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가 결정적 고비”
  • 편집국 ()
  • 승인 198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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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몫’ 만 고집하는 사회풍조 자체가 위기현상 - 趙淳부총리 인터뷰

지난달 25일 趙淳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을 本紙의 朴淳鐵편집위원이 만나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전망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에 대한 위기 위식이 널리 퍼져가는 듯합니다. 이에 대해 부총리는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지난 86년부터 3년에 걸쳐 우리 경제는 12% 이상의 높은 성장을 하다가 금년도 상반기에 성장률이 6.5%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등 매우 부진하고, 기업가의 투자 의욕이 저하되었습니다. 특히 제조업 설비 투자가 많이 감소되는가 하면 향락풍조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현상 때문에 무엇인가 우리 경제가 잘못돼 있지 않는냐 하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이것을 위기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성장률이 12%에서 6.5%로 감소한 것 자체를 위기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지난 3년간의 12% 성장은 잠재 성장력을 넘어선 일시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3低’가 가져다준 일시적인 고도 성장이었죠. 마치 마라톤하는 사람이 어떤 요인에 의해 한 구간을 실력 이상으로 뛴 셈이니, 힘이 빠지고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調整期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금년 상반기의 6.5% 성장 자체를 크게 우려할 것은 못됩니다.

● 그렇다면 우려한 요소로는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국민이 모두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걱정입니다. 국민 모두가 현실에 굳건한 기반을 두고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마치 모든 사람이 허공을 헤매는 형상이고 ‘설마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경제에는 經濟論理가 엄연히 작용하므로 설마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 각자가 자기 몫만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자기 몫을 늘리기 위해서는 별의 별 수단을 다 발휘할 태세에 있는 그런 심리 상태가 팽배해 있다는 것, 이것이 구체적으로 위기현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먼저 양보할 수는 없다.’ ‘내 몫만큼은 키워야겠다’는 심리를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어서, 결국 거대한 제로섬(zero-sum) 게임에 몰두해 모든 정력과 에너지를 대단히 비생산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민주화 과정에서 경제ㆍ사회 전반에 질서가 잡혀 있지 않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타율적이긴 하지만 권위주의의 질서가 있었고 그 질서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에너지를 쏟아넣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權威主義가 붕괴되면서 이를 대체하는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질서가 세워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정신적 해이, 규율 부재가 뒤따르고 경제적으로는 임금이 매년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생산성 증가를 훨씬 웃도는 인상이었습니다.

 한국은 이제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고임금 국가가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인 기술쇄신, 경영합리화, 생산성향상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으며, 그 전망 또한 불투명한 실정입니다. 설비투자 기피현상이 어느 정도 위기의식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을 조만간 해소함으로써 제로 섬 게임에서 탈피해 그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포지티브 섬’(positive-sum) 게임으로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우리 경제의 앞날이 不確實性에 싸여 있다고 보는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올해 하반기, 특히 내년 상반기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앞으로 1년간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만약 금년 상반기에 나타났던 현상이 재현된다면 우리 경제는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권투선수가 펀치를 몇 대 맞아도 괜찮을 수 있지만, 연속적으로 맞게 되면 결국 다운당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경제는 그동안 연타를 맞아왔습니다. 노사분규와 임금인상, 특히 노동쟁의, ‘3低’에서 ‘3高’로 바뀌는 경제상황, 사회혼란, 정치적 마찰 등 모든 주변적 요소가 가세해 경제가 조금씩 조금씩 타격을 받아왔습니다. 결국 생산성 저하, 기업이윤 저하, 정신적 해이가 뒤따랐습니다. 만약에 올 하반기나 내년도 상반기에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회복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여 매우 걱정됩니다. 당장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가면 갈수록 더욱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는 끈끈한 것이어서 한꺼번에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경제를 난초에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밑뿌리는 썩어도 위는 멀쩡하게 푸르죠.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의 요인이 해결 안되면 겉으로 볼 때는 괜찮을 수 있지만, 이러한 요인이 쌓여가면 결국 경제는 내리막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 그렇다면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실 계획입니까.

