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충격…쇠기름 파동
  • 정기수 기자 ()
  • 승인 1989.11.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해 확증없는 ‘공업용’발표에 30년간 라면 먹어온 국민 당황 관련업체 ‘억울’호소, ‘정치보복說’도 나돌아

 지난 8월8일 국민들은 ‘전국의 수돗물이 거의 오염됐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접했다. 건설부가 서울, 釜山, 大邱 등 전국 10개의 대도시의 상수도 수질을 검사한 결과 모두 기준치를 훨씬 넘는 중금속과 유독물질이 검출돼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돗물을 먹어온 사람은 모두 죽을 날을 받은 것 아닌가’하는 생가마저 들 지경이었으니 이 보도는 즉각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가히 ‘패닉현상’이라고 할 만큼 큰 혼란을 몰로 왔다.

 하지만 병 주고 약 주는 격이었을까. 10여일 후에 나온 건설부 당국의 추후발표는 지난번 수도물 오염도 조사가 겨울철 0水0에 원수를 채취하는 등 최악의 상태에서 검사 하다보니 그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므로 ‘놀라지 마시라’는 충격소멸 목적이 다분한 것이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수질오염대책을 위해 국고지원을 대폭 늘려야 하며 “예산지원이 시원치 않다면 수도요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뒤 정부는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수질개선특별종합대책을 마련, 하수처리장 84곳을 새로 건설하기 위해 국고와 도비지원을 크게 늘리기로 하고 아울러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재원확보를 위해서 수도요금을 앞으로 50%까지 올릴 것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아무튼 그 후 건설부는 이의 관련예산으로 4천6백억원을 따냈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이를 두고 “정부와 언론의 장난에 국민만 우롱당했다”며 “결국 특정부처의 예산을 늘려 주고 수도요금도 올리려는 여론조작 아니었느냐”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공업요’ 牛脂가 몰고온 ‘수라장’

 서울지검 특수2부 (민생침해사범 합동수사부 姜信旭부장검사, 金仁鎬검사)는 지난 11월3일 삼양식품 등 5개업체 대표와 실무책임자 10명을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및 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이들이 피의자가 된 이유는 식용보다 값이 싼 ‘공업용’ 牛脂(쇠지방 또는 쇠기름)를 미국에서 들여와 라면, 쇼트닝, 마가린 등을 만드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라면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3년으로 삼양식품이 그 원조이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형님먼저 아우먼저’해가며 줄기차게 먹어온 식품이 ‘공업용’ 원료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은 온 국민적으로 하여금 경악과 함께 집단 구토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釜山우지를 제외한 4개회사들은 다음날 해명광고를 통해 “수입우지가 ‘비식용’인 것은 사실이나 정제하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며 완제품은 조사부의 식품규격에 합격, 인체에 절대 무해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업용’이든 ‘비식용’이든 식용이 아닌 원료임에 틀림없는데 무슨 할말이 있느냐는 듯 “정제해도 유해물질은 남는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러한 유해여부를 판명하기에는 부족한 酸價 검사수치만 발표하면서 “유해여부에 대한 과학적인 정밀검사는 국내에선 힘들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검찰의 고유업무는 실정법 위반사범을 적발 해내는 것이지만 인체건강에 관련된 식품의 과학적 규명작업이 소홀하게 다루어질 수는 없다. 더욱이 보사부는 국회답변에서 “원료는 식용에 부적합하나 완제품은 안전하다”라는 모순된 소리로 일관했다.

 

“과학적 규명은 검찰 고유업무 아니다”

