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의 리듬에 홀려 태양을 향해 쏴라
  •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
  • 승인 2006.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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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외
 

한 사람의 음악 애호가로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을 때가 오면 늘 통장 잔고를 확인해야했다. 7월 말과 8월 초의 황금의 바캉스 시즌 계획을 짜기 위해서였다. 오죽이나 수입이 옹색하면 잔고를 보고 계획을 짜느냐, 비웃을 수도 있지만 말했듯이 음악 애호가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록 페스티벌의 불모지다. 아니, 록의 신에게 저주 받은 나라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의 우드스톡‘을 표방하며 휘황찬란하게 개최됐던 19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20년만의 폭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 따라서 일본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후지록 페스티벌이나 써머소닉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그러나 티켓 값은 고사하고 항공권에 체류비도 만만찮다. 게다가 일본에 간 김에 희귀 CD들도 사야 하고 식도락질도 좀 해주려면.... 그래서 잔고를 확인해야 했고 언제나 한 숨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올해만큼은 그런 누추한 짓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7월28일부터 30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이다. 스트록스, 프란즈 퍼디넌드, 플라시보, 블랙 아이드 피스, 드래곤 애쉬, 스노우 패트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쟁쟁한 밴드들이 사흘 동안 한 자리에서 실컷 공연을 펼친다. 1999년만큼 비가 와도 끄떡없는 지붕이 달린 무대가 호주에서 인천까지 공수되니 악몽의 재현도 없을 것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사흘 동안 30여 팀의 무대가 이어지고 나면 해 뜰 때까지 DJ들이 음악을 틀어대며 춤판을 벌인다. 일상에서 탈출한 청춘들이 모인 텐트촌에서 술판을 벌이며 한 시대의 한 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낯선 이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월드컵 때 오프사이드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선수들의 발놀림에 일희일비할 수 있었듯 최신 음악의 흐름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격정의 여름을 선물로 받아 안고 8월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외한에게도 자신의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는 수만 명의 에너지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축제란 그저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즐거운 게 아니던가.

페스티벌을 향해 달려가는 차안에선 뭘 들어야할까. 여름이기 때문에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비치 보이스다. 비치 보이스를 빼놓고 바캉스 음악을 논한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일까? 어쩌면 인류가 ‘바캉스’라는 단어에 설렜던 건 비치 보이스가 탄생한 이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치 보이스 야말로 여름의, 여름을 위한, 여름에 의한 음악만을 들려줬던 팀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Surfing U.S.A'를 한 번도 듣지 않고 여름을 지낼 수 있었다면 그는 북극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에스키모임에 틀림없다.

특히 그들의 초기 앨범인 <Surfin' Safari>와 <Surfin' U.S.A>는 말 그대로 서핑 뮤직의 보고다. 모든 노래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캠프 파이어의 불꽃이 어른거리며 해변을 질주하는 남녀들의 하얀 미소가 보인다. 그러나 ‘Surfing U.S.A’를 유피의 ‘바다’, DJ DOC의 ‘여름 이야기’ 쿨의 ‘해변의 여인’과 4종 세트로 인식할만큼 지겹게 들었다면? 물론 대안은 있다.

그것도 따끈따끈한 음악이다. 영국 글래스고 출신의 포크록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은 최신작 <The Life Suit>에서 비치 보이스의 정서를 동시대적으로 표현한다. 서핑 뮤직은 하나도 없지만 그 이상으로 발랄하고 쾌활하다. 불황에 격무가 겹쳐 휴가를 떠나지 못할지라도 ‘Another Sunday’ ‘The Blues Are Still Blue’같은 노래들과 함께라면, 고층 빌딩 옥상에 올라가서라도 선탠을 하고 싶을 것이다.

추울 때는 가슴으로, 더울 때는 몸으로 음악을 듣는다. 청춘의 계절인 여름, 살갗을 그을리는 햇볕에 녹아 음악은 몸과 하나가 된다. 펜타포트 페스티벌과 함께 하는 올 여름은 더욱 그럴 것이다. 언제나 든든한 비치 보이스와 그 뒤를 받칠 벨 앤 세바스찬도 있다. 무엇이 두려우랴. 태양을 향해 쏴라. 귀찮은 잡무 따위는 파라솔 아래 던져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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