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改革이론 이끈 이론들
  • 하용출(서울대교수ㆍ외교사) ()
  • 승인 198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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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스트로이카의 경제적 도전》아벨 아간베기얀 지음/우아당

《현대소련의 변혁이론》프리마코프 외 지음/솔밭

 현대 공산주의의 장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오늘날 사는 지성인이면 누구나 생각해보고 있을 것이 틀림없는 우리 시대의 심각한 지성적 과제이다. 이 질문은 80년대 중반 이후 소련에서 전개되고 있는 페레스트로이카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페레스트로이카는 사회주의 발전단계에서 나타난 궤도수정적인 변형적 단계임에 틀림없다. 전통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제시하는 발전단계는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사회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스탈린체제에서 생성된 사회주의형 관료독점체제는 사회주의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이론적으로 사회주의 발전단계 설정을 복작하게 만들었다.

 소련의 정치엘리트들은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1950년대말에는 ‘전인민의 국가’, 1970년대에는 ‘성숙한 사회주의’라는 개념을 설정하였다. 이같은 개념의 설정은 소련 사회ㆍ경제 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집착하려는 당 관료와 ‘인민’의 이익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 어떻게 합리적으로 당의 지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과제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합리화에도 불구하고 70년대말 이후 소련의 경제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은 더 이상 기존의 소련 권력엘리트의 구태의연한 지배를 허용치 않게 되었으며 급기야 엘리트 내부로부터 심각한 반성을 가져왔다.

 

해결과제 산적한 페레스트로이카

 페레스트로이카는 한편으로 이와같이 엘리트에 의한 궤도수정이면서 동시에 정치ㆍ사회ㆍ경제의 여러 차원에서 무수한 과제를 새로 제기하였다.

 국내정치적으로 기존의 소련공사당 일당독재체제가 복잡하고 다기화된 소련사회의 이익을 대변, 흡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소련식 민주주의의 성격과 내용을 규정하는 문제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정치개혁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은 ‘소비에트 개혁’이다. 이는 사회의 복잡한 이익을 소비에트에서 흡수하면서 명목상의 공산당독재체제를 유지하려는 기능상의 다당제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점증하는 군비경쟁에서 오는 과중한 국방비 부담과 이의 국내경제적 영향을 어떻게 경감하는가이다. 소련이 내세우는 新思考의 외교정책은 ‘보편적 이익’의 원칙에 입각하여 자본주의국가들과의 필연적 충돌을 상정하는 양대진영론으로부터의 탈피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국가의 필연적 멸망에 입각한 계급투쟁이나 민족해방론으로부터의 후퇴를 의미한다. 이의 구체적 실천원칙으로 ‘합리적 충분선’ 개념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는 군사력의 방어적 수준으로의 감축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페레스트로이카는 국내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의 제고, 국제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의 회복은 단순히 성장률 자체의 양적 증가보다 질적 성장, 즉 경제효율성과 생산성의 제고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부문별로는 경제구조의 고도화 즉 첨단기술체제로의 전환과 만성적 소비재 부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계획경제와 시장경제 역할의 재조정, 소유권형태의 다양화, 관리체제의 정비, 소련경제의 개방 등의 어려운 재조정 작업이 필수적이다.

 

현대소련의 이론적 성과

 지금까지 이루어진 특기할 만한 개혁, 즉 협동조합과 개인기업법의 채택, 임대차법의 통과 등으로 재산권형태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으며 국가기업법의 수정으로 기업의 독립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계획경제의 역할은 크게 줄지 않고 있고 가격구조의 개혁도 실시되고 있지 않다. 가격ㆍ임금ㆍ이율 등의 미시경제적 변수들의 개혁이 앞으로 주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사회적으로는 페레스트로이카의 과제는 과거 70여년 동안 국가에 의존하던 국민들의 의타성과 상황안주적 성향을 어떻게 극북하는가이다. 이는 제도적 변화 못지않게 소련 개혁의 형태를 좌우하는 중요 변수로 등장할 것임에 틀림없다. 과거 과잉평등주의하에서 일한 자가 일하지 않는 자보다 더 많거나 같은 보수를 받는 체제에 익숙한 소련 노동자들이 일하는 만큼 받는 체제로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계몽과 시간이 요청될 것이다.

 이처럼 어렵고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는 페레스트로이카에 희망적인 면이 있다면 고르바초프 본인과 그를 둘러싼 개혁이론가들의 이론적 뒷받침이라 생각된다. 고르바초프는 소련 역사상 최초의 정규대학을 졸업한 지도자로, 소련 사람들의 많은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체제개혁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동시에 페레스트로이카는 어제 오늘의 즉흥적 산술이 아니라 70년대 중엽부터 지속된 이론가들의 연구성과에 의해 됫받침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번역 출판된 두 권의 책은 페레스트로이카가 제기하는 여러 이론적 문제를 소개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아간베기얀의 책은 저자 자신이 페레스트로이카의 산실중의 하나인 노보시미르스크 경제산업구조연구소 소장으로 경제개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널리 알려진 학자이다. 그의 책은 우리에게 페레스트로이카의 경제적 문제의 배경, 과제, 목표를 비교적 상세하고 알기쉽게 전달하고 있다. 원래 이 책은 소련의 독자보다 서방의 독자를 위해서 쓰인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평이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소련경제에 대한 일반적 지식을 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리라 생각된다.

 이에 반해《현대소련의 변혁이론》은 주로, 잡지《세계정치와 경제》에 실린 논문들과 소련공산당의 자료들을 충실히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다. 원래《세계정치와 경제》라는 잡지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간의 일반적 관계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까닭에 여기 번역된 논문들은 소련이 보는 현대자본주의사회의 성격과 사회주의의 문제 및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간의 관계의 성격을 파악코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개가 되리라 믿는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자본주의하의 자본과 노동자의 성격 변화를 분석하면서 국제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두 체제가 대립으로부터 협조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독재시대 사회과학 병페 지적

 특기할 것은 메드베데프의 논문이 과거 독재체제하의 사회과학의 병폐를 지적하고 개혁시대의 사회과학의 역할을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끝으로 이 두 책이 발간된 이후 소련 내부에서 많은 개혁의 진전과 논쟁의 발전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따라서 더 많은 소개가 필요하리라 본다.

 다만《현대소련의 변혁이론》은 그 논문의 근거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과 편역이라는 점을 지적해둔다. 또한 외교ㆍ군사 및 국내정치에 관한 논쟁(공산당의 역할 등)이 빠져있는 것과 간간이 보이는 논문과 논문 사이의 번역상의 불균등성과 혼돈을 아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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