 라면의 유·무해공방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음에도 문제를 터뜨린 쪽에서나 당하는 쪽에서나 하나같이 헛갈리는 소리만 계속되자 예상됐던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나왔다. “문제식품의 유·무해여부를 객관적으로 조속히 판정하고 국민보건과 인체에 유해한 식품, 의약품의 제조·판매 및 이 과정에서의 위법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의법조치하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에따라 姜英勳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대책회의를 열고 문제가 되고 있는 모든 제품을 국립보건원에서 학계전문가, 소비자대표 등이 참가한 가운데 공개리에 검사, 7~10일 이내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공개검사 발표에 환영하고 나선 쪽은 업계였다. 삼양식품의 한 간부는 “18일을 전후에서 결과가 나오면 그동안 쌓인 얘기를 속시원히 하겠다”며 자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주)농심 등 경쟁사에서도 “결국 완제품은 안전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9일 정부대변인 崔秉烈문공부장관은 “완전제품으로서의 라면이 유해하다는 증거를 정부는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정제된 우지에서 산가기준치 0.3을 넘어 0.4가 나온 적은 있으나 인체에 해로운 한계치를 넘은 적은 없었다”며 유해의 근거로 내세운 검사 결과, 무해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이미 만들어진 제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소비를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의 ‘자신만만함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풀이돼 주목을 끈다.

 ‘피의자’를 ‘죄인’으로 닥달하는 언론의 보도 탓도 크지만 공식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처럼, 나라 전체를 온통 뒤흔들어 놓고나서 ‘좋지는 않지만 먹긴 먹어도 된다’는 식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려는 것이 아닌지, 이번 사태는 앞의 수돗물 오염 파동 때와 그 전개과정이 닮은꼴이다.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앞에서 분식집을 하는 李모(38)씨는 “돌아가는 꼴을 보면 뻔한 것 아닙니까. 잘 나가던 식품회사 하나 자빠지게 됐고…. 이제 와서 해가 없다고 한들 찜찜해서 누가 라면 먹겠어요?” 라며 “이 장사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도 더이상 새로운 ‘속보거리’를 제공 못하고 사태가 점점 ‘마무리’되는 듯하자 업계주변과 정계일각에는 처음 검찰발표 당시부터 제기됐던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 하는….

 ‘물파동’ 때와 달리 야당의원들은 ‘업계를 두둔하는 인상을 줄까봐’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 역시 5공청산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위한 언론 플레이가 아니겠느냐”는 단골(?)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같은 해석은 요즘 언론계에서 퍼지고 있는 ‘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權·言합작이 이루어진 경위를 그럴듯하게 해설하고 있는 이 ‘설’에 따르면 청와대비서실은 鄭鎬溶의원 문제로 시끄러운 이때 뭔가 여론을 반전시킬 만한 이슈를 찾던 끝에 마침 검찰이 잡고 있던 ‘큰건’을 터뜨리기로 했다는 것. 고심 끝에 구속대상 ‘커트라인’까지 확정한 검찰은 발표 시기를 주말로 예정, 3일 각 언론사에 “내일 아침 시회면 톱이 뭐냐”고 물어 큰 뉴스가 없음을 확인한 뒤 바로 그날 밤에 구속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봄 한국야쿠르트유업의 ‘공업용쇠뼈(사골)’사건을 수사할 당시 검찰은 이미 우지에 대해서도 상당부분까지 혐의를 잡아놓았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고 보면 검찰이 미리 준비해 놓고 기다렸다는 ‘건수비축설’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검찰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전격구속을 한 사실 또한 의도성이 있다는 혐의를 짙게 하는 대목이다. ‘도주의 우려가 현저하다‘고 볼 수 없는 대기업체의 부회장 등을 더욱이 인체유해 여부를 구체적으로 규명하지도 않을 채 곧바로 구속부터 집행시켜 수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로 법조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보사부 주변에서는 또 식품위생 관련 단속은 일단 구속수사대상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정·불량식품으로 판명될 경우 경고, 징계, 영업정지, 면허취소 등의 행정처분대상에 속하며 구속수사를 하게 될 때에는 감독관청인 보사부의 고발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양식품만 쌀라면 개발에 반대”

