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증권사의 전망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8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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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증시, 안정상승 흐름 탄다

노사분규 정국 향방이 복병…자본자유화 앞두고 질적 발전 모색할 듯

지난 12일 상공회의소는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李O成 재무장관이 초고단위의 증시부양책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밤사이 파다하게 전해져 언론사는 물론 증권관계기관, 일반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정말‘12?12조치’의 강도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는 일본에서 동경올림픽을 전후해 주가대폭락 사태가 발생했을 때 발동된 조치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가장 강력한 조치였다.

지난 11일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할 때까지만 해도 연말과 내년전망치를 아주낮게 잡던 증권사의 경제연구소들은 일제히 주가지수를 상향조정하고 내년도 증시장세를 다소 낙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大宇?東西?럭키?大信?雙龍 등 5대증권사(지난 상반기 약정고 기준)는 내년의 정치 및 경제상황이 불투명, 크게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증시상황을 전망한다. 현재까지는 주가에 크게 영향을 끼칠 변수들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이 5대증권사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내년도 증시는 자본자유화를 앞두고 활기있는 구조조정기를 맞게 될 것으로 인식이 모아지고 있다.

증시를 뒷받침할 경제여건은 노사분규의 재현 등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생산성 향상업체 지원과 산업평화 정착 분위기의 확산으로 회보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환율인상과 추가 금리인하조치 등 경제계의 요구가 대폭 수용되면 수출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투자가 활성화되는 등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지난 3년간의 경우처럼 연평균 77%와 같은 높은 주가상승률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경제상황이 예측대로 순조롭게 돌아간다면 안정속에 상승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감속성장세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대우증권의 金서鎭이사는 “내년의 정치?경제상황을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어 지나치게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진단한다. 대신경제연구소의 趙龍伯 부장도 내년증시의 향방은 경기의 회복 여부, 노사분규의 강도, 5공청산 등 정치적 안정에서 가름될 것이라고 밝힌다. 이런 중요한 변수들이 순조롭게 전개될 경우 증시도 질적 발전과 양적 성장을 모두 기할 수 잇다는 풀이이다. 또 90년 주식시장은 올해 침체장을 가속화시켰던 물량압박이 말끔이 해소돼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이밖에도 자본자유화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증권사의 행태와 주가수주느이 변화가 예상되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수익률 둔화로 증시 주변여건은 좋은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이같은 제반 증시여건을 반영, 5대증권사들은 종합주가지수를 작게는 9백선에서 최대 1천3백포인트로 전망하고 있다. 동서근권이 제일 비관적으로 보아 9백에서 1천1백포인트선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반면 쌍용투자증권은 최고치를 1천3백40선으로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외에 럭키?대신?대우 등 세 증권사는 1천1백에서 1천3백포인트선을 점치고 있다. 쌍용 경제연구소의 金圭泳 증권실장은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으나 내년의 경제상황과 정국을 가장 낙관적으로 본 시나리오에 의하면 1천3백포인트 이상도 가능한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힌다.

5대증권사는 다같이 증시재료 중 호재로서 환율인상 등으로 인한 경기회복, 외국인 직접투자 허용 임박 등 자본자유화에 대한 기대감, 토지공개념, 지방자치제 실시, 남북긴장 완화, 신규기관투자가 증시개입 등을 들었다. 반면 주가상승에 부담을 주는 악재로는 금융실명제로 인한 자금이탈, 노사분규, 정국불안, 간헐적 통화환수에 따른 시중자금사정 경색 등을 꼽았다. 악재로 가장 부각되는 것은 노사분규인데 이 문제의 향방에 따라 경기상황이라는 변수가 호재 또는 악재로 분류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주식시장은 호?악재가 팽팽히 맞서 있으나 수출회복, 수급불균형 개선 등에 증권사들이 좀더 낙점을 주어 주가가 힘을 되찾아나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주가상승이 미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오를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럭키증권의 劉漢成 조사분석부장의 견해도 이와 비슷하다. 주가는 바닥권에서 서서히 올라오고 있으며 경기부양책 효과가 나타날 내년 하반기가 되면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부동산으로 돌던 뭉칫돈들이 자본시장으로 환류돼 돌발적 악재가 튀어나오지 않는 한 주가상승이 정상궤도를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

분기별로는 통화채만 8조원 가까이 돌아오고 5공청산 등 정치적 문제가 시끄러울 1?4분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5대증권사 모두 보고 있으며 역시 시중유동성이 가장 풍부하고 경제의 선순화이 예상되는 4?4분기 장세를 가장 좋게 보았다.

