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大妥協’결실 미지수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8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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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斗煥·鄭鎬溶·崔圭夏씨 동시 반발…5공청산 연내종결 어려울 듯

생방송인가, 녹화인가. 12·15 ‘대타협’의 여울에 이른 연말 ‘청산 정국’이 全斗煥씨의 국회증언 방식이라는 암초를 만나 돌연 급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장장 2년여의 시간을 거친 끝에 다다른 여야의 ‘타협정국’은 全씨 증언의 텔레비전 중계방식 등 몇가지 현안으로 인해 자칫 여야합의를 無爲로 돌릴 수도 있는 위기 속에 빠져들고 있다. 정작 청산의 장본인 될 百潭寺·鄭鎬溶·崔圭夏 세 캠프 모두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내 청산은 고사하고 최악의 경우 청산 자체가 무산되고 결국은 90년대로 넘어가고 말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은 물론 全씨 증언문제, 이는 12·15 ‘대타협’ 이후에 나온 지엽적 암초로 볼 수도 있지만 상황의 전개여부에 따라서는 영수회담 결과를 좌초시킬 수 있는 잠복성 현안이 되고 있다.

 

텔레비전 생중계 고집하는 백담사측

 청와대회담에서의 전씨 증언 합의는 각 언론사에서 그동안 실시했던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 국민 대다수가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한 공개증언을 바란다는 사실과도 상당히 어긋나는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9.3%가 두 전직 대통령의 국회증언은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한 공개증언이 돼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1盧3金은 아무도 全斗煥씨의 공개적인 국회증언을 바라지 않지만 정작 증언 당사자인 全씨는 “증언을 한다면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한 공개증언이 좋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게 문제점이다.

 百潭寺캠프의 閔正基비서관은 청와대 영수회담이 열린 다음날 백담사를 방문한 李亮雨변호사(全씨의 법정대리인)에 이어 백담사를 다녀온 후 이같은 全씨의 입장을 전했다. 閔비서관의 이 발언은 全씨의 국회증언과 관련, 백담사측이 15일의 영수회담 결과에 대해 지극히 실망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우리로서는 가장 원칙적인 희망이 국회의 증언대에 서지 않는 일이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고 전직 대통령이 국회증언에 나서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는 국회가 증언대에 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전직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켜 증언을 하라고 하는 까닭이 지나간 일에 대한 정확한 실체를 알고자 하는 데에 있다면 이는 마땅히 생중계에 의한 공개증언이 돼야지 어째서 녹화에 의한 간접증언 방식을 택하는가, 이는 분명 여야 지도자들이 중대한 실책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전씨가 원한다면 생중계 당연”

 閔비서관의 이런 말에서도 현재 백담사 캠프가 가지고 있는 심증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생중계’를 말해왔으면서도 全씨가 국회 증언대에 서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뜻이다.

 18일 민주당의 확대당직자회의에서 李基澤총무는 “全씨 증언과 관련, 영수회담 때 민주당이 당초 여야중진회담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기로 한 것은 盧대통령이 ‘全전대통령의 말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인데 현재 백담사측이 계속해서 텔레비전 생중계를 주장하고 있고 우리의 원래 당론도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한 공개증언이었으니 전씨 국회증언은 당연히 생중계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李총무의 이같은 발언에 金命潤고문과 金相賢부총재 역시 적극 찬동하고 나섬으로써 全씨 증언의 방법을 둘러싼 이견이 정치권의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화당의 崔珏圭사무총장과 金鎔采총무도 “여권에서 생중계로 입장을 재조정해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신축적인 입장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여권의 바람과는 별개로 崔·全 두전직 대통령의 증언이 과연 연내에 끝날 수 있을지 매우 불확실하게 됐다.

 광주특위 간사인 민정당의 李敏燮의원은 18일 “全씨 국회증언 이후의 보충질의는 서면질의에 의한 서면답변 형식으로 하되 그 시기는 여러 절차상의 이유로 인해 내년으로 넘겨질 수 도 있다”고 말해 연내 증언종료가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12·15회담 이후 마련된 全씨 증언의 기본 골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뒷마무리가 깨끗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여권내, 구체적으로 청와대와 백담사 사이의 이견이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全씨가 그동안 줄곧 “여야가 완전 합의를 해온다면 어떤 형식의 증언도 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그 말은 여야의 완전합의가 힘들다는 것을 염두에 둔 ‘빈 말’에 불과한 것이었다. 영수회담의 결과가 나온 날 全씨의 한 핵심측근이 “그동안 무조건 증언하겠다고 말한 것이 결과적으로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 됐다”고 낭패의 심정을 토로한 것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한 공개증언을 하겠다”고 적극 나선 것도 결국 정치권을 향한 ‘압력용’이었다. 또한 백담사캠프로서는 全씨가 ‘還俗’할 때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全씨를 위하여 對국민적인 명분을 만들어줄 필요성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증언절충 과정에서 연희동 ‘환속’ 요구할 듯

