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호텔에서 세상을 내 품 안에
  • 허용선(여행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 승인 2006.06.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화 유람선으로 즐기는 카리브 해 크루즈 여행

 
맑고 투명한 바닷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리브 해. 한때 해적선이 득실거린 이곳은 전 세계 크루즈 여행객 상당수가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다. 푸른 바다와 눈부신 햇빛, 처음 보는 기항지 섬들의 절경, 고급 호텔로 불려도 좋은 화려한 시설을 가진 크루즈에서 생활은 누구에게나 환상적이다. 해가 저물어 가는 저녁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크루즈와 바다를 바라보며 같이 간 사람들과 정담을 나눈 장면이 지금까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여름 카리브 해 크루즈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대한항공으로 워싱턴 DC까지 간 후 다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미국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까지 갔다. 마이애미는 카리브해 크루즈 선박이 출발하는 곳으로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온난한 기후와 짙푸른 바다, 끝없이 이어지는 흰 모래해변 등이 있어 크루즈 여행을 시작하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는 좋은 지역이었다.

다음날 오후 아주 넓은 선착장에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크루즈 승선 티켓과 여권을 맡기고, 짐을 항구 세관에 통과시키고 카니발 트라이엄프 호에 올랐다. 처음 본 엄청난 배의 크기에 순간적으로 압도당했다. 선박의 크기는 자그마치 12층 높이인데 선실로 내려가 보니 수많은 방들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아스라이 뻗어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살펴본 크루즈 승객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갑판 위 선베드에 누워 따사로운 일광욕을 즐기거나 헬스 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 갑판 위에 마련된 뷔페식 식사를 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품격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 갑판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거닐기도 하고,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의 연주를 듣는 사람, 갑판 위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가족과 더불어 수영을 즐기는 사람, 크루즈에서 열리는 인기있는 이벤트와 화려한 쇼 등을 찾아가 관람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나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선실이나 갑판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노라니 절로 행복함이 느껴진다.

크루즈에서 식사는 보통 아침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안락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아침 정찬은 8시부터이며 저녁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카리브해의 섬에서 나는 빨갛거나 노란 신선한 과일이 특히 맛이 좋았다. 크루즈에선 뷔페식의 경우에는 옷차림에는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품위있는 레스토랑에서는 꼭 정장을 해야 한다.

크루즈 여행을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주방에서 음식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크루즈의 식당가로 올라가면 일류 요리사들이 마련한 세계 각국의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양식, 일본식, 중국식 등 다양한 요리가 준비되어있다. 사전에 예약된 레스토랑에서는 웨이터가 극진하게 대접해주므로 한결 분위기가 좋다.

크루즈 여행에서 흥미로운 점은 모든 것이 무료라는 점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어도 돈 계산은 안하며 서빙하는 웨이터에게도 팁을 따로 줄 필요는 없다. 모든 음식이 공짜라는 점 때문에 하루에 4-5번의 식사를 하다가 갑작스런 과식에 배탈이 나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식사와 무알코올 음료는 무료지만 위스키나 맥주 같은 알콜성 음료는 직접 계산을 해야 한다. 크루즈를 타기 전에 일괄적으로 돈은 낸 것이지만 일단 배에선 모든 것이 무료라서 홀가분하다.

 
크루즈 여행을 즐겁게 하려고 하루 일정을 재미있게 짜야했다. 매일 아침 방으로 배달되는 일정표를 유심히 살피면서 크루즈에서 그 날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 중 볼만한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했다. 기항지 관광이 없는 날에는 하루 종일 배에서 머물러야 하므로 배안에서 여러 가지 레저 활동을 즐겼는데 크루즈 안에는 공연장, 도서관, 카지노, 면세점, PC방 등이 갖추어져 있어 시간을 보내는데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개 이른 아침 도착하는 기항지 관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배가 섬에 도착하면 내려서 일행과 함께 다닐 수도 있고, 돈을 내고 크루즈 회사에서 운영하는 옵션 관광을 할 수도 있다. 도착한 곳이 마음에 안 든다면 크루즈 안에 그대로 머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크루즈가 취항하는 곳은 대개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섬이나 항구 도시이기 때문에 승객 대부분은 크루즈 밖으로 나간다.

