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나 아직 안 죽었어”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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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방북 수행해 ‘명예 회복’ 노려…비자금 수수 혐의도 ‘무죄’ 가능성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방북 일정이 6월 말로 잡혔다. 열차로 가느냐 비행기로 가느냐만 남았다. 따라서 남북한 전·현직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은 이변이 없는 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수행단의 규모와 면면으로 이동한다. 그 가운데서도 DJ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동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막후 밀사 노릇을 했던 박 전 실장은 그 즈음 현대그룹으로부터 1백50억원의 비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실장은 DJ 수행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DJ 방북이 6·15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당시 정상회담의 전 과정을 진두 지휘했던 그로서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을 것이다. 김 전 대통령 역시 이번 기회를 그의 명예 회복을 위한 호기로 여기는 듯하다.

상황은 일단 긍정적이다.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마지막 재판(파기 환송심)이 5월25일로 잡혀 있는데, 현재로서는 무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 1심과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지만, 2004년 11월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이날은 마침 남북한 당국이 경의선을 시험 운행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와 함께 병합 심리 중인 SK로부터 돈 7천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0월게 당시 SK그룹 손길승 회장이 주암회(2000년 6·15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인사들의 모임) 경비로 쓰라며 박 전 실장에게 7천만원을 건넨 사실이 현대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박 전 실장이 처음부터 수수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박 전 실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이미 1년 6개월 실형을 살았고, 3년 넘게 주거지 제한에 걸려 정상적인 활동을 못했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지 않을까 싶다”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박 전 실장은 모든 짐을 벗고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할 수 있다.

박 전 실장은 요즘 동교동으로 출근하다시피하며 DJ의 방북 준비를 돕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는 등산을 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전 실장이 6년 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5월25일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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