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선 보인 북한의 靑瓷
  • 편집국 ()
  • 승인 198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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秀作 42점 전시, 人氣 끌어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고고한 心性을 상징해온 鶴이 비취빛 가을 하늘에 활짝 나래를 펴고 분단의 벽을 넘어왔다.

 휴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도예작가들이 빚어낸 靑瓷作品 42점이 국내에 소개된 것이다. 이들 靑瓷는 코오롱상사의 홍콩 현지법인이 북한과 직거래, 수입한 것으로 수예품, 인삼제품, 주방용 그릇 등과 함께 미도파백화점에서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전시ㆍ판매되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소개된 상품들은 북한이 한국의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상품 이미지를 심어보려는 뜻으로 수출한 고급품들.

 이전에도 북한상품의 전시ㆍ판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은 그때마다 한국과의 교역사실을 부인해왔다. 또 상품의 내용이나 질적인 면에서도 우리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해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 전시된 상품들은 북한이 한국과의 교역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탕에서 들어온 것인 만큼 그들 나름의 ‘자존심’을 담은 문화상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들 전시상품 중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의 큰 주목을 받았던 靑瓷의 경우, 북한에서 인간문화재급 평가를 받고 있는 우치선(70), 임사준(62), 한경수(34), 신도(45)씨 등 8명의 작품도 포함돼 있어 그들의 도예문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번에 소개된 청자는 花甁이 대부분인데, 특히 이 가운데 북한에서 “고려청자를 7백년의 잠에서 깨웠다”는 평을 듣고 있는 작가 우치선씨(1937년 서울개최 도예전 입상)와, ‘장래를 촉망받는’ 신진도예작가 한경수씨(평양미대 공예학부 졸업)의 작품이 돋보였다. 우씨는 학이 그려진 호리병형 주전자와 목이 가는 靑瓷花甁등 2점의 국보급 명품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고려청자의 특징과 燒成방법을 이론적으로 규명, 현대 靑瓷에 접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임사준씨의 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작품당 최저 15만2천원에서부터 최고 1천1백30만원을 호가했는데, 전시 첫날부터 많은 작품이 예약되는 등 주문이 쇄도.

 이밖에 금강산 계곡, 만경대, 백두산 호랑이 등을 수놓은 자수제품 40여종도 소개돼 북한여성들의 솜씨를 엿보게 했다. 또 북한이 대외적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각종 인삼제품류도 쇼핑객의 눈길을 끈 상품. 그중 세계적으로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금패인삼주’(3천병)는 1일 5백병씩 한정판매되, 이를 사지 못한 많은 내장객들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이번에 전시ㆍ판매된 물건은 13개 품목 총 5천여점에 불과했으나, 연일 장사진을 이룬 채 쇼핑 차례를 기다린 시민들은 한결같이 “이같은 전시회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며 남북 상품교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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