의 역사가 오래된 영국의 경우 1910년도에는 임대주택 가운데 민간보유물량이 90%를 넘었으나 1940년도 말에는 공공보유물량이 민간보유물량보다 더 많아졌고 1970년대 말에 들어서는 오히려 공공보유물량이 전체 임대 주택수의 90%를 넘어서게 되었다. 뒤늦게 임대주택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나라 가운데는 임대주택정책 추진 초창기부터 공공기관 위주의 건설ㆍ공급을 꾀한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는 ‘주택개발청’을 설치하여 분양주택은 물론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이 기관에서 공급해왔다. 물론, 임대주택 공급의 필요성이 높을 때에는 주로 공공기관 위주로 물량을 해결함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때로는 민간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정부는 민간업체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장기저리의 금융, 각종 세금의 감면, 보조금의 지급 등 혜택을 베푼다. 서독처럼 일정한 기업체가 자신의 사원들을 위해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가구당 일정액을 정부가 무이자로 융자해주는 경우도 있다.

 임대료는 대체로 법규를 만들어 일반적인 규제를 하기도 하고, 행정부의 지도에 의해 결정하도록 유도하기도 하며, 정부보조금을 지원하여 책정하기도 하고, 일정한 고시가격을 정해 그만큼만 받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입주자의 소득에 따라 정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와 같은 임대료 책정 방법들 중 하나 혹은 두 방법을 적용한다. 법규에 의한 일반적 규제는 주로 전체 임대주택에 적용할 때도 있지만 특히 민간보유의 임대주택에 적용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규를 통한 일반적 규제는 사실상의 효과가 작고 또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그 선호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영국처럼 ‘주택법’에 의해 서민임대주택의 입주자에게는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나라들도 많다. 행정부가 임대료 산정의 指導를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적정한 선에서 임대료를 정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공적 인정을 받은 임대료평가자(rent officer)가 평가한 임대료 가격을 토대로 결정한 공정임대료(fair rent)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임대료 협의 과정에 중요한 표준이 된다.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지은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평수ㆍ위치에 따라 획일적으로 저렴하게 책정하기도 한다. 또한 입주자들의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정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의 임대료는 사실상 정책가격이기 때문에 시세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 여러 나라들에서 입주자들의 소득에 비례하여 임대료를 정할 경우 그 금액은 대체로 입주자 소득의 5~20% 선에서 결정된다.

 임대주택 물량이 부족할수록 입주자 선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높아진다. 영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입주자 선정방법은 좋은 모델이 되는데 ‘상벌에 의한 추천제’, ‘신청순번제’,‘점수제’가운데 하나를 택해 선정한다. 추전제는공급지역의 덕망있는 전무가들 모임에서 입주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신청순번제는 입주신청을 한 시간적 순위에 의하는 방법이다. 점수제는 입주신청자들 가운데 신청 후 기다린 기간, 현재의 소득, 가족수, 가족구성, 가족의 신체장애 또는 질병의 유무 등을 종합한 점수에 의해 가장 필요한 쪽으로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특히 신청순번제나 점수제는 널리 공개한다.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젊은 세대, 주택소유자, 고소득자, 공급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하지 않은 사람 등은 아예 입주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상 살펴본 대로 많은 나라들이 임대주택의 대량공급으로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도모해오고 있다. 전체 주택수에서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그 가운데 대부분이 공공보유량이어야 한다는 점, 임대주택은 정부의 책임 아래 공급되는 추세라는 점과, 임대료는 소득에 알맞게 부과되고, 입주자 선정에 엄격한 점수제를 택한다는 점등은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반드시 실천돼야 할 주택정책의 목표이다. 이런 일이 실현될 때 비로소 많은 무주택 서민들이 지금 넘지 못하고 있는 ‘집고개’를 무사히 넘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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