5대증권사들의 내년도 전망은 증권사마다 소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내년장세를, 대폭상승은 어렵지만 강보합세 이상의 안정적 상승으로 점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동서증권 洪o基 사장 인터뷰
“증시를 투기장으로 보는 시각 사라져야”

중앙은행 발권력마저 동원한 초고단위 증시부양책 (12?12조치)이 발표된 다음날 본지 張榮熙기자가 동서증권 洪o基 사장을 만나 최근의 증시 동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올 상반기 약정고 7조원, 시장점유율 9%로 랭킹 2위인 동서증권을 이끌고 있는 洪 사장은 재무부 증권보험국장, 동양증권(현 대우증권 사장,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장 등 정?재계를 두루 거친 증권통이다.

● 통화가치안정의 최후 보루인 중앙은행을 증시부양의 수단으로 동원한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하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조치는 적절했고 획기적이었다고 판단됩니다. 그동안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해준 조치였기 때문이죠. 물론 이런 고단위 처방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사상태에 빠진 증시를 치료하기 위해선 불가피했다고 봅니다. 물론 가급적 투약을 하지 않는 게 소망스럽지만 이미 중환자인 증시가 찔끔찔끔 투여된 약(특별담보대출)이 되풀이되는 것만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증시는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입니까.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가는 자생력의 의미와 증시의 자생력과는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올해 투자심리에 영향을 끼쳤던 여러 가지 요소중에는 수급, 시가할인율 등 증시의 내적 요인도 있지만 그보다는 급속도로 어려워진 경제상황이나 정치적 불안정성들이 오히려 크게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증시는 정치?경제 등 현 상황을 크게 증폭시켜 받아들이는 속성을 갖고 있어 올해 더욱 침체상을 면치 못했습니다. 또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잠재요소까지 반영되는 선행성을 갖다보니 장세는 들쭉날쭉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자생력을 키우는 과제는 증권관계기관이나 투자자 모두 깊이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 증시안정을 위해 가장 긴요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자금운용 형태면에서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부터 나열하자면 첫째가 과소비이고 다음이 부동산투기입니다. 과소비는 어렵게 벌어들인 부를 그냥 없애버리는 것이고 부동산투기는 ‘망국의 병’이라 불릴 정도로 사회적 해악을 끼칩니다. 이에 비해 증권은 산업자금 조달과 건전한 이재수단이라는 대의명분이 뚜렷하지 않습니까. 빚을 내서 하는 것은 문제지만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권장해야 합니다. 따라서 ‘財테크’하면 부동산과 증권을 뭉뚱그려 투기로 보는 斜視的 인식부터 교정되어야 마땅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증시는 일부 그런 요소를 갖고 있지만 ‘복회는 피가 조금 섞여 있으면 감칠맛이 더하지만 너무 많으면 비위가 상한다’는 비유를 곁들이고 싶습니다. 이처럼 투자가들도 무조건 남는다는 일확천금의 투기심리와 함께 무조건 손해본다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침체장세는 적잖은 교훈을 주었다고 할까요. 이런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당국과 증권사가 더욱 노력한다면 증시 안정기조는 뿌리를 내릴 것으로 봅니다.

● 3년연속 호황으로 증권사들이 이익을 많이낸 반면에 기관투자가로서의 공익적 기능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높은데요. 누구보다도 ‘단타거래’를 많이 하고 약정고를 올리기 위한 영업형태를 보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반투자자들에게만 손해를 보게 했다는 불만이 있습니다만.

그나마 증권사, 투자신탁 등 기관투자가들이 상품형태로 주식을 사모아 장기침체장세를 받쳐왔습니다. 물론 노도와 같은 ‘팔자’심리를 가라앉히는 데는 역부적이었지만 증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에는 그런 일을 할래야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많이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내년 증시를 어떻게 보십니까.

증시는 ‘홀로 서기’자세가 아닙니다. 정치?경제상황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죠. 아니 가속도가 붙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빨리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환율 및 금리인하, 정치상황 등 급변할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지극히 불투명합니다. 올해의 경험(지난해 각 증권사들의 증시전망이 크게 벗어난 것을 의식한 듯)에 비춰볼 때 전망은 더 여렵습니다. 그러나 경제상황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고 있으며 정국안정이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어는 정도의 합의는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은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말은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노사분규가 진정되고 국민 모두의 욕구자제와 부동산투기가 근절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죠. 내년은 큰 폭의 상승률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회복국면으로 가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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