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모임’ 연출자는 ‘박삼 트리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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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박계동·박재완 의원, 간사 맡아 ‘단일 후보 경선 드라마’ 흥행 이끌어

 
이번 한나라당 미래모임이 제작한 단일후보 경선 드라마의 출연자는 주연 권영세, 조연 남경필 임태희 의원이었다. 이들은 박빙의 승부를 통해 미래모임 단일후보 경선을 흥행시켰다. 무난히 경선이 끝나고 별다른 잡음 없이 단일후보를 선출하면서 이 드라마를 연출했던 의원들에게도 관심이 옮아가고 있다.

1백14명의 거대 모임을 연출한 연출자는 바로 박형준·박계동·박재완 의원이다. 각각 수요모임·발전연·푸른모임 소속인 이들은 간사 역할을 맡아 긴밀히 협조하며 미래모임이라는 거대한 중도개혁 세력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모임 내에서는 이들 세 명의 의원을 강재섭·강창희·강삼재 등 한나라당 내 보수정치를 상징하는 ‘강삼 트리오’와 견주어 중도개혁 세력을 대표하는 ‘박삼 트리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는 '강삼 트리오', 뜨는 '박삼 트리오'

박형준 의원은 한나라당 소장파가 최소공배수 정치에서 최대공약수 정치로 형질 변경을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박의원이 수요모임 대표로 선출되면서 다소 불편한 관계에 있던 발전연과 ‘선린 외교’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소장파-비주류 연대는 데탕트(긴장 완화)를 형성하고 당 혁신안 문제 등 당내 현안에 보조를 맞춰가기 시작했다. 박의원은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장파-비주류 연대의 첫 번째 작품은 이재오 원내대표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당 혁신안을 변경하려 했던 김무성 의원 대신 소장파 의원들은 이재오 의원을 지지했다. 두 번째 작품은 김문수-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를 이룬 것이었다. 남의원이 김의원에게 전격적으로 양보함으로써 단일화가 성사되었다. 세 번째 작품은 오세훈 전 의원을 영입해 서울시장 후보로 세운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박형준 의원과 보조를 맞춘 발전연측 간사는 박계동 의원이었다. 함께 ‘당 혁신안 사수 대오’를 형성하는 것부터 신뢰를 회복한 이들은 오세훈 후보 영입 때 환상의 콤비였다. 박계동 의원이 ‘외부 영입론’을 들고 나와 분위기를 띄운 다음, 박형준 의원이 오세훈 전 의원을 설득해 경선에 참여시켰다. 박의원은 특히 새로운 구도를 짜는 데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한나라당은 상상력이 부족하다. 앞으로 미래모임 틀 안에서 무한한 상상력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박재완 의원, 매끄러운 사회로 토론회 분위기 잘 이끌어

지방선거 이후에는 푸른모임이 가세하면서 소장파-비주류 연대가 삼두마차 체제를 형성하게 된다. 푸른모임에서는 박재완 의원이 간사로 나서서 큰 역할을 했다. 몇몇 의원을 직접 미래모임에 이끌기도 했던 그는 특히 끝장 토론의 사회를 보면서 적절한 유머를 곁들여 자칫 경직될 수 있는 토론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번 단일후보 경선에서 임태희 의원이 불과 0.43점이라는 간발의 차이로 3위에 그쳤음에도 재검표를 요구하지 않고 깨끗이 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박의원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러기 아빠’인 박의원은 일이 많으면 의원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일벌레다. 이번에도 경선 과정의 소소한 업무까지 도맡았다.

미래모임 의원들은 이들 세 의원이 중재자로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로 자리 욕심이 없었던 점을 꼽는다. 본인이 당직을 맡으려 하거나 선출 직에 나서려는 욕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들의 중립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것이다. 박계동 의원은 “정치인 중에는 판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공을 세우는 사람이 있다. 각자 자기 성향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해 이들 ‘박삼 트리오’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박형준 의원은 “선출된 후보를 경선장까지 잘 ‘운반’해서 수평적 연대의 파괴력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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