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우리는 월드컵 몰라요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6.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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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가는 길목에서 스위스를 만났다. 스위스는 1994년 이후 오랜만에 본선땅을 밟은 팀. 그러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스위스는 프랑스에게 지지 않았고 터키를 꺾고 올라온 강한 팀이다. 스위스는 평균 연령이 25년 4개월로 가나에 이어 두 번째로 젊은 팀이다. 스위스 축구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필립 센더로스, 발론 베라미 등 영건들은 청소년 대회에서 독일`잉글랜드`프랑스와 같은 강호들을 차례로 꺾어왔다.

결전을 앞둔 스위스의 바젤에 갔다. 바젤은 독일과 스위스의 국경 도시로 기차역도 두 개다. 독일 바젤역(Basel Bad BF)과 스위스 바젤역(Basel SBB)이 있다. 바젤은 취리히에 이은 스위스의 제2대 도시. 인구는 겨우 16만 여명이다.

 
바젤은 축구의 도시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와와 공동 개최하는 유로 2008 대회 개막전이 바로 바젤에서 열린다. 브라질도 월드컵 직전 바젤에서 평가전을 치렀다. 바젤은 축구 스타를 여러 명 배출했다. 토고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스트라이커 알렉산더 프라이가 고향인 FC 바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은 골기퍼 파스칼 추뵈르뵐러와 날개인 다비드 데겐, 수비스 파트릭 뮐러도 FC 바젤 선수다.

그러나 바젤의 풍경은 월드컵과 거리가 멀었다. 거리에서 국기를 찾아보지 못한 것은 물론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도 볼 수 없었다. 축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은 외국인 관광객뿐이었다. 오직 초콜릿 가게에서 월드컵을 기념해 초콜릿을 만들었을 뿐이다.

심지어 "월드컵이 열리는가"라고 묻는 스위스 사람도 있었다. 스위스 사람들에게 축구는 한 놀이일 뿐 민족주의 그런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중년 남자는 "축구는 젊은이들이 즐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상황을 듣고는 "그럼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기자가 7명에게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물었는데 오직 한 명만이 월드컵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전에 친구들과 거리 응원을 하겠다는 마르셀씨(22`은행원)는 "스위스는 20만에 가장 강한 팀을 가졌다. 아시아 최강 한국만 이기면 우승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바젤 시민들은 18일 폐막된 바젤아트페어에 관심이 높았다. 바젤아트페어에서 만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엔리코 포르넬로씨는 "소득이 올라갈수록 스포츠보다는 예술에 관심이 높다. 그것이 스위스가 월드컵에 관심이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올해 37년째 맞는 바젤아트페어는 미술계의 월드컵. 미술품 전시는 물론 지상 최고의 미술품 거래를 위해 대형 미술관과 큰 손들이 모였다. 5백대가 넘는 개인 전용기와 전세기가 바젤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피카소, 세잔, 폴 클리, 모네, 고흐, 칸딘스키, 르네 마그리트.... 한국 내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작품들이 즐비했다. 피카소 작품만 해도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전시중인 피카소 전시회와 비교할 수 없이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기자가 확인한 최고가는 2천4백만 달러(약 2천3백억원)짜리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이었다. 훔치고 싶은 작품만이 수 백 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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