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장’우주를 노린다.
  • 김창엽 기자 ()
  • 승인 198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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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께 국산인공위성 발사…2001년 시장규모 2천억달러 로킷분야 연구는 기초단계 넘어서
텅빈 우주공간에서 돈도 벌고, 국가의 위신도 세울 수 있는 야심찬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90년대 중반에 쏘아올릴 국산 인공위성 개발이 그것이다.

아폴로가 달에 착륙한 지 20여년, 이후 수많은 우주선과 인공위성이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했지만, 아쉽게도 ‘우리 것’은 한 대도 없다. 때문에 인공위성 개발이라면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왔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우주개발이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펴는 수단으로만 알려져 있어 수익성있는 ‘장사’요, 여차하면 세계의 열강들에 “우리도 이 정도의 ‘근육’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은 매우 부족했다.

대형 國策과제로 추진되는 인공위성개발은 기존의 천문우주과학연구소와 최근 신설된 항공우주연구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작은 크기의 실험용 과학위성을 개발에 띄울 예정이다. 이 실험용 과학위성을 개발해 띄울 예정이다. 이 실험용 위성은 대략 1백kg 정도의 무게에 오존, 대기탐사 등에 필요한 몇 개의 장비를 탑재하고 지상에서 2백km 쯤 떨어진 상공에 발사된다. 최초의 국내제작 위성이 되겠지만 외국제 로킷에 실려 발사되는 신세를 면하긴 어려울 것 같다.

소형 과학위성의 개발과 함께 추진되는 중형위성 제작계획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날라다 주는 발사체(로킷)제작과 인공위성 본체의 제작, 그리고 이들을 지상에서 통제하고 위성이 보내오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와 기술의 확보 등이다.

이중 로킷분야으 연구는 국산 군사용 로킷(유도탄)의 개발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초적인 수준은 넘어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분야의 개발에 투입되는 인력 역시 유도탄 개발에 참가한 과거 국방과학연구소팀이 주죽이 되고 있다. 인공위성 본체 분야는 제작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이지만 위성조립의 바탕이 되는 반도체?통신?전자기기?자동차등의 기반기술이 어느 정도 축적돼 있어 걸음마단계에는 와 있는 셈이다. 실제 이 분야의 관계자들은 “교육용 인공위성 정도야 당장이라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공위성을 우주에 띄운다 해도 이를 효과적으로 ‘부려먹을’수 있는 지상기술이 없다면 위송은 무용지물에 다름없다. 이 분야의 우리 수준을 보면 위성TV중계, 국제전화통신, 최근에 들여온 기상위성 수신장치 조작 등의 기술만 확보되었을 뿐 위성체를 직접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인공위성 개발에 기술 이상으로 필요한 것이 고급두뇌다. 현재 수십명에 불과한 인력으로는 인공위성 조기 제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계당국은 빠른 시일내에 NASA등에 근무하는 한국인 과학자를 유치할 예정이며 국내 우수두뇌에 대한 해외훈련을 적극적으로 실시, 국산위성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들 계획이 차질없이 이루어진다면, 로킷?위성체?지상조정에 이르기까지 1백% 우리 기술로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시점은 95년 후반이 될 것이다. 즉, 고체 연료를 사용하여 지상 5백km 정도의 지점에 1백50kg 정도의 중형 위성을 띄우는 것이다. 활동목적은 명목상 ‘과학위성’이 되겠지만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정보도 많이 얻게 될 것이다.

 

“지금이 국산화 시도의 適期”

최근 미국 정부의 추산에 의하면 2001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주시장의 규모는 2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 한다. 금년 일본 통산성의 예측은 미국의 절반 수준인 9백억달러 정도지만, “작년의 3백63억달러, 올해의 4백억달러 시장에 비춘다면 결국 2천역달러 가까운 우주시장이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천문우주과학연구소 柳長壽 박사 (우주공학연구실장)는 말한다. 이 예측에는 위성의 판매만 계산 되었지 이용료, 발사료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커진다.

더구나 체신부에서 90년대 중반 외국산 통신위성을 구입할 계획이기 때문에, 지금이 인공우성의 국산화를 시도할 적기라고 柳박사는 강조한다. 이는 인공위성이 첨단과학의 총집합체라는 점 때문에 선진국에서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어 여간해서는 제작기술을 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의 통신위성을 사들일 때 그들에게 어떤 조건을 걸면 부분적이나마 관련기술의 이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통신시장 개방압력에 줄기차게 시달리면서도 선뜻 응할 수 없는 간접적인 이유 역시 인공위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국토가 좁은 탓에 우리는 주로 광통신쪽에만 치중해온 실정이다. 이 때문에 통신시장의 국제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 柳박사는 “자체통신위성의 개발이 완료된다면 우리가 오히려 통신수출에 나설 수 있다”고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아직 발사장의 위치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서해안이나 제주도가 유력시되고 있다. 부지선정이 끝나고 한국판 ‘케이프 카내베랄’이 세워지는 것은 발사보다 조금 앞이 될 것이다.

