瀆職추문 파동속 심판대 선 간디정권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8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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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세력 불화 틈타 早期총선…국민신망 잃어 재집권 불투명

오는 11월22일∼24일로 잡혀있는 하원의원 총선을 앞두고 印度정가에는 벌써부터 라지브 간디 수상의 집권 국민회의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아니면 상당수 의석을 상실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예정대로라면 이번 총선은 하원의원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에 치러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인도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시크교도의 폭동이 과격화 양상을 보이고, 물가상승이 심상치 않을 기미를 띠기 시작하자, 간디 수상은 10월17일 내각회의를 긴급히 소집, 총선일자를 예정보다 6주 앞당겼다.

 간디의 조기총선 결정에는 최근 들어 정부의 뇌물 스캔들과 관련, 공세를 강화해 오고 있는 야당세력들의 기선을 제압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최근의 종교폭동으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에 불화가 심화되어 야당세력의 단결이 어려운 상황을 활용하고자 하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그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간디 수상이 이번 총선을 별탈없이 치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현재 간디 정권을 위협하고 있는 도전요인들이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瀆職, 물가폭등 그리고 야당 세력의 도전

 현재 간디 정권의 존립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문제로 우선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일련의 瀆職사건들이다. 발단은 87년 4월 스웨덴의 한 라디오 방송이 폭로한 소위 보포스 스캔들. 당시 폭로내용은 스웨덴의 한 무기거래 회사인 보포스社가 86년 3월 인도에 13억달러어치의 野砲를 포함한 무기를 파는 대가로 인도정부에 5천만달러의 불법적인 커미션을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간디 수상은 관련 사실을 부인해왔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증거들이 밝혀지면서 더욱 입장을 난처하게 할 뿐이었다. 이밖에도 간디가 국방장관 시절 도입했던 서독제 잠수함을 둘러싼 의혹 등 일련의 스캔들은 84년 선거 당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그의 ‘청렴’ 이미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었다.

 물가상승도 간디 정권의 기반을 침식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의 한 집회에서 야당측 연사들은 해마다 약 10%의 물가상승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부측을 공격한 바 있다. 특히 식량가격의 상승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도시의 봉급생활자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한가지 요인은 간디의 집권기간 중 전반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와중에서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가 급격하게 벌여졌다는 점이다. 도시가 활기를 띠어가는 반면, 농촌은 침체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농촌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우타프라데쉬, 마하라쉬트라 등지에서는 호전적인 농민운동의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집권 초반기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며 기대를 모았던 간디 수상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커지는 가운데, 그런 상황을 배경으로 한 야당세력의 도전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현재 야당지도자들 중 가장 유망한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사람은 V.P.싱. 한때 간디 정권에서 국방장관까지 지냈던 그는, 보포스 스캔들이 터질 당시 철저한 조사를 주장하다 권력의 핵심에서 쫓겨난 인물이다. 현재 중도적인 ‘민족전선’(National Front)에서 최대조직인 ‘자나타 달’(Janata Dal)을 이끌고 있는데 이번 총선이 간디 정권에 대한 ‘최후의 심판’이 될 것이라면 잔뜩 벼르고 있는 중이다.

야당후보 단일화가 관건

 특히 금년 들어 보포스 스캔들과 관련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야당의원들은 간디의 사임요구에서 의회증언 요구로, 그리고 정부 불신임안 제출 등으로 전략을 바꾸어 가며 원내투쟁을 벌여왔는데 수적으로 압도적인 집권여당에 밀리게 되자 지난 7월에는 가장 강력한 투쟁수단으로 의원직 사퇴를 결의, 현재 1백명 이상이 의원직을 사퇴한 상태에 있다.

 그런 야당연합세력은 현재 10여개의 군소정당으로 난립돼 있고, 우익의 힌두교 근본주의자에서부터 좌파인 공산당에 이르기까지 인종 및 이념상의 차이가 커서 反간디 정권을 표방하는 것 외에는 공통분모가 거의 없는 취약점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간디 수상의 전격적인 조기 총선 발표 이후, 야당지도자들은 각 선거구마다 집권당에 맞설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문제를 놓고 논의를 전개해 왔다고 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는 야당 단일후보의 성립여부가 이번 선거의 향배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즉, 야당들이 각 선거구의 후보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이번 총선은 야당연합이 압도적인 표차로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집권 국민회의당이 근소한 표차로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 데, 그렇다 해도 국민회의당은 5백44개 의석 중 3백99개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도의회는 상ㆍ하 양원제로 되어있으며 상원은 2백45석에 임기 6년, 하원은 5백44석에 임기 5년이다.

 간디 정권은 84년 12월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탄생했다. 총선결과는 정치 초년병이라 할 수 있는 라지브 간디의 능력보다는 어머니인 인디라 간디 前수상의 죽음에 대한 국민들의 동정표 때문이었다. 인디라 간디는 84년 12월 과격파 시크교도들의 거점인 황금사원에 군대를 투입, 시크교도 5백여명을 희생시켰는데, 그에 대한 보복으로 84년 10월31일 시크교도 경호원 2명의 저격을 받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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