 이와 함께 수사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진 ‘익명의 투서설’을 검찰이 부인하면서, 구속조치가 “盧대통령의 최종결재를 받은 것”이라고 밝힌 부분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갖가지 추측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의 宋斗灝의원 등 일부 야당의원들은 국회 보사위에서 “쌀 소비책을 강구하다 찾은 돌파구가 아니냐”고 따지다 ‘해괴한 논리’라는 비난에 ”심증이 확실하다“는 주장으로 끝내 맞섰다. 한 의원은 얼마 전 농람수산부장관이 식품회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쌀 소비확대를 위해 쌀라면 등 쌀가공식품의 개발에 협조해달라는 말을 했는데 삼양식품측에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것과 이번사태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빙그레 기획관리실 玉京林과장은 “현재 농심과 빙그레에서 쌀라면의 연구 개발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삼양식품은 처음부터 이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재 쌀 재고량은 1천1백만섬인데 올 추수량이 당초 추정보다 2백만섬 많은 4천1백만여섬으로 예상돼 비축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1인당 쌀 소비량은 85년 1백28.1kg에서 87년 1백22.2kg으로 해마다 격감되는 추세에 있어 쌀 재고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당국으로서는 쌀가공식품의 개발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쌀 재고의 ‘주범’인 라면, 패스트푸드 등 인스턴트식품의 소비억제에 고심해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평민당의 金泳鎭의원은 지난83년 소파동으로 쇠고기가 엄청나게 남아돌 무렵 “난데없이 비브리오패혈증이라는 태풍이 불면서” 어민들이 유례없는 타격을 입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유해식품은 당연히 엄중단속을 펴야겠지만 그것이 국민들의 향후 식사패턴을 바꾸려는 의도에서 나온 ‘쇼크요법’이라면 이는 생명에 직결되는 식품을 이용해서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면 으레 등장하는 소문도 있다. 삼양식품이 정치자금에 인색해서 여권의 미움을 산 게 아니냐는 것.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하면서 야당의 모의원은 확실한 정보임을 강조, “6공 들어와 삼양은 정치자금 헌납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식품계 경쟁사들은 금년 1월부터 돈을 풀었다는 사실도 이미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통념과 미국식 생활습관

 나름대로의 근거를 지닌 이러한 이야기들은 그러나 ‘사실’로 확정되기까지는 ‘주장’의 차원을 뛰어넘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으로 비식용 우지는 라면을 비롯해서 모든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이 금지돼 적어도 음식물 속에서만큼은 앞으로 영원히 없어지게 됐다.

  그러함에도 ‘과학적 근거’에 의해 이루어진 결론인가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은 많다.

유해하다거나 무해하다거나 확실한 검증도 없었고 단지 미국에서 먹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이 강조됐을 따름이다. 또 검찰의 수사는 食品公典에 식품원료가 “사회 통념상 식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사실을 유일한 근거로 한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검찰의 증거부족이 드러나고, 결과적으로 모종의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등의 구구한 추측을 낳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정황만으로 이렇게까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릴 수 있느냐는 것이 이미 많은 양의 ‘공업용’쇠기름을 몸 속에 집어넣어버린 소비자들과 관련업계의 공통된 항의이다.

  연세대 柳州鉉교수(식품공학)는 “우리가 미국식의 식생활습관에 가까워지고 있는가 여부도 문제이지만 ‘사회통념’이 또한 미국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는가도 생각해야 한다. 고도의 정제과정을 거쳐야 먹을 수 있는 비식용 쇠기름을 식용으로 생각하지 않을 만큼 국민의 사고방식이 변화됐다면 관련식품회사에 식용우지 또는 식물성기름으로 점차 전환하도록 권유하는 방향이 바람직스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식용우지의 무해론을 펴는 동국대의 申孝善교수(식품공학)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牛能의 16등급이란 미국油能협회(American Fats and Oil Association) 은 사료로 쓰는 것이고 그 이상은 質, 향기, 각종 유기물이 포함된 정도에 따라 애완동물 음식류, 양초, 비누, 화장품, 윤활유 등을 만드는데 쓰이는 것으로 “1등급만이 ‘먹는 것‘은 아니다” 라고 밝혔다.

  분류방법은 屠畜된 소의 大綱膜 (횡경막 부근), 신장과 같이 지방 함유량이 90% 이상이어서 정제를 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일부분만을 식용(edible)으로 인정, 1등급으로 매긴 것이라 한다. 그밖의 육편부분에 붙은 체지방, 피하지방, 조직지방, 기타 장기 안에서 뽑아 내는 牛能를 부위에 따라 2~16등급까지 나누는 것이다.