 그렇다면 이러한 백담사측의 의도가 완전히 빗나간 현재도 계속 全씨가 텔레비전 생중계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첫째는 청와대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다. 14일 洪性澈청와대비서실장과 민정당의 李漢東총무가 백담사를 방문했을 때도 全씨는 종전의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洪실장과 李총무는 증언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증언 이후의 ‘보장’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全씨는 합의결과가 자신의 생각과는 틀리고 더구나 증언 이후에 자신의 신변을 어떻게 보장하겠다는 구체적 표현을 영수회담 합의문에 명확하게 밝혀놓지 않은 것에 대한 ‘유감’을 상당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全씨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그가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된 ‘보통사람’으로서 서울에 되돌아오기를. 그것도 연희동 옛집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은 명백하다. 全씨로서는 이같은 희망사항을 정치권에서 확실하게 보장해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증언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 대해 절충하는 과정에서 全씨는 이에 대한 확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 두 번째는 이번 증언이 정말로 마무리 차원의 증언이 될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다. 백담사측의 기본적인 시각은 어떠한 증언도 결국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시발점이 될 뿐, 완전한 마무리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증언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합의사항에 따라 정치권의 주문에만 충실하게 되면, 즉 알맹이 없는 ‘맹물’증언을 하게 되면 그것 자체가 새로운 문제의 출발이고 국민적인 공감도 못얻는 결과가 되리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보충질문과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돌변상황이 있을지 모르므로 보충질문만은 피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기도 하다. 그 결과 나타나는 피해는 또 한번 全씨에게 돌아갈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崔圭夏씨의 국회증언에 대한 문제는 여야중진회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떠넘겨짐으로써 사실상 어떠한 형태의 증언도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全씨 증언 하나도 연내에 끝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중진회담을 열고 그 구체적인 절차를 협의하고 崔씨측과의 최종적인 절충을 거쳐 질의서를 작성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崔씨의 증언에 대해서는 서면질의에 서면답변이라는 형식으로 대폭 양보가 이루어졌짐반 빠른 시일내에 서면증언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고 여전히 남는 의문점에 대해 다시 보충질문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끝낼 것인지에 대한 합의도 마련돼 있지 않다.

 

崔전대통령 “서면증언도 문제”

 崔씨의 일방적인 ‘발표’로만 증언을 끝내는 경우 국민에게는 의혹만 더 심어줄 수 있을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차라리 증언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는 여야 정치권의 ‘묵계’가 있을 수도 있다.

 더구나 15일 영수회담의 결과가 나온 후 崔씨는 “서면증언에는 문제가 있다”고 증언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崔씨는 자신의 증언이 구체적 사안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통치권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全씨의 증언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崔씨측의 주장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통치권적 차원에서의 對국민 성명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崔씨가 한사코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80년의 상황에서 자신이 일종의 피해자였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당시의 피해자인 자신이 증언으로 인해 또 한번의 ‘피해’를 볼 수는 없다는 의중으로 해석할 수 있다.

 

鄭의원, 또 중대결심 할지도

 그동안 세차례의 盧·鄭면담이 이루어졌으면서도 아직 두사람 중 어느 한쪽은 상대방의 의중을 깨닫고 있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鄭鎬溶의원을 전담하고 있는 李春九사무총장은 이번주 안으로 또다시 鄭의원을 만나 공직사퇴에 따른 모양갖추기를 해야 할 입장이나 鄭의원이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심한 배반감을 보이고 있어 만나는 일조차 힘든 실정이다.

 鄭의원의 반발은 결국 “盧대통령에게 일임하겠다”는 의사 표명이 ‘공직사퇴를 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대통령이 알아서 자신의 공직사퇴를 막아달라’는 믿음을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공직사퇴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광주문제와는 무관한 명예퇴진이 되리라 기대했던 그로서는 막상 뚜껑이 열리고 보니 李熺性 전 계엄사령관(현 주택공사이사장)과의 동반사퇴로 결론났다는 점에서, 그것도 李源祚의원에게 확실한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한 ‘代替材’ 의미가 강하다는 점에서 심한 반발을 하고 있다.

 즉 李熺性씨와 한 묶음으로 묶어놓았다는 사실은 광주문제의 채김으로 사퇴한다는 점을 완곡하게 나타낸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鄭의원의 사퇴문제 또한 全씨의 증언과 마찬가지로 연내에 실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만 하다. 鄭의원 문제에 관한 한 어쩌면 맨 처음의 상태보다 더 악화된 꼴일 수도 있다.

 盧泰愚대통령은 과연 全斗煥, 鄭鎬溶 이 두사람과의 ‘우정’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이 결국 5공청산의 연내 해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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