필자가 탄 배가 처음 도착한 기항지는 산후앙 섬이었다. 영어와 스페인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곳으로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의 수도이다. 산후안은 초대형 유람선이 자주 정박하는 곳으로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고성과 사적지가 많다. 다음 기항지는 세인트마틴 섬이었다. 제주도보다도 훨씬 작은 섬이지만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의해 관리되는 기묘한 섬이다. 해안에는 설탕가루처럼 고운 하얀 백사장이 널려있으며 으슥한 곳에서는 누드촌도 있어 방문자를 당황하게 한다. 내륙으로 들어서면 계곡과 능선을 타고 산을 오를 수 있으며 하이킹, 승마,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언덕에서는 과거 해적을 막기 위해 설치해놓은 녹슨 대포를 볼 수 있고 시내에는 카페, 레스토랑, 바  같은 위락업소들이 많다. 크루즈에서 내린 승객들을 위해 스노클 장비를 착용하고 아름다운 산호들이 깔려있는 바다 속을 들여다보거나 해변에서 쉬게 하는 반일 투어를 실시하기도 한다.

세번째 기항지는 미국령 버진제도에 속하는 세인트 토마스섬이었다. 이 섬은 카리브해와 대서양의 사이 푸에토리코의 동쪽 64Km에 위치하는데 카리브해에서도 손꼽히는 아늑한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1943년 콜롬부스가 두번째의 항해 때 발견해서 처녀섬이라는 뜻을 가진 버진아일랜드라고 명명했다. 수도는 샤롯트아마리인데 17세기 유럽 열강들이 이곳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접전을 벌렸다고 한다.

남들이 해보지 못한 좀 더 특별한 경험을 위해 최근 크루즈 여행의 관심도와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크루즈 여행은 호텔의 안락함과 관광의 재미를 모두 갖춘 여행이다. 원래 30일 이상 코스로 운영되고 값도 비싸 돈을 모아 노년에 가는 여행이라는 의미에서 ‘최후의 여행’이라고 까지 불리었으나 요즘에는 1주일 정도의 짧은 코스가 많이 개발되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어 한층 그 수요가 넓어질 것으로 느꼈다.

낭만과 여유 가득한 크루즈 여행 명소

 
#제주에서 타는 한중일 크루즈
2006년 7월부터 한국·중국·일본을 연결하는 한중일 크루즈 노선이 생겨 제주에서도 타고 내릴 수 있다. 승객 1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2만8천5백톤급의 코스타 알레그라호를 타고 가는 노선이다. 크루즈 선내에는 객실 외에도, 다양한 레스토랑과 대극장, 볼룸, 휘트니스 센터와 스파, 수영풀, 카지노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한국인 코디네이터가 선내에 상주해 크루즈가 처음인 승객도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알래스카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크루즈 지역은 시원한 빙하와 깨끗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알래스카 노선이다. 높이 4300미터 이상을 자랑하는 19개의 산봉우리와 3천개 이상의 강, 3백만 개 이상의 호수를 만날 수 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크루즈이기도 한 알래스카 여행은 벤쿠버에서 출발해 앵커리지에 도착하는 일정이거나 반대로 앵커리지에서 출발해 벤쿠버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벤쿠버에서 출발해 벤쿠버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도 있는데 대개 7박 일정이다. 알래스카 크루즈는 5월~9월에만 가능하다.

#카리브해
카리브 해에 떠있는 수백 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코스를 따라가는 여행이다. 일반적으로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나 포트 로더데일에서 출발해 카리브의 섬을 순항한다. 이 노선은 1년 내내 크루즈 여행이 가능하다.

#에게해
그리스에서 터키의 서부연안에 이르는 에게해를 돌아보는 코스. 주로 아테네 근처의 피레우스 항에서 출발하는 에게해 크루즈는 그리스 섬과 터키 지역을 중심으로, 넓게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지역까지 운항하기도 한다. 이 크루즈 노선은 2월말~11월초에 할 수 있다.

#북유럽
국토의 대부분이 산과 빙하로 이루어진 노르웨이와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러시아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주로 스톡홀름, 코펜하겐, 암스테르담, 영국에서 출발하며 넓게는 북극해의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의 알레순드까지 운항되기도 한다. 크루즈 여행으로는 7월~8월에만 갈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