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 ‘분통’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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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마포대교 다리와 교각 사이에 있는 이동 통로에 그들이 있다. 이른바 ‘고공시위’다. 지난 5월29일부터다. 이들은 다리 난간에 ‘헌재 판결 철회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15m 아래 한강으로 투신한 사람도 여럿이다. ‘투신시위’다. 대기하던 경찰 순찰정이 구조해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죽음도 이들을 막지 못할 것 같은 기세다.

시각장애인들의 분노가 땡볕보다 뜨겁다. 한강둔치에도 2백 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서울만이 아니다. 충북 청주시 청주맹학교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유일한 생계 수단을 되돌려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강원도 명진학교 학생 70여 명도 “안마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생존 대책을 마련하라”며 거리로 나섰다. 경향 각지에서 시각장애인들이 거리 집회를 갖고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두눈 부릅뜬 사람보다 과격하게 만든 것일까. 헌법재판소다. 헌재가 지난 5월25일 ‘특수학교나 중·고등학교에 준하는 교육기관에서 안마에 관한 교육과정을 마친 시각장애인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안마 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 교육을 마친 시각장애인에 한해 안마사 자격증을 준다’고 규정한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 3조가 위헌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지금도 먹고 살기 어려운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일반인들과 경쟁하라면 죽으라는 얘기가 아니냐며 항변하고 있다. 휴게텔이나 스포츠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과 어떻게 경쟁이 되느냐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번 판결을 ‘제2의 실명’이라고 부른다. 헌재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자에 대해 안마사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는 2003년 판결을 스스로 뒤집는 오락가락 행보를 했다.
최후의 보루인 법마저 외면하니 시각장애인들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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