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분통·고통·침통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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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리포트] 소장파 단일 후보 경선 패배·음모론 유포·원내대표 출마 권유받아 ‘곤혹’
 
‘오풍(오세훈 바람)’을 업고 거침없이 내디디던 한나라당 소장파 행보가 주춤거리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우면서 더 머뭇거렸다. 전당대회 소장파 단일 후보로 나온 권영세 의원이 맥을 못 추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 ‘그럼 그렇지’라는 말이 나왔고, 한동안 사라졌던 소장파를 비꼬는 사자성어, ‘용두사미’가 다시 등장했다.  

유력 후보였던 남경필 의원이 미래모임 경선에서 낙선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소장파 세가 꺾였다고 본다. 한쪽에서는 음모론마저 돌았다.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 작업한 결과라는 내용이다. 친박 의원들은 펄쩍 뛰고 있지만, 수요모임은 심증을 넘어 확신했다. 수요모임 관계자는 “그동안 소장파라고 보기에 부적절한 주류 쪽 의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다. 특정인(남경필)을 배제하기 위한 물타기 전술을 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전을 펴도 너무 심하게 폈다”라고 말했다. 모든 게 내 탓으로 돌리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음모론에 대해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남의원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소장파의 큰 그림은 어그러졌다. 수요모임을 주축으로 한 소장파는 남경필 의원을 지도부에 진입시켜 오풍을 잇고, 내처 대권 후보로 원희룡 의원을 내세우는 큰 구도를 그렸었다.

수요모임을 주축으로 한 원조 소장파 의원들은 7월11일 전당대회 결과를 지켜본 뒤, 다시 한 번 대오를 가다듬을 태세다. 기점은 7월13일 원내대표 경선이다. 7월11일 전당대회 결과를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여차하면 남의원을 원내대표 주자로 내세울 작정이다. 한 소장파 관계자는 “오세훈 바람으로 변했던 한나라당이 당권 경선 과정에서 다시 후퇴했다”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색깔론과 대권주자 줄 세우기를 염두에 둔 비판이다. 

이런 한나라당의 후퇴를 드러내기 위해서 소장파 대표 주자를 원내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되었다. 그럴 경우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비록 소장파 주자가 패하더라도, 그 자체로 혁신 운동의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수진을 쳐야 할 당사자는 곤혹스럽다. 원내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남경필 의원은 “미래모임에서 논의를 해보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7월7일 현재 김형오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고,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 의원에게 패한 김무성 의원이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안택수 의원도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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