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강재섭 추격 하는 다크호스 뛴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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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당권 경쟁 ‘4파전’ 될 듯…이·강 ‘양강’에 전여옥과 소장파 단일후보 도전장

 
포스트 박근혜’ 체제를 다투는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의 독주로 시작된 당권 레이스는 강재섭 전 원내대표의 참전으로 양강 체제를 이루었다. 여기에 후보 단일화를 통한 소장파 연대가 급부상하고 ‘리틀 박근혜’로 불리는 전여옥 의원이 다크호스로 등장하면서 4강 체제가 구축되었다.

이재오-강재섭 양강 체제가 구축되자 언론에서는 이를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리전으로 해석했다. 양 진영에서는 이를 부정하면서 두 대권주자와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당 관계자들은 선거 구도가 대리전 양상을 띠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둘의 각축전이 열린우리당 2월 전당대회와 비슷한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범 이재오 라인’과 ‘범 강재섭 라인’ 각축

라이벌 대권 주자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출사표를 던진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는 정동영-김혁규-임종석 후보 라인과 김근태-김두관-김부겸 후보 라인으로 나뉘어 각축했다. 한나라당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당 관계자들은 이재오-이방호-심재철로 이어지는 ‘범 이재오 라인’과 강재섭-강창희-이규택으로 이어지는 ‘범 강재섭 라인’이 각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써부터 양 진영의 샅바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선공을 한 곳은 범 강재섭 진영이다. 이규택 의원은 지난 6월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오 원내대표는 공정 경선을 위해 박근혜 대표와 같이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재오 원내대표와 함께 ‘국가발전연구회’ 소속인 심재철 의원은 지난 14일 몇몇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 민정계 인사가 당권을 잡으면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재섭 의원을 겨냥했다. 

‘이-강’ 구도에서 이재오 원내대표가 앞서고 있다고 분석하는 시각은 원내대표 프리미엄에 근거를 둔다. 하반기 국회 원 구성을 위한 상임위원장 배분과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를 하면서 표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배분이나 상임위 배치는 원망을 살 여지가 더 크다”라고 반박했다.

지방선거 지원 유세 과정에서도 이원내대표는 프리미엄을 얻었다. 피습당한 박근혜 대표가 병상에 있는 동안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했다. 이를 두고 당 관계자들은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여겼다. 지원 유세 기간에 이원내대표는 현 정부에 대한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자신이 ‘반노무현 대오’의 적임자임을 시위했다.

이재오 원내대표, 수도권에서 우위

이 원내대표가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는 인구 비례에 따라 선출된 대의원들의 투표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 표심이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이 원내대표 측에서는 아직까지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으로 내려가면 이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수도권과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강재섭 의원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 강의원과 연대하는 강창희 전 의원이 버티고 있는 충청 지역, 공천비리 수사 문제로 이원내대표와 구원이 있는 김덕룡 전 의원의 입김이 막강한 호남에서 수세이기 때문이다. PK(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원내대표 선거 러닝메이트였던 당 정책위의장인 이방호 의원이 함께 나서 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원내대표는 밑바닥 표심 관리로 이를 극복할 작정이다. 이대표의 밑바닥 표심 관리는 정치권에서 정평이 나 있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비며 밑바닥 표심을 다졌던 그는 탄핵 정국도 가뿐하게 극복했다. 이에 대해 고진화 의원은 “우리 지역구(영등포 갑) 대의원 중에서 내 전화를 안 받아본 사람은 있어도 이재오 원내대표 전화를 안 받아본 사람은 없다”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미래모임, 당권 경쟁의 주요 변수로 떠올라

이재오 독주 체제로 흘러가던 당권 레이스는 강재섭 의원의 등장으로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강의원을 구심점으로 해서 ‘반 이재오 연대’가 빠르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강의원의 등장으로 친박 계열 의원들의 행보가 쉽게 교통정리되었다. 당대표 출마설이 돌았던 맹형규 전 의원이 뜻을 접었고, 김무성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로 말을 갈아탔다.