 미국협회의 구분에는 2등급 이하에 대해 한국검찰이 단정한 ‘공업용’이란 표현이 없다.

삼양식품측의 주장은 미국에서는 물량이 풍족해 고급의 1등급만 먹어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며, 그래서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2등급 이하는 식용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절대로 먹을 수 없다‘라고 규정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미국에서 이 우지를 비누, 윤활유 등의 제조원료로 사용하고 우리나라에서도 태평양화학같은 회사에서 화장비누를 만드는 데 쓰고 있음을 ‘필요이상으로’ 강조하고 또 국민들에게 ‘독성’을 연상시킬 수 있는 ‘공업용’이란 자극적인 표현을 고집했다는 것.

 

우리가 먹는 부위 미국은 버려

 한강물은 그냥 먹지는 못하지만 걸러서 상수로 하지 않느냐는 업계의 반박에 하수도물은 걸러봐도 못 먹는다고 비유하며 1등급과 2~16등급 우지를 극단으로 대비시키는 차이표를 내놓았다. 이것은 연세대 권숙표교수 등 3명의 유해론 교수들의 얘기를 듣고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비식용우지는 원료부터 도살장, 뼈처리장 푸줏간 등지에서 쓸어모은 것들이며 그 중에는 죽은 동물들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불쾌감을 극도로 자극시키는 이 주장에 대해 검찰은 오뚜기식품이 수입한 우지에서 폴리에틸렌 성분이 검출됐다는 수입면장 1장 외에 전체적으로 납득할 만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공업용우지에 공업용 산화방지제가 사용되고 농약까지 잔류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밝혀냈지만 국내감정기술로는 구체적으로 이를 검출하는 것이 불가능해 범죄혐의사실에 추가하지 못했다” 고 주장했다.

 삼양식품의 吳泰郁유지담당이사는 검찰이 밝힌 내용은 “사료용인 16등급에 해당되는 것” 이라면 “일본에서도 豚脂와 함께 우지를 쓰는데 등급표현이 없고 뉴질랜드와 호주도 마찬가지이다. 오직 미국에서만 그 사람들 식생활습관에 따라 등급이 구분돼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쇠꼬리탕이다 쇠머리고기다 뭐다해서 다 먹지만 거기서는 소의 머리부분이나 꼬리, 다리 등은 먹지 않으니, 이를 모아 만든 것이 2등급 이하 우지라고 보면 된다” 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모든 식생활패턴을 미국식으로 하자는 것이냐” 며 한편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면서도 국민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음식물에 대한 선호도의 변화과정에서 이제는 한번 짚어볼 만 한 일이 결국 일어난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라면쇼크’를 터뜨린 수사 당국의 ‘목적’이 어디에 있었든지 간에 그 파문이 확대된 엄청난 결과는 식품의 안전성을 따지는 시대에서 식품의 건전성을 따지는 시대로 우리 입맛이 고급스러워지고 있음을 보여주게 했다는 것이다.

 

수입식품 소비증가 우려

 지난 85년까지 모든 라면 제조회사에서 ‘공업용’ 우지를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사용해왔고 소비자들은 그것을 먹어왔다. 그러나 형편이 좋아지면서 동물성 식품에는 콜레스테롤이 어떻고 하며 소비자들이 ‘쇠고기’라면 등을 기피하게 되니까 식물성 유지를 쓰게 된 것이다. 삼양식품은 “값이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아직은 동물성 영양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동물성우지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내놨다가 빈축을 샀지만, 실제로는 쇠기름이 내는 ‘삼양 고유의 고소한 맛’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데다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업계에서 보고 있다.

 국민에 의해서도 아니고 국민을 위해서만도 아닌 이번 파동으로 국민의 ‘우롱당한 기분’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에 뒤이어 값비싼 후유증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산 식품에 대해 검사를 강화하고 수입을 보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는가 하면 안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각종 인스턴트·가공식품 등의 소비가 늘고 있는 추세속에서 국산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져 수입식품만 ‘좋은 일’ 시켜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당국은 농축산물 수입개방 1주년을 맞아 수입개방을 반대하고 수입식품을 먹지말자는 캠페인을 벌어야 하는 이 시점에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는 재야농민단체의 한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