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民-民主 통합가능성 있다”
  • 박중환 기자 ()
  • 승인 1989.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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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黨의원들에게 직접 들어본 전망 - ‘92년 총선 前에 야권통합 가능한가’라는 本紙설문에 兩黨 응답자 절반이 “가능하다” 밝혀

 “…민족적 진로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정책에 있어서 합치됨을 깨닫고, 국민의 절대적 요망이요 민족적 지상명령인 통일과 단결을 실행하기 위하여 합당을 결정하고 이에 천하에 성명하는 바이다. 뜻을 같이하는 단체는 다같이 와서 힘을 합하기 바란다.”

 1949년 2월10일 당시 양분돼 있던 우익진영의 대한국민당과 한국국민당은 합당을 밝히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민주국민당은 이렇게 탄생돼 민주당-신민당으로 이어지며 전통야당의 맥을 이어왔다. 한국 보수야당은 어려울 때는 합당, 비대해지면 분당되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정치는 현실이다. 전통야당이 2년전 이맘때 大權을 놓고  끝내 분열 · 대치한 결과 군부통치 종식이 구호에 그치게 된 것도, 5공청산과 민주화 추진의 미진함 속에 야권통합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도 평민 · 민주 양당 사이에 견제와 반목이 엄존하는 것도 현실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 돼야 한다. 

 평민 · 민주 양당의 통합은 대다수 국민의 여망이다. 한국 야당사를 뒤돌아볼 때 통합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합의 당사자가 되어야 할 평민 · 민주 양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사저널》은 이같은 가능성은 알아보기 위해 정기국회가 본격화된 10월중에 두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려 ‘야권통합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92년內 통합’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설문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양당의 거의 모든 의원들은 통합 필요성을 느낄 뿐 아니라 그 절대다수가 반드시 통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절반 가까운 의원들이 오는 92년 국회의원 총선 전에 통합이 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특히 통합이 단순한 기대나 희망의 차원을 넘어, 이들의 실질적인 노력과 의지를 담아내는 당면문제로 비쳐졌다는 점이다.

 나아가서 양당의원의 절반 이상이 소속당의원과는 물론 상대당 의원과도 통합의 필요성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평민당의원은 민주당의원과, 민주당의원은 평민당의원과 이 문제를 의논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순된 반응도 나타났나.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두 金총재의 당권경쟁과 상호불신 때문에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대답하는가하면 상당수 의원들은 두 金총재의 퇴진이 통합의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응답거부 · 기피의원 의외로 많아

 이번 설문조사는 평민당 소속 전체 71명의 의원 중 구속중인 徐敬元의원을 제외한 70명과 민주당 소속 전체 60명 중 외유중이었던 鄭在文의원을 제외한 59명, 그리고 그동안 야권통합을 주장해온 무소속의 朴燦鍾, 李哲의원을 포함, 총1백31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조사시기는 국회의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던 무렵으로, 10월5일 설문지를 배포한 후 10일이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3차에 걸쳐 수거했는데, 1백3명의 의원으로부터 응답이 있었다.

 응답률은 78.6%로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의원이 설문대상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특히 총재의 정계퇴진 등을 다룬 미묘한 문항이 포함돼 있어 조사방법에 신중을 기하여 무기명은 물론 각별한 비밀보장을 사전에 약속했는데도, 이를 기피한 것은 의원으로서의 소신을 의심케 한 것이었다. 응답을 거부하거나 “우편으로 응답지를 보냈다”는 등의 말로 이를 기피한 의원 중에는 대체로 소속당 두 金총재의 충복임을 자처해왔거나 지역색을 스스로 표방해온 의원들에 많았다. 또 최근 통합추진과 관련되어 그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린 의원 몇몇도 응답을 거부, 당내 분위기 등을 의식하여 회피하지 않았나 하는 분석도 가능하였다.

 

分黨은 애당초 잘못된 것

 ‘야권통합의 필요성’을 묻는 첫 문항에 응답의원 1백3명 중 1명을 뺀 1백2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중 59명(응답자의 57.2%, 이하 괄호안의 %는 총응답자수에 대한 비율)은 반드시 통합돼야 한다는 응답이었고 나머지 43명 (41.7%)은 필요는 느끼지만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된다고 응답해 신중성과 현실적인 한계를 함께 인식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음을 드러냈다. “통합의 필요를 언제부터 느꼈느냐”는 질문에 “지난 87년 분당 때부터”라고 밝힌 이가 78명 (75.7%)으로 압도적인 반면, “연초 野共助 균열현상이 뚜렷해질 때부터”에 9명, “중간평가 연기와 뒤이은 공안정국하에서”에 8명, “최근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이 가시화되면서”는 6명으로서 모두 소수의 견해로 나타났다. 이들 24.3%의 소수의견을 종합해보면 野共助에 기대를 그다지 갖고 있지 않으며, 야권통합을 여권의 정계개편에 대한 대응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 때문에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한 5개의 답항 중 2개만 선택해 달라는 요구에 “5공청산과 光州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효율적인 민주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가 62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의 집권을 위해”가 48점,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39점, “사실상 양당의 노선이 동일하기 때문에” 15점, “여소야대의 한계 때문에” 14점 순으로 나타났다.