인공위성의 조기 개발은 단순히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의미보다는 富國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고도산업기기의 개발에 필요한 진공기술?신소재?신약개발 등에 필요한 무중력기술?반도체?전자기기 등에 필요한 초청정기술 등이 우주개발사업을 통해 확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꽃 튀기는 ‘별달기’전쟁

활동중인 인공위성 2천여개…군사목적에서 자원탐사까지 기능 다양

전세계 사람들이 인공위성의 위력을 실감한 것은 82년 5월의 포클랜드 전쟁 때이다. 포클랜드 해역에서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을 때 대서양 상공에서는 이에 못지 않은 미?소간 ‘위성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소련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미국의 도움으로 영국은 아르헨티나의 움직임을 ‘손바닥 위’에 놓고 볼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차질없는 작전을 수행하여 마침내 아르헨티나를 무릎꿇릴 수 있었다. 개전초 액소세 미사일을 동원해 영국의 구축함과 프리키트함을 연달아 ‘水葬’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아르헨티나는 현대전에서 위성이 갖는 위력에 대해서는 ‘문외한’의 수준이었던 것이다.

현재 지구 상공에는 줄잡아 2천여개의 인공위성이 가동되고 있다. 이들은 임무에 따라 군사(첩보)위성, 방송통신위성 등으로 나눠지지만 역할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각개의 인공위성에 부여된 고유의 기능이 있긴해도 얼마든지 다른 용도로 사용될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공위성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는 미국, 소련, 일본,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등 7개국이며 독일 등 11개국이 참가한 유럽우주기구(ESA)도 이에 포함된다. 이밖에 제작국으로부터 인공위성을 사들여 보유한 나라는 인도네시아, 사우디 등 20여개국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1년에 최소한 수백개 이상씩 발사되는 이들 인공위성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은 첩보위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쏘아올린 나라가 이를 밝히기를 꺼리기 때문에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소련이 1천64개로 선두를 달리고 미국이 5백30여개로 두 번째로 많은 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프랑스 등이 다음을 잇고 있다.

1957년 10월4일 소련의 ‘스푸트니크’발사와 함께 맞은 우주시대는 미국의 숨가쁜 추격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자존심과 국익을 걸고 미?소간의 ‘맞수대결’은 어느덧 두나라를 세계 최강의 우주개발국 자리에 앉혀놓았다. 군사적 목적이 주로 강조됐던 초기의 위성개발은 일본 등의 참여로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통신위성, 기상위성, 자원탐사위성 등이 속속 선보였다. 외국에서 열리는 각종 경기의 중계는 물론 수백만리 떨어진 해외 친지와의 국제전화 통화도 다 이들 방송통신위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매일 텔레비전 일기예보 시간에 볼 수 있는 ‘구름사진’은 기상위성이 보내오는 자료로서 인공위성이 그만큼 우리 곁에 가까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공위성이 이처럼 좋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동서간의 화해무드와 함께 군측의 바람이 불면서 다소 주춤하고는 있으나 미국이 추진하는 SDI(전략무기방어구상)는 우주를 戰場으로 만들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첩보나 정보수집 등 간접적 의미에서 군사활동을 수행하던 인공위성이 직접적으로 공격에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죽은 위성’1만여개 우주서 떠돌이

시간이 갈수록 많은 나라가 너도나도 위성을 쏘아올려 우주경쟁에 뛰어들 태세인데, 이에 따라 우주와 지구의 오염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인공위성은 시간차는 있을 망정 언젠가는 수명이 다 돼 지구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활동을 정지, 폐기 상태에 있는 위성만도 우주에 1만여개나 있다. 특히 이들중 핵을 연료로 사용하는 인공위성의 경우는 많은 위험의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1978년 1월24일 소련의 인공위성 ‘코스모스 954호’(핵연료사용)가 태나다의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 근처에 떨어진 일이 있는데, 이때 소련은 수거비용으로 2백만달러를 캐나다측에 지불했다. 핵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위성이 떨어질 때 다소의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구로 진입하면서 인공위성의 대부분은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타서 없어져 버리지만 일부 열에 강한 부분이 끝까지 남아 떨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파편이 인구밀집지역에 떨어진 적이 없어 이렇다 할 피해가 보고 된 적은 없다. 지난 12월2일에는 미국의 과학위성 ‘솔라맥스’의 파편이 스리랑카 부근 해역에 떨어진 일이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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