 
강의원이 “내년 대선에서 TK가 정권교체를 위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TK 대망론’을 들고 나오자 지역 중진들 역시 모두 깃발을 내렸다.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고민하던 권오을·이해봉·이상배 의원 등 TK 지역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이나 시도당 위원장으로 진로를 바꿨다. 강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던 시절 수석 부대표를 맡았던 임태희 의원도 향후 행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강재섭 강창희 강삼재 '강삼 트리오' 행보에 주목

강의원의 부상과 함께 강재섭·강창희·강삼재, ‘강삼 트리오’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8년 ‘토니 블레어론’을 내세우며 이회창 후보와 대적한 이들은 이후로도 계속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충청권 대표주자로 출사표를 던진 강창희 전 의원과는 적극적인 ‘표 스와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삼재 전 의원의 경우, 7월 재·보선 준비에 바쁘지만 역시 PK 지역에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공천비리 문제로 물러나 있는 김덕룡 의원과 제휴하고, 당대표 경선을 준비하다 막판에 출마를 포기한 박희태 의원을 껴안을 수 있을지가 강의원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호남과 서울 지역, 그리고 범민주계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김의원은, 공천비리 수사 때문에 이원내대표에게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의 한 관계자가 “강재섭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절반은 김덕룡 의원 덕일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소장파와 중도 성향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미래모임’이 선출할 단일 후보도 당권 레이스의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53명과 원외 당원협의회장 26명이 참여한 ‘미래모임’은 15일 전체회의를 갖고 투표를 통해 대표 후보 한명을 내기로 합의했다. 1인3표의 투표(70%)와 여론조사 또는 전문가 평가단의 평가(30%)를 거쳐 독자 후보를 전당대회에 출마시킨다는 것이다.

'미래모임' 제2의 '오세훈 드라마' 노려

그런데 또 한 번의 ‘오세훈 드라마’를 연출하겠다는 ‘미래모임’은 다소 삐걱거리며 시작했다. 애초 함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생각’이 동참하지 않았고, ‘발전연’ 대표인 심재철 의원과 ‘초지일관’ 대표인 윤건영 의원 그리고 진영 의원이 빠져나가면서 위상이 작아져 사실상 ‘수요모임’과 ‘푸른모임’ 연합으로 축소되었다. ‘미래모임’에서는 현재 남경필, 권영세, 이병석, 임태희, 정병국 의원 등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미래모임’이 독자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 경선만 성황리에 치러낸다면 ‘이-강’ 양강 구도를 깨는 강력한 후보를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동력만 갖추면 충분히 반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모임’과 성향이 가까운 손학규 경기도지사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미래모임’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초 ‘수요모임’이 발의한 ‘미래모임’의 로드맵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 대망론, 40대 기수론, 중도 개혁론을 기본 코드로 하는 ‘미래모임’은 내년 대선에 독자 후보를 내고 내후년 총선을 거치며 당 주류 세력으로 발돋움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미래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원희룡 의원은 “가까이서 보면 잘 모르겠지만 항공사진을 찍어보면 한나라당 주류가 움직이고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 관계자들은 대표 경선 막바지에 이르면 ‘미래모임’ 단일 후보와 이재오 원내대표측 간에 ‘표 스와핑’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원들에게 인기 좋은 전여옥 의원, 다크호스로 꼽혀

전당대회에서 4강 구도를 형성할 마지막 주자는 ‘수퍼 초선’으로 불리는 전여옥 의원이다(00쪽 딸린 기사 참조). 비례대표 초선 의원임에도 모든 진영에서 전의원을 가장 위협적인 다크호스로 보고 있다. 1인2표제로 실시되는 이번 경선에서 당원들에게 인기가 좋은 전의원에게 두 번째 표가 몰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의원의 높은 인기는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확인되었다.

이 외에도 한나라당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당권 레이스에 속속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PK  지역을 대표해 정형근 의원이, 초선 모임을 대표해 진영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자민련 잔류 세력을 이끌고 합당한 김학원 의원의 출마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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