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중독성 건망증은 뇌손상 적신호
  • 류재영(한림대의대교수 · 내과) ()
  • 승인 198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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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갈 무렵 많은 사람들은 싫건 좋건 술을 가까이할 기회를 자주 가지게 된다. 술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알콜의 직접적인 약리작용에 의해서 또는 생체가 계속적으로 다량의 알콜에 노출됨으로써 발생한다. 알콜은 생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되고 代射되는데 약 10%는 신장이나 폐를 통하여 배설되고 90%는 간에서 대사된다.

체중이 70㎏인 성인은 약 9g의 알콜을 간에서 대사할 수 있는데, 이에 관여하는 주 효소에는 여러가지 아형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동양인이나 아메리카인디안이 많이 가지고 있는 아형은 알콜을 빨리 분해시키지만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이들의 약 80%에서 몸에 특징적인 홍조가 나타난다.

술을 먹으면 흥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술은 자극제로 오인되기 쉬우나 신경약리학적이 관점에서 보면 주로 억압작용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대뇌피질에 있는 억압조절중추를 마비시켜 평소에 잠재해 있던 과격한 말, 행동 등으로 나타나도록 한다. 또한 알콜은 단계적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데, 고도로 분화된 대뇌피질에서부터 점차 아래로 내려가 뇌간까지 마비시켜 술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알콜중독은 신체와 정신을 함게 파괴

술에 대한 반응은 개인적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 이는 생리학적 · 행동적 내성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알콜에 중독되지 않은 음주자의 경우 음주 시작 후 처음에는 긴장이 해소되고 사교적으로 되는데 혈중농도가 1백㎎/㎗ 이상이 되면 자만감, 판단장애 및 운동부족에 빠지게 되며 이 혈중농도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된다. 1백25~1백50㎎/㎗ 정도가 되면 내재적인 성격 차이에 따라 행동의 변화가 일어난다. 즉 더욱 흥겹고 사교적으로 되거나 또는 공격적, 파괴적으로 되기도 하지만 2백~2백50㎎/㎗ 정도가 되면 감각마비가 오기 시작하고 그 혈중농도 이상이 되면 하위 중추신경의 마비로 즉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가 된다.

반면 알콜중독자에게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려면 혈중 알콜농도가 정상인보다 1백㎎/㎗ 이상이 높아야 한다. 알콜중독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영향, 정신질환적 요소 등이 있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영향이다. 음주를 계속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음주로 쾌락을 얻거나 통증 경감을 느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상을 바라고 반복적인 음주를 하게 되는데 이때는 환자가 알콜을 갈망하는 정신적 의존상태가 된다. 그 다음에는 알콜을 더욱 많이 섭취하여야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내성이 생기는데 이는 간 효소의 효율성이 높아지며, 중추신경계의세포내 대사작용의 변화 및 알콜의 영향 아래서 알맞는 행동을 취하는 요령을 얻기 때문이다.

알콜을 중단하였을 때는 결국 신체적 의존상태에 도달하게 되는데 일는 알콜의 정신적 효과들을 경험하기 위해 또는 알콜섭취 중단으로 오는 불쾌감을 피하기 위해 주기적 · 지속적으로 알콜섭취를 해야 하는 禁斷증상을 일으키게 되며 결국 알콜섭취를 중단할 수 없는 중독자가 되게 한다. 알콜중독의 초기 증세로는 다량의 알콜을 섭취할 때 나타나는 일시적인 건망증이 있는데 대개 수시간 혹은 하루 정도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알콜의 대뇌 마취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뇌손상의 전단계이다.

술과 건강을 논할 때  배놓을 수 없는 것은 간장과의 관계이다. 알콜과 지방간, 알콜성 간염 및 간경변의 밀접한 관계는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술의 종류나 마시는 방법(간헐적 혹은 매일)에는 차이가 없고 하루에 마시는 양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알콜을 하루에 40~80g(2홉들이 소주 0.8~1.6병)을 10~15년 섭취하면 간경변증의 확률이 높다. 또 더 많은 양을 하루에 섭취하면 그 기간이 짧아진다. 여자는 남자보다 술의 독성에 약하기 때문에 보다 적은 양으로도 간경변증이 발생하나 전체 환자수는 남자가 12배 정도 더 많다. 그러나 이러한 양을 섭취한 모든 사람에게서 간경변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유전적 요인, 영양학적 및 환경의 차이 때문에 10~20%에서만 발생한다.

알콜은 간 이외에 다른 많은 장기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 중 중요한 것들은 식도암, 두부 및 경부의 암, 위염, 췌장염, 빈혈, 백혈구나 혈소판 감소증, 심근질환, 부정맥, 뇌 위출, 말초신경염, 남성 성기능장애, 태아 성장장애 및 여러가지 대사장애이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들은 과도한 음주습관에 유전적 요소와 영양상태 등이 결부된 것들이며, 한편 알콜의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적당한 음주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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