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권리 존중돼야 한다 ”
  • 정리 이성남 기자 ()
  • 승인 2006.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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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 우리 방송의 나아갈 방향

방송법 개정에 따른 공영체제의 변화, 종합유선방송 개국, 일본 위성방송 수신, 급속한 뉴미디어의 등장 등 우리의 방송환경은 일대 변혁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학자 李敏雄교수, 가톨릭 매스컴위원회 吳世完신부, 그리고 KBS 텔리비전 본부장 章翰成씨가 우리 방송의 현안과 미래를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민방체제가 방송의 질 떨어뜨릴 수도

 장 : 방송의 제도, 구조, 조직은 정치?국가적으로 여러 가지 시대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예로 들면 80년의 언론 통폐합, 5공하에서의 편향된 방송, 6?29 이후 방송민주화에 대한 욕구 등으로 방송의 변화는 부득이한 것이지요.

 오 : 90년대 들어오면서 국민의식 수준이 고양되고 미디어의 기술도 향상됐으므로 방송이 자구책의 차원에서 변화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리는 흔히 사회와 방송이 분리된 것처럼 생각해서 사회가 발전하니까 방송도 거기에 맞춰 변화돼야 한다는 논지를 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방송이 활동하는 사회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사회변화가 일방적으로 방송의 변화를 유도해나가는 것은 아니며, 또 그래서도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방송이 보다 나은 정의 사회를 형성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장 : 방송의 변화는 결국은 그 나라의 어떤 특징, 정치상황에 맞게끔, 또는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민영 병존체제로 가는 현상들은 결국 다양한 채널,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이 : 제 의견은 좀 다릅니다. 민방제도를 최근에 도입한 선진국의 실증적인 예를 들면 오히려 프로그램 내용이 다양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웬만한 대도시는 적어도 60개 이상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데, 그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나오는 내용은 약 85%가 미국 3대 네트워크인 ABC, CBS, NBC가 제작한 프로그램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87년에 두 개의 채널을 민영화시켰는데, 그 이후 텔레비전 편성의 많은 부분이 미국 할리우드 상업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할리우드에서 대량생산된 프로그램의 제작비가 최저 2배에서 20배까지 값싸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인 방송프로그램의 질이 하향평준화되고 맙니다.

 오 : 80년대에 방송은 국민들로부터 무기징역을 받고 나서 사면된 상태여서 아직도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는 표현을 하신 분이 있습니다. 이제 곧 위성시대로 돌입하는 순간입니다. 전세계가 하나의 작은 지구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수준도 향상되고 거기에 따른 욕구도 커졌는데 구태의연한 방송제작 자세로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불만을 채워줄 수 없습니다. 경쟁이 없으니까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이 : 어떤 형태로든 경쟁제도가 도입이 되어야겠다는 원칙에는 찬성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그것이 시장원리에 의한 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습니다. 어떤 사회영역은 시장원리에 일방적으로 맡겨놓지 않습니다. 예컨대 공해문제를 시장원리에 맡겨놓으면 공장에서 아무도 공해방지장치를 안할 겁니다. 국민들의 정서와 가치체계를 형성하고 규범을 형성하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방송을 시장원리를 통해서 경쟁심을 유발시키는 게 과연 바람직하겠느냐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장 : 오신부님의 매너리즘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긍합니다. 사실 이런 비판이나 지적은 현재만 있는 게 아니고 과거에도 죽 있어 왔습니다. 그런 지적을 받으면서 방송은 발전해 왔지요. 그러나 방송이 시청자의 욕구나 희망에 부응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 방송이 대중의 정서에 호소하는 포맷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윤리관, 가치관을 선도하지 못하는 것도 반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방송인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 방송이나 언론이 사회의 부정을 고발하는 일에는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그런데 스스로의 잘못을 고쳐나가는 데는 대단히 인색합니다. 최근 제가 학교에서 사회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일반국민들의 방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6?29 이전에 견주어서 뉴스의 공정성에 대해서 개선됐거나, 많이 개선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려 85%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를 보면, 우리 방송이 상당히 기력을 회복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장 : 그렇습니다. 6?29 이후에는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습니다. 또 KBS안의 공정방송위원회는 과거에 우리가 방송을 공정하게 운용하지 못했다는 자성과 함께 앞으로 공정한 방송을 하겠다는 의지에서 노사 공동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실제로 그것이 방송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NHK 위성방송 문제가 심각합니다.

