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여론조사
  • 조용준 기자 ()
  • 승인 2006.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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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정치에 큰 실망

35.6%가 “지지 정당 없다 ”
지자제 “정당공천 필요 ”54%···선거법 연기 “당리당략?정치인 의식부족 때문 ”51%
3당합당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제148회 임시국회가 지난 16일 끝났다. 25일이나 되는 회기였지만 지방자치제선거법?광주보상법 등 주요 법안이 또다시 계류되고 국가보안법?안기부법 등 일부 반민주악법에 대한 개폐 작업도 3당합당시의 우려대로 첨예한 시각 차이만을 재확인시켜준 채 다음 국회로 연기됐다. 국방위에서 민자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국군조직법을 변칙 통과시킨 행위는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동시에 다시 3공화국?5공화국의 정치행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여야 4당이 중진회담을 통해 금년 상반기중 지자제선거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사항이 지자제선거법의 계류로 깨지게 된 것은 과연 정치권이 ‘풀뿌리 민주주의 ’를 실시할 의향이 있는 것인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시사저널》은 이번 임시국회가 막을 내린 16일부터 17일까지 전화를 통한 전국적(제주도 제외) 여론조사를 실시, 이번 임시국회를 지켜본 국민적 감정이 어떠한 것인지, 어느당을 지지하고 있는지, 3당합당에 대한 견해에 변화는 없는지 등을 조사했다. 응답자들에게서 나타난 전반적인 반응은 아직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았고 그것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3당 합당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임시국회에서 어느 당이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6.5%는 ‘잘한 당이 없다 ’고 응답하고 ‘모름?무응답 ’도 32.6%를 차지, 상당수 국민들이 이번 국회에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자당이 잘했다는 응답자는 17.7%로 평민당이 잘했다는 응답자 13.2%에 비해 약간 높기는 하지만 차이가 근소해 양당에 대한 지지도가 뚜렷하게 구별된다고 할 수는 없다. ‘잘한 당이 없   다 ’고 응답한 사람들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48.8%로 가장 높고 경남?부산, 전남?광주, 경북?대구, 경기?인천의 순서를 보였다.
임시국회가 끝난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국민들은 3당합당이 잘된 일이라고 볼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일이라고 볼 것인가? 이에 대한 응답은 ‘잘못된 일 ’이 42.4%, ‘잘된 일 ’ 33.0%, ‘모르겠다 ’와 무응답이 24.6%로 나타났다. 이는 3당합당 직후 실시한《시사저널》의 여론조사 결과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부정적 ’이 45.4%, ‘긍정적 ’ 39.1%, ‘모르겠다 ’ 15.5%였다. 물론 조사 대상은 달랐지만 당시의 조사와 이번 조사를 비교하면 긍정적인 반응이 6%정도 떨어지고 부정적인 반응은 3% 정도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모르겠다 ’는 반응은 15.5%에서 24.6%로 크게 늘어나 3당합당과 앞으로 민자당이 담당할 역할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령별로 세분해 살펴보면 20대와 30대는 ‘잘못된 일 ’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각각 56.2%, 43.5%로, ‘잘된 일 ’이라고 응답한 23.2%, 34.1%보다 많았다. 그러나 기성세대라고 할 수 있는 40대와 50대 이상에서는 ‘잘된 일 ’이라는 응답(43.1%)이 ‘잘못된 일 ’이라는 대답(23.9%)의 2배 가까운 수치로 나타나 3당합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40대를 기점으로 세대간에 격차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잘못된 일 ’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을 지역별로 구분하면 전남?광주(85.2%), 전북(68.8%), 서울(48.4%), 경기?인천(46.9%), 강원(33.3%)의 순서를 보여준다. ‘잘된 일 ’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경남?부산(47.0%), 경북?대구(46.4%), 충청?대전(45.4%)이 별로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정치현실이 국민수준 못미쳐
이번 임시국회가 끝난 후 앞으로의 정국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낙관적 ’이 38.9%로 ‘비관적 ’인 응답(32.0%)에 비해 다소 많았으나 그 차이가 근소하고 ‘모름?무응답 ’이 29.1%로 역시 많았다. 지역별로는 ‘낙관적 ’인 응답이 경남?부산(55.2%), 충청?대전(45.4%), 경북?대구(43.2%)의 순서로 나왔고, ‘비관적 ’ 응답은 전남?광주(60.5%), 서울(39.7%)의 순서를 보여준다. 3당합당에 대한 질문과 마찬가지로 이 질문에도 경북?대구보다 오히려 경남?부산에서 더 긍정적인 반응이 많이 나온 사실은 상당히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역시 지자제 선거를 둘러싼 여야간 대립과 선거법의 내용이 국민들의 주관심사였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지자제 선거법이 또 연기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0.8%는 여야간 당리당략 때문이라고 말했고, 10.1%는 여야 국회의원 대다수가 지방자치를 실시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고까지 답했다. 따라서 응답자의 과반수가 넘는 50.9%가 지자제 선거가 연기된 이유를 당리당략에 따른 여야의 대립, 정치인의 의식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자당 때문 ’, ‘평민당 때문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각각 8.9%, 8.8%에 지나지 않았다. 그밖의 대답으로는 ‘중앙집권에 방해가 되기 때문 ’이 7.6%, ‘경제적?재정적부담 때문 ’이 5.9%로 나왔다.
이를 지역별로 봤을 때 전남?광주 응답자는 ‘여야간 당리당략 때문 ’이 46.9%로 많기 는 하나 ‘민자당 때문 ’이란 대답도 22.2%가 나왔다. 36.0%와 44.3%의 응답자가 ‘여야간 당리당략 때문 ’이라 대답한 경북?대구와 경남?부산의 경우 ‘평민당 때문 ’이라는 응답은 각기 8.8%, 9.8%로 나타났다.
지방의회 의원 및 자치단체장 후보의 정당공천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54.4%는 정당공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응답자를 다시 구분했을 때, 68.2%는 시?도의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읍?면지역까지 필요하다고 답했고, 31.8%는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만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읍?면지역까지 필요하다 ’가 전남?광주(50.6%)에서 가장 높았고, 경북?대구(30.4%)에서 가장 낮았다.
이런 모든 정황들을 종합했을 때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정당은 어느 정당일까?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어느 당이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35.6%는 ‘지지할 만한 특정 정당이 없다 ’고 대답했다. 여기에 ‘모르겠다 ’와 무응답(9.7%)을 합하면 이 수치는 45.3%에 이른다. 각당별 지지율을 보면 민자당이 27.7%, 평민당이 19.4%, 민주당(가칭)이 6.0%, 진보정당이 1.6%의 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상당수는 현재와 같은 정당정치, 의회정치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가지고 있으며 3당이 합당이 되었어도 정치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북?대구, 경남?부산, 강원, 충정?대전에서 민자당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평민당에 대한 지지도는 전남?광주, 전북이 각기 69.1%, 47.9%로 우세하지만 전북에서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 ’는 응답도 35.4%나 나왔다는 사실이 특기할 만하다. 3당합당을 잘된 일로 보는 사람 중 57.0%는 민자당을 지지하고 있으나 ‘지지할 만한 정당이 없다 ’도 27.6% 나왔고, 잘못된 일로 보는 사람 중 38.4%는 평민당을 지지하고 있는 데 비해 37.7%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를 담당한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서정희 실장은 “이번 여론조사에 대한 응답자들의 호응도가 아주 좋아 이번 임시국회와 지자제 실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것을 알았다 ”면서 “여론조사 결과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기대감, 각성 수준에 비해 정치 현실이나 정치인들의 행태가 못미치고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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