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예측 믿을 수 있나?
  • 이룡범(경제평론가) ()
  • 승인 198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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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모방 아닌 통찰력있는 분석 아쉬워

연말官街에 경제예측의 정확성 여부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0월6일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재무위의 야당의원들은 정부가 올해 가진자의 상속세를 당초 계획의 72%밖에 징수하지 못한 반면 서민들을 상대로 한 근로소득세는 계획보다 30%나 초과징수한 점을 따졌다. 도 지난해 세법개정 때 정부는 2초7천억원의 ?收결함이 생길 것으로 주장했음에도 결과적으로 ?收가 30%나 초과징수된 점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서영택 국세청장은 경제가 생각보다 고도성장을 이룩했고 그에 따라 ?收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는데 야당의원들은 그렇게 예측능력이 없을 바에야 무엇하러 고급인력들을 앉게 했느냐고 힐책, 국세청장의 말문을 막았다. 정책당국의 예측능력 부족이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가능한 한 올바르게 예측하는 것은 정부나 기업은 물론 각 개인들의 利害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예측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또는 국정감사 등과 관련해서 예측능력에 관한 논란이 증폭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사회적 관심이 법적 · 도덕적 비리의 폭로뿐만 아니라 정책수립과 집행이 적절한지, 또는 개인이 지는 부담과 누리는 혜택이 공평한가의 문제 등 보다 근본적이 데까지 심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과거 국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예산안 등이 불과 몇분만에 통과돼버리던 시절에는 국민들이 국회기능 그 자체의 회복을 절실히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손으로 뽑은 의원들로 국회가 구성되고 나서는 자신이 내는 세금이 적정한 수준인지, 정부가 이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 하는 데까지 관심이 확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같은 시각에서 보면 정책입안에서 기업의 사업활동, 개인생활에 이르기까지의 경제예측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예측과 실적 크게 차이나

따라서 여러 갈래로 발표되는 경제예측들이 과연 나침반 역항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정부와 국내 경제기관들의 예측과 사후의 실적치를 비교해보면 양자간에 너무나 큰 괴리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수천 수만의 기업과 개인이 참가해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의 미래치를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수치 자체의 정확성보다도 경기국면의 변화를 개략적이나마 읽어내고 있느냐 하는 점인데 대부분의 예측이 이미 실패하고 있다. 지난 85년을 바닥으로 86년부터 3低호황에 접어들면서 경기확대가 가속되었음에도 경제성장률에 관한 86년 예측은 물론 87년 · 88년 예측도 계속 8~9%에 머물고 있었다. 한편 경기가 후퇴국면에 들어선 89년에도 예년과 비슷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였던 바 있다.

지난 몇 년간의 예측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점은 예측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평균치 주변에 얽매임으로써 오히려 예측의 오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85년의 실제성장률이 5.4%로 낮았으나 86년 12.9%로 높아졌으면 당연히 경기확대추세가 88년까지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 깊은 검토가 있어야 했으나 예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8% 내외의 성장예측을 3년간이나 계속해왔다. 이는 우리 경제의 평균성장률이 7%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미래의 확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치 주변에 예측치를 집중시켜 그 오류를 줄여보려 했던 것으로도 풀이되는데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경기변도의 진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85년 5% 수준의 성장에서 86년 이후 3년간 12% 이상의 성장을 지속한 뒤 금년에는 다시 6%대의 성장으로 변덕스런 진폭을 보이는 우리 경제의 경우 평균치 주변의 예측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실상을 오도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는 경쟁이 대단히 치열한 수출시장에의 의존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큰 것이다. 따라서 수출 품목은 수요기반이 불안정하고, 가격이나 소득변화에 매우 민감하며, 거기에 기업의 차입금의존도가 높아 투자증감의 진폭이 크기  때문에 이런 구조적 측면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외형적인 경제지표의 움직임만으로 경제예측을 하려들 때에 발생하는 문제는 심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외국기관도 헛짚기 일쑤

