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밑·공중에 길이 있다
  • 박상기 편집위원대리 ()
  • 승인 198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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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지하철확장·도시고속화도로 신설 서둘러 ‘수요 충족’ 시켜야

 다가올 서울시장 선거에 “수도권의 교통난을 깨끗이 해결해내겠습니다” 하는 공약을 가장 설득력 있게 펴는 인물이 당선될 것이 확실하다. 자가용을 가졌건 대중교통을 이용하건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소통난·승차난·주차난의 ‘3難’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교통이 단시간내에 의·식·주의 모든 부문을 이어주고 또 통합하는 기능을 맡는데, 서울은 갈수록 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어 자칫 ‘피가 굳은 공룡’으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교통난은 한마디로 도로·지하철 노선 등의 교통시설이 차량·통행이구 등 교통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릇은 작고 담아야 할 물건은 커다란 꼴과 같다.

 이런 경우의 해결책은 그릇을 큰 것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그릇에 알맞게 물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서울의 교통대책도 마찬가지로서 도로·지하철을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그릇 키우기’와 차량통행을 제한하거나 도시기능을 분산하여 통행인구를 감소시키는 ‘물량 줄이기’를 병행하여 풀어갈 수밖에 없다.

 서울의 교통현황을 도쿄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대중교통의 수송체계이다. 도쿄는 교통인구의 78%를 지하철이 맡고 승용차(택시포함)가 16%, 버스가 6%를 수송하는 반면 서울은 버스 51%, 승용차 32%, 지하철 17%순이다. 도쿄에 비해 도로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서울은 교통인구의 80%이상을 노면교통수단인 버스와 승용차에 의존하고 있다.

 “지하철이 적어도 60%의 교통인구는 소화해야 합니다. 오늘날 대도시에서는 지하·노면·지상교통망을 효율적으로 조화시켜야 하는데, 서울은 아직까지 노면교통 중심의 교통체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입니다.” 교통개발연구원의 김수철 도시교통연구실장의 지적처럼 지하철의 추가건설은 서울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적 과제다.

 지난 9월에 발표한 서울시의 중장기교통개발계획에 따르면, 현재 1백16.5㎞인 지하철 노선을 오는 94년까지 47㎞로 늘려 1백63.5㎞에 이르게 하고 2001년까지 6·7·8호선을 건설, 총 연장 3백19㎞를 갖춰 지하철의 교통분담률을 46.8%가지 끌어올리게 되어 있다. 서울시의 계획이 그대로 실현된다고 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본격적인 지하철 중심의 교통체계를 갖추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도시기능 다핵화도 교통난 해소에 큰 몫

 서울은 74년 9.5㎞에 달하는 1호선(서울역~청량리)을 완공한 이래 2호선(78~84년), 3·4호선(80~85년)을 건설, 나름대로 급팽창하는 서울의 교통량에 대처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후에도 계속 2·3·4호선을 계획·건설할 당시의 정책의지를 펼쳐왔더라면 서울의 교통이 오늘과 같은 난맥상을 빚고 있지는 않으리라”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건설공기가 5,6년씩 걸리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속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특성을 감안할 때, 86아시안게임 이후 지하철 추가건설 의지를 ‘실종’시켜온 것이 오늘의 문제를 낳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부도심권과 외곽지역에 고속화도로를 건설해 이 도로는 주로 자가용 승용차가, 기존도로는 대중교통수단이 이용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즉98년까지 6~8차선의 고속화도로 10개노선 2백34.5㎞를 건설·확장하여 시속 80㎞ 이상으로 달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간선도로를 넓히거나 신설하는 데는 엄청난 보상비가 들 뿐더러 수송효율도 낮아 상대적으로 고속화도로에 비중을 더 둔다. 그렇게 되면 서울시의 도로율이 지금의 17%에서 24%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그러나 서울의 도로율은 겨우 차 한대가 다닐 수 있는 좁은 도로까지 포함한 수치라 최소한 차량 두 대가 교행할 수 있는 이면도로까지만 계산한다면 이보다 훨씬 낮춰잡아야 한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 서울의 자동차가 지금의 2.7배인 2백7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현재보다 40% 정도 확장된 도로망으로 이 차량들을 원활히 소통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하철노선과 도시고속도로를 신설·확충하는 방법이야말로 날로 늘어가는 교통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교통시설의 ‘그릇 키우기’ 대응책임이 분명하다.

 이와 아울러 교통수요를 억제하는 ‘물량 줄이기’ 방법도 함께 실시해 나갈 계획도 세워야 한다. 즉 부도심을 개발해서 도시기능을 다핵화함으로써 직장과 집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정보통신망을 활용하여 출퇴근하지 않고도 집에서 사무를 볼 수 있는 ‘제3의 물결’시대를 앞당기는 일이다. 그리고 올림픽개최기간에 선보인 바 있는 승용차 홀짝수 운행, 출퇴근 시차제, 도심통행료 징수 등을 통해 교통집중현상을 막도록 한다. 또 지난 84년부터 일부 실시해오고 있는 교통체계개선사업(TSM)을 대폭 확대,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망우로·미아로·대방로 등 시내 32군데의 소통을 효율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

 

교통행정 일원화도 시급

 이러한 계획이 차질없이 실현된다면 서울의 교통은 상당부문 숨통이 트이겠지만, 무엇보다 이들 사업에 필요한 엄청난 경비를 조달하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하철 건설에 1조9천4백억원, 도시고속화도로에 6천4백억, 간선도로 9천2백억원이 소요되는 등 94년까지의 중기계획을 실현하는 데만도 4조1천8백74억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공채발행, 자동차관련세 인상, 교통특별회계 신설등 서울시는 재원확보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으로 경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에 대해 교통문제연구원의 임성혁 원장은 “승용차에 쓰이는 휘발유값을 올려서 지하철 건설비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고 제안한다.

