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제난 극복이 東歐개혁 판가름
  • 크리스토프 버트람 ()
  • 승인 198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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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과 물가상승 등 정치변혁 위협… 일부국가선 체념과 무관심 확산 조짐

오늘날 동구에서 어떤 일들이 버러지고 있는가. 그 해답은 42년전 서방의 최고 소련문제전문가인 조지 케넌이 한 예언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케넌은 “만약 정치적 도구로서의 黨의 단합과 효율성이 와해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소련은 가장 강력한 국가에서 가장 허약하고 비참한 나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기술한 바 있다.

아직까지 소련 공산당은 어느 정도의 단합과 효율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동구는 케넌의 예언을 실현시켜가고 있다. 공산당의 지도력에 대한 신뢰가 추락되면서 黨은 마치 沙上樓閣처럼 와해돼 버렸다. 처음에는 폴란드에서, 그다음 헝가리, 이제 동독과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그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 북한에서도 이와 유사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집권자에 대한 공포 사라지다

동구에서 공산당에 대한 신뢰가 추락된 것은 본질적으로 두가지 사태발전에 기인한다. 즉 이들 국가의 경제적 쇠퇴와 국민들 사이에서 공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0년간 동구국가의 국민들은 소련과 그들의 공산당 통치자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통치자에 대한 두려움은 서서히 사라졌으며 특히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그러한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新思考로 개혁의 고삐를 조인 이후 소련에 대한 공포도 사라졌고 크렘린당국은 사회주의 각국에 내정문제를 자유롭게 다룰 것을 권고했다.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하게 된 동구 공산당들은 점차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카다르 정권의 헝가리 공산당이 소비물자 생산을 늘림으로써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듯이 공산당이 만약 시민들에게 경제적 자신감을 제공할 수 있었더라면 공산당은 여전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물자 생산에 의해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헝가리식 공산주의도 여력을 잃고 말았다. 이제 黨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동구국가들은, 나라마다 차이는 있으나, 경제적으로 낙후되어가고 있다. 국민들의 오랜 염원인 서방으로의 개방은 경제적으로 불가피해진 것이다.

공산당이 쇠퇴하면서 개혁세력들은 이미 집권했거나 집권하려 하고 있다. 이제 궁금한 것은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치적 개혁은 완수될 것인가? 경제적 신뢰는 회복될 것인가? 또 소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적 개혁은 놀라운 속도로 진전되고 잇다. 폴란드에서는 자유선거가 실시되었으며 헝가리는 준비중에 있고 동독은 현재 계획하고 있다.

동베를린과 프라하의 공산주의자들은 돌발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여전히 양동 작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결국 민주화 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올 겨울 수백만이 고통받을 것

한편으로 경제개혁은 훨씬 어려운 문제이다. 훌륭한 개혁의지와 전폭적인 서방의 지원이 잇다 해도 동구의 경제가 회복되려면 몇년이 아니랄 수십년간의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장구한 기간동안 동구의 경제담당자들은 자본형성을 가로막아 왔고, 노동자들의 능률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경제의 하부구조는 붕괴되고 환경은 파괴되었다.

그러나 급진적인 방법들은 불가피하게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바로 이번 겨울에도 수백만명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 것이다. 또 실업과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고통받을 것이다. 상황이 호전될 수 있기도 전에 사태는 훨씬 악화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치적 개혁의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한때 자유를 향한 행진에 참여했던 동구국민들 사이에 벌써 체념과 정치적 무관심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폴란드의 노조지도자 레흐 바웬사는 공공연히 내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동독에 잇어서 수많은 동독인들의 엑소더스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다른 동구국가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 현상이 일어날지라도 그대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동독은 젊은이들 대부분이 그저 짐을 꾸려 떠나버리기만 해도 국가 전체가 맥을 못출 수 있다.

소련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지금 당장 소련인들은 그다지 우려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당장 해결해야 할 국내문제만으로도 쫓기는 입장이다. 그들은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지속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각국들이 현 국경선을 유지하는등의 냉정함과 국제협약 준수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헝가리가 중립화되고, 동독의 활기찬 노동력이 고갈되거나 심각한 식량난, 폭동이 그들의 전통적인 ‘영향권’의 근저를 뒤흔들어 놓는 사태가 일어나도 모스크바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이들 변화가 극적이고 평화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유럽을 위협하고 있는 문제는 이 변화가 지속될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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