 양당 의원들은 5공청산과 光州문제 해결, 그리고 민주화추진의 미진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이런 현실 때문에 야권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이 문항에 무응답한 의원은 1명뿐이었으나 답항을 하나만 적은 의원들도 많았다. 이 때문에 점수로 표시했으며, 각 답항의 비중은 산출하지 않았다).

 

양당 의원 절반 이상 “통합 상의했다”

 최근 소속당 의원 몇명과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78명 (75.7%)이 “있다”고 응답, 전체 평민 · 민주 양당 의원의 59.5%가 통합에 대해 자신의 뜻을 소속당의 동료의원들과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11명은 9~15명과, 또 다른 11명은 16명 이상과 논의해본 적이 있다고 밝혀 바로 이 의원들이 통합을 추진하거나 추진할 수 있는 그룹으로 보인다.

 “상대당 의원과의 통합 필요성 논의 경험여부”의 설문에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 “있다”가 74명(71.8%)으로 양당의원 전원의 56.5%를 차지했다.

 상의한 적이 있는 상대당 의원수별로 보면 48명은 1~3명, 19명은 4~8명, 4명은 9~15 명, 3명은 16명 이상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러한 응답을 보면 양당 의원 중 80명 안팎(질문을 기피한 일부 통합파의원 포함) 이 통합의 필요성을 논의한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92년 총선 이전 야권통합 가능성”을 묻는 설문에 51명(49.5%)이 “된다”, 42명(40.8%) 이 “안된다”라고 각각 응답했고 나머지 9명은 무응답이었다.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여소야대라지만 평민 · 민주 양당이 나누어져 있어서는 그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 5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안된다”고 생각 하는 이유로는 “두 金총재의 당권경쟁과 상호불신 때문”이 44명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야권통합을 위해 두 金총재의 정계퇴진이 필수 적인가”라는 질문에서는 “아니다” 에 48명(46.6%), “그렇다”에 34명(33%)이 각각 답했으며 “말하기가 곤란하다”라고 답한 의원도 16명(15.5%)이나 됐다.

 

두 金총재는 ‘주춧돌’이자 ‘걸림돌’

 이러한 수치를 종합하면 두 金총재를 통합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뿌리째 뽑아 서는 안된다는 상치되는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상외로 많은 의원들이 “말하기 곤란하다”는 대답인 것을 볼 때 두 총재 퇴진문제는 여전히 예민하고 미묘한 사안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만약 ‘곤란하다’는 응답을 두金총재에 대한 회의로 본다면 두 총재의 지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셈이다. “통합이 가능하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은 어떤 것…”이란 질문에 “고문 추대 등 두 총재에게 명분만의 예우를 하고 양당 의 원내 의석비율에 따른 당권배분”에 33명(32.0%), “양당의 주요 당직자 및 지구당위 원장으로 구성된 동수의 대의원단을 구성, 그 들이 통합방법을 결정한다”에 29명(28.2%), “두 총재 퇴진 후 새 지도자에 의한 신당 창당”에 22명(21.4%), “당권의 반반 배분”에 14명(13.6%)이 각각 답했다. 이 문항의 응답을 보면 통합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될 시점에서 ‘방법론’ 때문에 잡음이 빚어질 소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의 10개 문항에는 개개 의원의 주관적 답변이 가능한 3개 문항이 있는데 여기에 나타난 의견 중에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 설문에 응한 의원들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 다. 92년 총선 전 통합 가능성 전망에 대해 “지자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통합밖에 없다”, “국민이 바라고 있고, 한편에선 대중의 압력이 증대되기 때문에”라는 등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92년 14대 總選과 大選 사이에 가능

 “92년 총선까지 통합이 안되면 여당에게 참 패할 것이며, 이때부터 통합 압력이 가중되면 서 본격화돼 14대 대통령선거 전에는 가능할 것이다”라는 분석도 있었다. 통합의 불가능에 대한 의견으로는 “절박하지 않으면 안주하는 야당의 생리 때문에”, “외부공작 때문에”, “양 김씨 퇴진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등이 있었다. 통합방법에 대해서는 “두 金씨의 담판뿐… 다른 묘안은 없다”, “실무위 또는 추진위 구성 후 여론수렴, 통합방법 결정”, “재야 진보세력에 당권을 할당하여 양당의 당권에 균형을 준다” 등이 제시됐다.

 

조사기간 중 결정적 영향요인 없어

 설문기간 동안 조사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치현안은 없었으나 야3당 공조 가 회복되는 시점에 있었다. 3金총재가 만나 ‘연내 5공핵심 6인처리 등 5공청산 방안’ 제시와 ‘현정권의 불이행시 盧泰愚정권 퇴진투쟁’을 합의했다.

 당시 訪美중이던 盧대통령은 야3당총재의 이러한 합의에 반발, 귀국 후 예정된 청와대 영수회담을 취소했다. 이어 민정당이 강경한 자세를 보여 3金총재들의 퇴진을 요구했으나 이 시점은 설문응답지의 2차 회수가 끝난 이후 라서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치흐름으로 보면, 공안정국에 이어 정기국회가 개회중인데다가 5공청산의 ‘진통정국’이 겹쳐 양당 의원들에 야권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보다 깊이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였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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