 또 행정기구상 교통업무를 책임있게 주관하는 부서가 불분명한 점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교통부·건설부·내무부·서울시 등에 분산되어 있는 교통행정을 통합, 일원화시켜 그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선진국과 같이 교통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부처를 따로 두어 한손에는 예산, 다른 한손에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교통대책을 집해해나가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수도권교통난의 해결은 단지 정부와 서울시에만 맡겨질 문제가 아니다. 과시형 승용차구입, 음주·난폭운전은 물론, 자동차 문화의 척도라고 볼 수 있는 교통사고율에서 불명예스럽게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것도 그만큼 우리의 교통문화에 고쳐야 할 점이 많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교통시설을 확충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일 못지 않게 시민 모두가 바람직한 우리의 교통문화를 정립해나가는 것도 절실히 요구된다.

 

‘21세기의 발’ 磁氣부상열차

 첨단과학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교통수단을 개발해 수도권의 교통난을 풀여보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처 산하의 한국기계연구소(소장·金燻喆박사)에서 추진중인 ‘磁氣부상형 도시고가열차’가 바로 그것으로, 기초적인 타당성조사를 마쳐 관계기관에 자료를 제출해놓고 있다.

 지상에서 4.5m높이에 설치된 고가궤도를 달리는 자기부상형 열차는 보통열차와는 달리 바퀴가 없으며 궤도 위에 일정높이로(10㎜ 이상)떠서 주행한다. 언뜻 생각하면 무거운 차체를 공중에 띄우는 것이 불가능할 듯하지만 전자석의 반발력과 흡인력을 응용하면 어렵잖게 해결된다. 따라서 레일과의 마찰이 전혀 없는 자기열차는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 소모가 적으며,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어,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차 발명에 견줄 만한 혁명적인 육상교통수단으로 부상되고 있다.

 이 분야의 기술이 가장 앞선 서독은 이미 엠즈란트에 31.5㎞에 달하는 구간을 이 열차로 운행하고 있고, 서베를린시에도 자기부상열차노선인 ‘M―반’을 건설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일본·미국·영국·캐나다 등도 뒤질세라 엄청난 예산을 투입, 기술개발과 선로개설에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기부상형(maglev)열차는 운행평균시속 4백㎞ 정도의 장거리용 초고속열차와 시속 3백㎞ 정도의 도시간 열차 그리고 시속1백㎞ 내외의 도시형 열차 등 3종류로 나뉜다. 물론 서울의 21세기 교통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시속 1백㎞의 도시형 열차로, 기계연구소측은 93년에 개최대는 대덕국제무역박람회 전시장에서 첫선을 보이고 시험운행할 계획이다.

 “서울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대폭 신설·확충해 수송분담률이 가장 높은 대중교통수단으로 만들어야 하지요. 그러나 지하철 1㎞를 건설하는 데 약 2백50억원이 들어가니 예산상의 어려움이 클 것입니다. 자기부상열차는 1㎞당 1백억원의 건설비면 충분하니까 훨씬 경제적이죠.”

 기계연구소의 김박사는 서울에 자기부상열차노선을 건설할 경우 경제성 외에도 여러 가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즉, 가장 속도가 느린 도시형 자기부상 열차를 개발·건설하는 과정에서 관련기술과 건설기법을 쌓으면 순차적으로 도시간 열차와 속도가 가장 빠른 초고속 열차도 우리 기술로개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만약 총 연장 4백45.5㎞인 경부선에 자기부상형 열차를 운행한다면 서울을 출발한 지 한시간만에 부산역에 닿게 된다.

 비행기는 이보다 더 빠르지만 시내에서 비행장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복잡한 탑승수속 등을 고려하면 고속열차편이 훨씬 더 편리하고 시간도 절약된다. 게다가 자기부상형 열차는 저소음·저진동·무공해·안전 등의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환경문제에 민감해질 21세기에 매우 적합한 교통수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기계연구소의 개발계획에 따르면, 93년까지 도시형 자기열차의 모형을 제작하고 대덕무역박람회에서 시험운행한 다음 2년간의 건설기간을 거쳐 95년부터 상업운행이 가능하다. 도시간 열차는 이보다 2년 늦은 97년에 상업운전을, 초고속 열차는 2001년부터 건설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자기부사형 열차는 아직 선진국에서도 상업화가 되어 있지 않은 단계라 기계연구소측의 의견이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에 선뜻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되려면 먼저 21세기 교통망 건설에 자기부상형 열차가 포함되어야 하고, 예산·경제성·기술적 측면 등에서 면밀한 타당성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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