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정란 의원’이 되리라”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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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 비례대표 의원들, 지역구 출마 위해 벌써부터 구슬땀

 
상임위원장과 상임위 배분 등 하반기 국회를 위한 원 구성을 마친 17대 국회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그런데 벌써 18대 국회를 준비하느라 발걸음이 분주한 이들이 있다. 바로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정당 대부분이 당헌 당규로 비례대표 연임을 금지하고 있어 국회의원 배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에 둥지를 틀기 위해 용트림을 하는 동안 과감히 용퇴를 결정한 소신파 의원들도 있기는 하다. 열린우리당 조성래 의원과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대표적이다. 둘 다 현업으로의 복귀 의사를 밝혔다. 17대 회기가 끝나면 조의원은 변호사로 법정에, 박의원은 교수로 강단에 다시 설 예정이다.

'머리품' '말품' '발품' 팔아야 재선 꿈 꿀수 있어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를 정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역  의원이나 지역 당원협의회장의 집중적인 견제를 버텨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 공천을 받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머리품’ ‘말품’ ‘발품’ 등 직접 품을 파는 것이다.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하거나, 언론 플레이를 잘하거나, 아니면 열심히 지역구를 다져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공법보다는 당권주자에게 낙점받는 편법이 선호되는 것이 정치권의 현실이다.

17대 국회의 특징은 지역구 의원은 남성 의원이 많고 비례대표 의원은 여성 의원이 많은 ‘남지여비’ 현상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성비 불균형을 깨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사람은 바로 열린우리당 여성 의원들이다. 서울에 집중 출마해 강금실 전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일으키다  만 여풍을 이어갈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현재 서울에서는 이경숙 의원이 영등포 을(권영세·한나라당)에, 김영주 의원이 영등포갑(고진화·한나라당)에, 박영선 의원이 서대문을(정두언·한나라당)에, 이은영 의원이 용산(진영·한나라당)에, 유승희 의원이 종로(박진·한나라당)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특히 광명시 시의원 출신의 유승희 의원은 광명 출마가 점쳐졌으나 막판에 정치 일번지인 종로로 선회했다.

열린우리당 '독수리 5자매' 서울에서 한나라당 스타군단에 도전장

그러나 서울에서 출사표를 던진 열린우리당 ‘독수리 5자매’는 쉽지 않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역풍을 뚫고 서울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들인 만큼 인물경쟁력을 갖고 있고 성향 또한 대부분 중도개혁적이어서 선명한 전선을 형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경기도 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미 의원은 일산구 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의 사퇴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직을 승계한 김영선 의원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부총장 출신의 박명광 의원은 애초 고향인 충남 홍성·예산(홍문표·한나라당)에 출마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대학이 속한 동대문 을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불꽃 튀는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부평 지역에서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의원 활동을 했던 홍미영 의원은 부평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병호·최용규 등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어 갈등이 예고된다. 두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홍의원이 인천시장 예비후보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긴장하기도 했다. 청주대 무용과 교수 출신인 강혜숙 의원은 청주 출마가 점쳐지고 있지만 역시 현역 의원들이 전부 열린우리당 소속이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정덕구 의원은 충남 당진에, 장복심 의원은 전남 순천에서 공천을 받으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시 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원호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부산의 북·강서 을(허태열·한나라당)에서 출마해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한나라당 비례 의원은 지방에 주로 출마할 예정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서울 지역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이는 반면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 이외 지역에 몰리고 있다. 서울에서는 이군현 의원이 동작 을(이계안·열린우리당)에, 고경화 의원이 마포 갑(노웅래·열린우리당)에, 이계경 의원은 송파 병(이근식·열린우리당)에 출마하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출마 예상자 중에서는 특히 중앙대  출신인 이군현 의원이 동작 을에 일찌감치 사무실을 열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계안 의원이 서울시장 예비경선에 나와 선전하고 언론이 주목함으로써 어려운 싸움이 예고된다. 이군현 의원측은 이계안 의원이 김근태 의장 비서실장으로 중용되면서 더욱 긴장하고 있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박찬숙 박순자 안명옥 의원이 여성의원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박찬숙 의원은 수원에서 남경필 의원 지역구(수원 팔달구)를 피해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배일도 의원과 박순자 의원은 각각 거주지인 경기도 남양주시와 경기도 안산시에서, 인천이 고향인 안명옥 의원은 인천 중구나 남구에서의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북 고령이 고향인 윤건영 의원과 울진이 고향인 송영선 의원은 고향 출마설이 나오고 있지만, 현역 의원과 교통정리가 되지 않을 경우 대구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성북교육청 교육장 출신으로 성북구 출마가 점쳐졌던 김영숙 의원은 충북 보은-옥천-영동(이용희·열린우리당)에, 진수희 의원은 대전 서구에 출마하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역시 같은 당 현역 의원과 부딪칠 비례대표 의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여옥 의원이 영등포 갑을 놓고 고진화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서초 갑을 두고 이혜훈 의원과 황진하 의원이 경기 파주시를 놓고 이재창 의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전여옥 의원이 대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등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각축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들, 지역구로 총출동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고향인 경북 영주(장윤석·한나라당)에서 출마 가능성이 높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에 와서 같이 남녀 공동대표나 하자”라고 농을 걸 정도로 지역에서 인기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중에서 김종인 이승희 김홍일 의원의 지역구 출마 가능성은 높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영길 의원을 제외하고 전부 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성되어 ‘비례정당’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개척을 위해 비례대표 의원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심상정 의원만 아직 숙고 중이고 대부분 지역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기갑 의원과 현애자 의원은 출마 지역에 후원회 사무실까지 연 상태다. 

단병호 의원은 경북 포항북구(이병석·한나라당)에, 울산 동구청장을 거쳤던 이영순 의원은 울산 동구(정몽준·무소속)에, 천영세 의원은 고향인 충남 당진(김낙성·국민중심당)에, 부천시의회 의원 출신인 최순영 의원은 부천(지역구 미정)에, 강기갑 의원은 경남 사천(이방호·한나라당)에, 현애자 의원은 제주 서귀포-남제주(김재윤·열린우리당)에, 노회찬 의원은 강서을(노현송·열린우리당)에 출마하는 것이 거론되고 있다.

16대 국회 비례대표 생존율, 15% 이내

흔히 정가에서는 지역구 의원을 ‘유정란’으로 비유하는 반면 비례대표 의원은 권력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정란’으로 비유하곤 한다. 무정란에서 유정란으로 형질 변경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46명 중 17대 국회에 지역구로 출마해 당선된 의원은 이미경·오영식·조배숙·이한구·김영선·박창달 의원 등 여섯 명에 불과했다. 18대 국회에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형질 변경 의원을 배출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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