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많은 흡연자, 만성폐쇄성폐질환 조심하라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www.enh21.org)
  • 승인 2006.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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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초로 유명했던 영국 태생의 미국 시인 오든(W. H. Auden)의 얼굴에는 굵은 주름이 가득했다. 오든을 잘 아는 사람들은 깊이 패인 주름에서 내면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겠지만, 담배를 문 그의 쭈글쭈글한 모습을 흡연과 주름을 다룬 기사에서 처음 본 사람들은‘담배를 많이 피면 얼굴이 저렇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흡연은 얼굴에 주름을 만드는 최고의 적이다. 체내로 들어온 담배 연기는 피부 세포를 파괴하는 효소의 생산을 독려하고, 피부의 주요 구성  성분이자 탄력을 유지해주는 콜라겐 생산을 방해한다. 그런데 그동안 피부 미용 측면에서 주된 관심이던 얼굴 주름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라는 질병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얼굴 주름도 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란 폐기종이나 만성기관지염으로 인해 체내 공기의 흐름이 막혀 산소 운반이 잘 되지 않는 질병이다. 증세는 수년에 걸쳐서 천천히 진행되고, 치료를 하더라도 대부분 원상태로 돌아오지 못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은 ‘의자에 묶여 꼼짝할 수 없다’ 혹은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것 같다’며 절망적으로 자신의 고통을 표현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께 COPD가 전세계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는 대기오염과 흡연이 꼽혔다. 그런데 학자들은 궁금한 것이 있었다. 같은 양의 담배를 피우더라도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리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점이었다. 학자들은 대기오염이나 흡연 외에 다른 요인이 관여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들의 짐작은 정확했다. 

 영국 ‘왕립 데번 & 엑스터 병원’의 연구진은 영국 케임브리지 지역의 78가구에서 45~70세 연령의 현재 및 기존 흡연자 1백49명을 모집하여 연구를 실시했다. 흡연 기간과 연령을 고려한 뒤 흡연과 얼굴 주름, 만성폐쇄성폐질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얼굴에 주름이 많은 흡연자는 주름이 없는 흡연자에 비해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린 비율이 다섯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 주름이 많은 사람들은 중증 폐기종에 걸린 비율도 세 배나 높았다. 얼굴에 주름을 만드는 요인이 만성폐쇄성폐질환 발생에도 관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폐기종이나 얼굴 주름이 각각 폐와 피부의 탄력 저하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이 가는 결과이다. 

 이번 연구는 유전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은 얼굴 주름이 많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는 얼굴에 주름이 많은 사람들은 금연을 실시해 조금이나마 만성폐쇄성폐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얼짱’ ‘몸짱’에 이어 ‘동안(童顔)’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담배를 끊지 않은 채 동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인간의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외모가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늘 당장 담배를 끊기를 바란다. 금연은 탱탱한 피부와 함께 덤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 발생 위험도 줄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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