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목욕효과 뛰어난 溫冷교대욕
  • 안용팔 (가톨릭의대교수 재활의학) ()
  • 승인 198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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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탕에서 시작해 온탕으로 끝내야… 온천욕은 2~3주 계속해야 효과적
 날씨가 쌀쌀해지니 온돌방 아랫목에 웅크리고 있거나 난로가에 쪼그려 모여 앉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 데다 바깥날씨 때문에 옥외스포츠도 즐길 수가 없으니 자연히 운동부족이 되게 마련이다. 뜨거운 목용탕이나 사우나 또는 온천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축된 몸이나 마음을 목욕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시도는 옛적부터 있었다. 어떻게 목욕을 지혜롭게 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목욕문화는 서로 다르게 자리잡았다.

 근래 아파트 생활양식이 널리 보편화되어 가정마다 욕실을 갖추게 돼 전에 비해 일상적으로 목욕을 즐기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에 쫓기다보니 샤워로 목욕을 대신하는 수가 많다. 샤워는 몸을 청결하게 해줄 수는 있어도 욕조에 몸을 담가야 얻을 수 있는 혈액순환 촉진, 신진대사 항진, 스트레스 해소등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운동 후 근육의 긴장이나 피로, 또는 운동부족에서 오는 겨울철의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는 데는 뜨거운 목욕이 제일이다.

 목욕의 효과는 물의 온도와 입욕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지근한 온도(38℃)의 목욕은 신경이 예민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진정작용을 해준다. 또한 서양사람보다 동양사람들이 더 즐기는 고온욕(40℃)은 혈액순환 촉진이나 진통효과에 더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각자의 온도에 대한 포용력에 따라 입욕시간은 달라지지만, 추운 날씨로 밖에서 몸이 얼었다고 느껴질 때에는 적어도 이마에서 땀이 날 정도까지(보통10~15분)는 있어야 몸속 깊숙이 스며든 한기를 제거할 수 있다. 몸속의 냉기를 없애지 않고 목욕을 끝낼 때는 감기에 걸리기 쉽다.

 근래에 와서 우리나라에서는 온냉탕이라는 溫冷交代浴이 성행하고 있는데 세계 어느나라도 이 목욕법이 우리처럼 대중적으로 유행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필자의 재활의학 교실에서는 이 온냉교대욕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알아보기 위하여 일련의 실험을 진행시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실험결과로는 온냉교대욕이 온욕만을 한 것보다 효과가 더 강하고 작용시간도 길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복잡하고 긴장된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일수록 온냉교대욕을 즐겨 이용하는 것에는 수긍되는 점이 있다. 다만 이럴 때에 있어서 두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냉욕(15℃ 정도)은 1분 정도로 짧게 하고 온욕(41℃정도)은 4~5분 정도로 길게 한다. 둘째로는 온욕에서 시작해서 온욕으로 끝내는데3~4번 교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온욕이나 온냉교대욕은 인체에 주는 자극이 강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에게는 무방하나 특히 고혈압 등의 순환기질환, 호흡기질환, 당뇨병, 소모성질환(간염, 갑상선항진증, 암 등)이 있는 사람은 삼가야 한다.

 고온욕에 버금가는 것으로 사우나욕이나 증기욕(이것을 스팀사우나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데 그 말은 잘못이다)이 있다. 효과면에서 고온욕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나 사우나욕은 90~100℃정도의 뜨겁고 건조한 공기를, 증기욕은 60~70℃정도의 뜨거운 수증기를 작용시키는 것인데 단시간내에 근육을 이완시키고 피하지방을 소모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된다. 증기욕은 사우나욕보다도 피부를 통해 열을 몸 깊숙이 전달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 두가지 목용은 특히 땀을 흠뻑 흘려야만 그 효과를 얻을 수가 있기 때문에 허약자에게는 금물이고, 또 목욕 후에는 수분이나 염분을 보충해야 한다.

 연말연시에는 물론이고 한 겨울동안 각 온천장은 만원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시 집을 떠나 좀 쉬기 위해서, 또는 친구들끼리 주식을 같이 하면서 한바탕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서 찾지 않는가 짐작된다. 이러한 의미라면 구태여 온천장으로 갈 필요가 없다. 딴 곳에서도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천은 그냥 덥혀진 물은 아니니 그것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여야만 한다.

 온천욕의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뜨거운 물에서 오는 온열작용인데 이것은 보통 온욕에서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은 온천수에 용해되어 있는 화학물질이 피부를 통해서 흡수되어 일으키는 작용이다. 현재 전국에 산재해 있는 온천은 거의가 용해물질이 적정기준치에 못 미치기 때문에 온천의학에서는 單純泉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화학적인 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약하다는 것뿐이다. 세 번째의 작용은 위에서 기술한 물리적인 작용과 화학적인 작용이 인체에 복합적으로 자극을 주어 인체의 자기방어 반응을 향상시켜 여러 가지병, 특히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을 온천의 비특이성 變調작용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긍정적인 온천효과를 얻으려면 적어도 2~3주 정도의 온천장 체류가 필요하며 2~3일의 ‘방문’은 커다란 의미가 없다. 독일에는 각 온천장마다 溫泉醫(Badearzt)라는 전문의가 있다. 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온천욕을 하는데 3주간의 온천치료비를 의료보험에서 지불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온천장이 주말휴식처나 유흥지로서의 모습에서 탈피, 국민보건을 위한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로마는 목욕문화의 비뚤어진 발전으로 망했다고 한다. 이에 견주어 지금 한창 서울 강남지역에 사우나니 안마시술소니 하는 고급 목욕시설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 개탄하는 사라들이 많다. 이들 호화시설보다는 값싸고 위생적인 목욕시설이 보급되어 소외계층의 사람들까지 국민보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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