 장 : 기술적으로 위성방송을 막는 것이 가능하냐, 아니냐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해야할 일이지만, 방송기관에서는 여러 대처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방송을 시청하도록 유도해야 된다고 봅니다.

 오 : 미디어 교육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진흙탕속에서 거위가 영양분만 골라 먹어서 통통하게 살이 찌듯이, 진흙탕과 같은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정말 자기에게 필요한 영양분만 뽑아서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디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 오신부께서 지적하신 미디어 교육 문제는 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깊이 반성해야 될 대목이라고 봅니다. 미디어 교육은 학교 차원, 방송사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산학협동의 차원에서, 또 필요하다면 사회단체가 협력을 해서 국가?사회적인 차원에서 추진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 : 당장 오는 9월이면 일본의 민간 상업방송이 수신됩니다. 일본 상업방송의 심야시간대는 저질 폭력이 난무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걸 감수성이 예민하고, 분별력이 성숙되지 않은 우리 청소년들이 보고, 사고의식뿐만 아니라 행동양식까지도 모방할텐데,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이 : 위성방송 수신장치인 파라볼라 안테나, 컴버터, 튜너 등이 88년 12월까지는 수입감시 품목이어서 국내 판매?배포?반입 허가가 안됐습니다. 그것을 정부가 앞장서서 풀어 놨어요. 주로 상공부와 체신부 의견이 반영되어서 규제를 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전파관리?통신에 관한 사항을 체신부가 장악하고, 그 안에 흐르는 내용은 공보처가 장악하고 있고, 또 상품으로서의 거래관계는 상공부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불합리합니다. 예컨대 미국의 FCC, 프랑스의 CSA 같은 통합조정관리 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 : 위성방송에서 나오는 광고의 위험에 대해서 주목해야 합니다. 일본의 현란한 상품이 광고를 통해서 들어오면 우리의 소득수준, 생활수준과 소비행태, 과소비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상품의 질이 우리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동경하게 됩니다. 국내 시장, 국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전파는 국민 모두의 것

 이 : 위성방송 문제에서 제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문화종속이지만 더 위험한 것은 우리 자체에 필요한 프로그램의 개발, 커뮤니케이션체제 개발의 육성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죠. 또 일본이나 서구 선진국을 동경하다보면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국제적인 지배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묵시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장 : 장사하는 사람들이 비디오테이프로 녹화를 해서 보급하면 일반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심각하게 확산될 우려가 있습니다.

 오 : 이제는 방송이 정치적인 역학관계를 떠나 국민들에게 교양적인 프로그램, 사회?문화적인 방송이 되어야 합니다. 방송인의 자질이 향상되지 않은 채 많은 계층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시청자로서 채널을 돌려버리는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 : 방송사가 자율을 갖고 독립된 상태에서 운용하되 잘 안되면 외부에 의한 간섭이 들어가기 때문에 방송인의 자질 향상, 강한 윤리의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또 한번 타율에 의해서 방송이 통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 : 방송이 국민의 것이라는 인식은 과거보다 훨씬 더 방송인이 자각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국민의 재산이므로 정말로 국민을 위해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봉사해야 되겠다는 자세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 방송의 주인인 국민이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은 참여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그 첫째 형태로는 프로그램 참여를 들 수 있습니다. 둘째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방법입니다. 셋째로는 방송사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업방송 설립한다고 하는데 왜 재벌들만 참여합니까? 사회책임의식이 높은 사회단체에게 공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KBS이사회 같은 기구도 국민의 대표성을 갖게끔 운영을 확대하는 방안도 연구해볼 만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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