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 FTA 운명 가르는가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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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TA 유지 내건 우파 후보 당선…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영향 줄 수도

 
미국 대통령선거를 제외하면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대통령선거 결과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지난 7월2일 끝난 멕시코 대통령선거는 다르다. 국내 현안과 맞물려 멕시코 대통평선거 결과는 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심을 모았다.

7월2일부터 7월8일까지 치러진 멕시코 대통령선거개표 상황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변화 무쌍했다. 7월3일 첫 개표 때는 집권 여당 국민행동당 후보가 중도 좌파 성향의 야당 민주혁명당 후보를 1%(40만 표) 앞선 것으로 발표되었다.

민주혁명당 로페즈 오브라도르 후보는 개표 과정에 부정이 있다고 주장하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7월5일, 첫 개표 때 집계하지 않았던 3백여 만 표를 개표한 결과 거꾸로 오브라도르 후보가 국민행동당 펠리페 칼데론 후보를 2%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멕시코 선관위는 최종 개표 결과 칼데론 후보가 승리했다고 발표했지만 오브라도르 후보는 이에 불복하며 선거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로페즈 오브라도르 후보는 원주민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대선 직전까지 멕시코시티 시장을 역임했다. 펠리페 칼데론 후보는 미국 하버드 대학을 나온 법조인 출신이다. 두 사람의 정책은 크게 달랐다. 오브라도르 후보가 내선 구호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가난한 자에게 우선권을’이었다. 반면 집권 여당 펠리페 칼데론 후보의 선거 슬로건은 ‘멕시코를 외국 투자자들의 천국으로 만들겠다’였다.

지구 반대편 나라의 대통령선거 결과가 한국 경제에 중요했던 이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다. 7월10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본협상을 앞두고 시민 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상자 기사 참조). 멕시코는 이미 1994년 미국과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이하 나프타)을 맺은 바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나프타 사례가 거론되곤 했다.

멕시코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로페즈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나프타 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 펠리페 칼데론 후보는 나프타를 유지하고 미국과의 자유무역을 더 확대해나갈 것을 천명했다. 그렇다면 선거 결과는 나프타의 운명뿐만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경제계는 나프타 협정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에 기겁하는 표정이다. 로페즈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에 미국 주식 시장까지 곤두박질쳤다. 나프타 옹호론자들은 1994년 협정 체결 이후 멕시코의 대 미국 교역 물량이 세 배 이상 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나프타 재검토론자들은 지난 10여 년간 멕시코 농민 사회가 몰락하고 농민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통계에 따르면 나프타 협정 체결 이후 최소 멕시코 농민 30%가 실업자가 되었다. 이는 2백80만명에 해당하는 인구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단정 짓기는 쉽지 않지만 자유무역협정이 멕시코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23일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멕시코 대선 : 경제 이슈에 대한 배경>이라는 시사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제정책연구센터는 비정치적인 두뇌 집단인데, 노벨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로버트 솔로 등이 자문위원으로 있다.

“나프타 체결 후 멕시코 경제 취약해졌다”

이 보고서는 칼데론 후보와 로페즈 후보 양측의 정책을 소개하고 비교하고 있는데 특히 나프타 협정과 관련한 내용이 흥미롭다. 자유무역협정 지지론자들은 1994년 나프타 체결 이후 멕시코 경제가 외형적으로 성장한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멕시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남아메리카 전체 국가의 성장률이 두 배나 더 높다. 멕시코 경제 성장률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못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1980년대 이후의 장기 불황 때문인데, 이 문제가 나프타 등으로 개선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분명한 것은 멕시코 경제가 미국 경제와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1994년 이후 멕시코의 경제활동 지수 움직임이 정확히 미국의 경제활동 지수를 따라가고 있다고 도표를 보여주며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2001년 주식 시장 거품 붕괴로 불황에 빠지자 멕시코도 덩달아 상황이 나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보고서는 멕시코가 외부 충격에 무척 취약한 구조가 되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사실 멕시코 경제의 최대 현안 문제가 미국의 경제 불안정(부동산 거품·재정 적자)에 너무 휘둘린다는 사실은 이 연구소만 지적한 것이 아니다.

한편 국정홍보처는 멕시코가 나프타체결 이후 여러가지 사회 부작용을 안게 되었다는 비판에 대해 7월5일 발표한 국정 브리핑에서 “빈곤층의 증가나 사회 양극화 현상은 세계화·정보화·고령화 과정에서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으로 자유무역협정 체결국과 미체결국 간에 특별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멕시코에서 산업별·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이 일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는 나프타가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는 나프타 이전의 산업 구조 조정의 미흡과 나프타 이후의 이익·피해 집단 간 이해 조정 실패라는 정책적 문제도 판단된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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