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똑똑 떨어지는 날 ‘살금살금’
  • 최내현 (미디어몹 편집장) ()
  • 승인 2006.07.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요일 선택 ] 설악산 가야동 계곡
 
세상에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많다. 다이어트의 적 초콜릿 케익, 새벽 한 시의 라면, 건강에 나쁘다는 담배, 점심 식사 후의 단잠, 그리고 비 오는 날의 계곡 산행….
비가 올 때는 급격히 물이 불어나므로 계곡 산행은 삼가라, 따위의 산행 원칙이 있다. 하지만 비 오는 날 계곡길을 걷고 있으면, 방수복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의 그다지 상쾌하지 못한 느낌에도 나 자신이 산의 일부가 된 듯하다. 흐르는 물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그란 빗방울의 흔적이 최면을 걸어오는 기분이다. 그 최고의 장소는 설악산 가야동 계곡이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사이에 위치한 가야동 계곡은, 설악산의 다른 계곡과 달리 비교적 평탄하고 철제 구조물도 없다. 찾는 이들도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계곡물을 수십 번 건너야 하므로 비가 많이 올 때는 절대! 절대로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 조금씩 빗방울이 듣는, 그런 날이면 좋다. 골짜기에 가득한 하얀 운무, 눈앞에 드러나는 거대한 바위 벽, 절벽 아래 유유히 흐르는 물, 온 산에 가득한 빗소리,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위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하지만 정말로 주의하자.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구곡담이나 오세암길 등 잘 정비되어 있는 주변 큰 등산로로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