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공결제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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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조어]

 
만약 올해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생리 공결제’라는 신조어를 표제어 후보로 삼아야 할 듯하다. 생리 공결제란 생리통으로 수업을 듣기 어려운 여학생이 결석하더라도, 출석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예전부터 여성계와 전교조, 대학가 총여학생회 등에서 이런 제도의 도입을 요구했던 터였다.

지난 3월부터 각급 초·중·고교는 생리 공결제를 시행 운영하고 있다. 대학가는 한 발 느리다. 지난 5월26일 중앙대학교가 올 2학기부터 생리 공결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는데, 부산대·동아대·경희대 등에서도 생리 공결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범 운영 중에 있다.  대개 한 달에 한 번 ‘생리 결석’을 허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아직 여론을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남학생들은 “왜 병치레 하는 남학생은 병결 처리되는데 생리중인 여학생은 출석으로 처리되느냐”라며 반대하고 있다. 생리가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나. 또 다른 신문에 따르면 반대론자들은 “진짜 생리 중인지를 어떻게 확인하느냐? 보건 증명서를 떼와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학생들이 생리 공결제를 악용할지 여부는 기업체 생리휴가 제도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법적으로 월 1회 생리휴가를 쓸 수 있지만 정작 이 제도를 활용하는 여사원은 드물다. 2003년 생리 휴가가 ‘무급’으로 바뀌면서 생리 휴가제는 더욱 유명무실해졌다. ‘휴가를 쓸수록 손해’인 것은 여대생도 마찬가지다. 출석 안 부르는 수업에 꼬박꼬박 앉아 있는 것은 대체로 여학생들이다. 아마도 남학생들의 진짜 불만은 이런 것 아닐까? “여학생들이 결석하면 필기 노트를 누구에게 빌리지?”
(신조어 수집 도움: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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