한편 경제예측의 주체가 어디냐에 다라 그 나타나는 결과에 있어서도 약간의 다른 특징을 보인다. 정부나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예측은 실제의 경기변화에 관계없이 어떤 적정수준을 예측치로 제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정부는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 경기를 조정할 수 있으므로 이런 예측에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경직된 예측은 올해처럼 경기후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엄청난 ?計잉여금을 발생시킨다거나 경기침체 이후에도 오랜 동안 긴축정책을 지속시키는 과오를 저지르게 할 우려가 있다.

민간예측기관의 경우도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예측을 뒤쫓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정부보다는 현실변화에 대처하여 신속히 이를 조정해내고 있다. 그러나 그 실적은 역시 빈약하다. 가령 85년에는 전년비 총고정자본형성의 실질증가율은 4.7% 증가에 불과했었지만 3저호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87년에 17.4%나 증가했다. 국내기업들의 투자는 너무 큰 진폭을 보이고 있는데 이의 원인이 잘못된 장래예측에서 온 과잉반응 때문은 아닌지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예측의 오류는 국내예측기관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신뢰하여 자주 인용하고 있는 미국의 5大예측기관 즉 위튼, 체이스, DRI, BOA, UCLA 등의 경제 예측기관들도 80년 이후의 심각한 장기불황과 83년 이후의 80개월이 넘는 장기호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이들 예측기관들은 각종 상술을 동원, 미국 내외의 기업들에게 연간 수만달러의 회비를 받고 예측치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계속 빗나감에 따라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최근 크게 질타를 당하고 예측책임자들을 빈번히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로 외국 유명 예측기관의 한국경제에 대한 예측을 보면 이것 역시 크게 어긋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관심은 부차적일 수밖에 없고 현장에 있는 예측기관보다 경기에 대한 파악 등에서 늦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은 외국 예측기관들이 보다 앞선 방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용하는 數式모델에 의한 예측은 국내기관도 이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뢰도가 현지에서도 크게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밖에 경기예측 방법으로 경기가 좋아질 때 경기흐름에 앞서서 상승을 보이는 지표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법, 기업가나 경제전문가 또는 일반인들의 장래에 대한 예상을 설문조사하여 예측하는 방법들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같은 방법들은 오래 전에 고안되어 대공황 이전인 20년대까지 큰 인기를 모았으나 대공황에 임박해서도 계속 장미빛 전망을 내는 바람에 역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된 바 있었다.

 

구조적 변화 읽는 눈 필요

이와같이 예측의 방법 자체도 확고부동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훌륭한 예측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미국경제의 격변기라고 할 수 있는 지나70년대 이후 미국의 금융시장도 큰 파동에 휩싸였다. 금리예측의 代父로 불리는 H · 카우프만씨는 이같은 변화의 와중에서 74년부터 시작된 금리의 하락추세, 77년의 금리상승 전환, 그리고 81년 이후의 금리하락을 정확히 예측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예측이 과학이 아니고 일종의 예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의 흐름을 과거와 비교하여 그 유사성만 가지고 예측하는 것은 점점 더 무의미해지고 각종 제도적 변화 등 경제구조가 기본적으로 과거와 달라지는 점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예측의 요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지난 85년 가을 이후 급속한 엔화의 절상으로 일본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이런 엔화절상에도 불구하고 일본경제가 내수중심의 장기호황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한 일본경제연구센터 회장 가나모리 시사오(金森久雄)씨도 일본에서는 경제예측의 대부로 불린다. 가나모리씨는 일찍이 일본경제기획청에서 관리로 출발하여 일본경제 분석에 종사하면서 높은 안목을 갖게 되었는데 역시 정교한 분석과 통찰력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외국의 모델을 복사하여 적당히 계수를 추정, 예측의 수치를 제시하는 정책당국이나 국내 예측기관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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