 대다수의 근로자에게는 질서의식이 회복돼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가 부질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식이 좀더 확산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금년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임금인상 요구가 과다하게 일어나면, 우리 경제는 대단히 위험하고 어려운 형편에 처하게 됩니다. 지난6월 하반기 經濟綜合對策에서 가격인상이나 임금인상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한자리수 정책’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자리 숫자도 사실은 높은 것입니다.

 9%란 것도 역시 한자리수인데 임금 9%의 신상은 어느 나라에 가보아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평균 20%에 가까운 임금인상을 경험한 바 있고, 또 일부 기업에서는 50%이상 임금인상을 겪었습니다. 한자리수 인상이 마치 대단히 낮은 것이고 또는 마치 동결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하기까지 하는 것은 이러한 최근의 경험 때문입니다.

 정부로서는 이를 위해 각계각층을 망라한 賃金委員會(가칭)를 설립해 노사간의 자율적인 임금교섭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협상과 대화의 場을 마련해주고자 합니다. 그러나 근로자 단체 등에서 선뜻 호응을 하지 않아 다소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구를 만드는 것은 단지 가이드라인이나 내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는 성공할 수도 없지요. 노사간의 자율적 임금협상, 근로조건 타결을 위한 매개체가 되도록 해보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자리수 정책이 정착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 국민들은 經濟的 不均衡문제를 어느때 보다도 날카롭게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부총리의 견해는 어떤 것입니까.

 우리 경제구조에 불균형적인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고 국민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60∼70년대 고도성장 과정에서 주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가 자리잡았고, 지역적으로도 집중투자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지역적 소득격차가 생겼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고 가시적으로 눈에 띄게 되어 많은 국민들이 被害意識을 갖게 되었습니다. 절대적 수준으로 보면 국민생활은 향상되었습니다. 다들 보릿고개를 넘겼고, 소비생활도 나아지고 했는데도, 너도 나도 ‘내 몫을 내놓아라’ 하는 식의 심리가 팽배해져 있다고 봅니다.

● 이와 관련해 최근 논의되고 있는 土地公槪念에 대한 입장과 소신을 밝혀주십시오.

 사실 재산세에 대한 징수노력이 지금까지 부족했습니다. 경제발전과정에서 도시화가 급격히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도시지역의 땅값이 올라 과표가 비현실적으로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 서울지역은 실제 땅값의 10%미만의 과세를 하는 곳도 있는데,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現實化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너무 급속히 재산세를 올리면, 현실적으로 이 세금이 당장 몇배씩 뛰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좋지 않은 현상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높임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재산세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갖게 하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해 토지공개념을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땅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물건과는 달리 생산이 되는 재화가 아니고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보면, 한 나라에 태어난 사람은 그 땅에서 자기 몫을 쓸 權利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사람은 하늘이 그 나라에 준 것을 평등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땅은 다른 물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어서 아무리 만들고 싶어도 생산되지 않습니다. 소수의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땅을 갖는다는 것은 비단 社會正義에 위배될 뿐 아니라, 당의 효율적인 이용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막자는 것이 이번 법안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國際化의 추세와 그 방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제화라고 할 때 우리가 해외진출하고, 수출하고, 여행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국제화의 진정한 의미는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인에게 무엇을 얻어내면 반대로 그들에게 어느 정도 허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아가 그들의 기술과 문물을 적극 수용하여 우리의 수준을 높이는 것, 그것이 국제화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경쟁력이 높은 부문부터 개방해야지요. 우리 제조업 부문은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輸入自由化率과 이에 따른 관세는 국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단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은 당장 개방이 어렵습니다. 특히 농업 부문, 일부 서비스 부문, 금융 부문 등은 가급적 개방속도를 느리게 조절해야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막을 것은 막아가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아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누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천하대세인 국제화 추세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외국과 단절해서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이에 적응해 살아나려면 최소한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부총리의 경제 운용 철학과 임기중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그동안 경제라는 것을 경제성장률, 수출증가율 등의 量을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경제는 결국 국민들의 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보아야 합니다. 국민이 화합ㆍ단결할 수 있고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것을 위해 社會正義를 위한 개혁, 경제의 균형화, 공정화, 정상화, 민주화, 국제화가 필요합니다.

 결국 경제라는 것은 이를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복리증진을 이루어주는 것이라 봅니다. 흩어져가는 국민의식의 단결을 이루고, 나아가 한국문화를 국제적인 수준에 손색없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적 수단을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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