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지금 달콤한 마약에 빠졌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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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의원 인터뷰/“강재섭 대표, 사과할 일 많아”

 
남경필 의원에게 2006년은 혹독했다. 경기도지사, 당대표 최고위원,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양보와 예선 탈락과 불출마 과정을 거치며 모두 무산되었다. 출세 가도를 달리던 그의 정치 인생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소장 개혁파의 대표 주자로서 예비 후보로 나서는 등 이번 전당대회에 깊이 관여했던 남의원으로부터 관전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지난 대표 최고위원 경선 과정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신임 지도부에게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경기도지사, 대표 최고의원, 원내대표 모두 좌절되었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는 당에 훨씬 필요한 분이 ‘서민 도지사’라고 생각했다. 김문수 의원은 서민적 정치인이 아니라 서민 그 자체다. 그분이 지금 한나라당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포기했다. 원내대표는 심각하게 고려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당대표가 되어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집권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더 자숙하고 공부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모임 대표경선 과정에서 작전 세력의 개입으로 남의원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동의하는가?
내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 부분은 나도 반성해야 한다. 처음 미래모임을 시작하면서 노선의 동의를 받고,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에게만 멤버십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 세 불리기로 성격이 변질되었다. 작전 세력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단오하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끊었어야 했는데, 나 또한 유혹에 빠져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어와 투표해달라고 부탁했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조차 스스로 구태를 보였다. 그것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뼈아프고 후회하는 부분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선 승리의 필요 조건인 당 화합이 깨졌다고 본다. 대리전에서 깨진 당의 화합을 치유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충분 조건은 중도 및 건전 보수 세력이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인데, 아예 여지도 없어졌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는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두 가지는 용서해서도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된다. 바로 당 내에서 색깔론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의 금도를 넘어섰다. 색깔론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규정하고 득표하기 위한 전략인데, 이는 군사 정권·독재 정권 때에나 있었던 일이다. 색깔론을 제기한 쪽이 당대표가 되고 주류가 된 것을 국민이 보면, 한나라당에서 과거 군사 정권, 권위주의 모습을 그대로 떠올릴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절절한 반성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대국민 사과 및 약속 없이는 지금의 당 지도부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무엇인가?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쪽과 함께 하려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지만,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내놓고 대리전이라 선언하고 그것을 득표 전략으로 삼은 것은 문제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이 갈등을 조장하고 편 가르기를 한다고 비판했는데, 이번에 한나라당이 그랬다. 친박과 반박으로 편을 가르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박 전 대표 측근이 이것을 선거 전략으로 이용했다. 당대표 후보도 나서서 대리전 선언을 하지 않았는가? 그 부분은 스스로 지도자의 길을 포기한 것이다. 단순 득표 전략으로 치부하고 잊어버리거나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분당론까지 나오고 있는데?
분당론은 아직 빠른 이야기다. 한나라당은 이인제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에 분당론을 꺼내면 역적처럼 취급된다. 이대로 마음이 찢어진 채 서로 결합하지 못하고 당을 이끌어 나갈지, 화합해 끌고 나갈지는 전적으로 지금 지도부의 몫이자 책임이다.

이재오 대표 연설 도중 자리를 이동한 박근혜 전 대표의 행태에 대해서 말이 많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보여줬는지 모른다. 측근이 아니라 박대표가 직접 말해줬으면 좋겠다. ‘감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유념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 선수 지단이 이탈리아 선수를 박치기한 것을 해명했듯이 박대표도 직접 진실을 밝혀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추측은 필요 없다.

박 전 대표가 왜 그랬다고 보는가?
시작은 이명박 전 시장의 발언이다.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을 갖고 증폭시킨 것은 박 전 대표 측근들이었다. 측근들이 박대표에게 이명박 시장 쪽과 관련해 편향되고 부풀린 정보를 넘겼을 것이다. 유승민 전 비서실장이 얘기한 ‘박대표가 몹시 격앙되어 있다’ 발언, ‘이래서 공정한 경쟁이 되겠는가’라는 박 전 대표의 발언, ‘이건 대리전이다’라는 강재섭 후보의 발언, 이런 것들이 판을 대리전으로 몰고 갔다.

 
박 전 대표의 측근에게도 문제 제기가 많은 것 같다.
측근들의 행태 중에 말을 전하면서 증폭시키고 그것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려는 모습이 ‘반 한나라당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측근들은 울타리를 쳐놓고 울타리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한다. 인의 장막을 치는 것이다. 2002년의 악몽이 재연될까 두렵다. 그때와 인물도 비슷하고, 민심과의 소통은 물론이거니와 당내 의원들조차 보호막을 치는 모습도 비슷하다. 그때 ‘이심’을 사칭했듯 지금 ‘박심’을 사칭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등장한 보수 편향의 지도부가 대선에 약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독이라고 보는가?
현재의 편향성은 결코 약이 될 수 없다. 독을 선택한 것이다. 색깔론과 대리전에서 알 수 있다. 이것들은 달콤한 마약이지만 결국 당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약에 손을 댄 것이다. 이 마약을 끊어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은 도핑 테스트를 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가 나올 것이다. 미래모임과 수요모임이 전당대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정리할 것이다. 이런 결과가 왜 나왔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평가하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제는 집토끼(기존 지지층)의 몸집이 커졌으니 굳이 산토끼(한나라당 비지지층)를 잡을 필요가 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분들(지도부)도 집토끼, 산토끼 모두를 잡아야 한다고 말은 한다. 그런데 그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했는지는 모른다. 산토끼를 잡으려면 몸을 가볍게 하고 산을 뛰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집에 앉아 산토끼더러 오라고 그러면 오나. 집토끼는 곁을 떠나지 않는다. 현재 한나라당에 집토끼는 국민의 30%이다. 산 넘어 다른 집토끼 또한 30%이다. 나머지 40%의 산토끼를 어떻게 잡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잡자고는 하면서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색깔론을 펼치면서 어떻게 산토끼를 잡겠는가?

미래모임이 건강 다이어트를 실시해 거품을 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해체론도 등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모임을 갖고 전당대회를 자체적으로 반성하고 평가하자고 제안했다. 대선에서 두 번 진 후 반성하고 평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전당대회 결과의 평가를 해야 이번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는다. 지금 리모델링과 재건축 이 두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방법론의 차이라고 본다. 정신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미래모임이 거둔 성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동안 소장 개혁파 세력들이 함께 하다가 중도 그룹까지 세력이 넓어졌다. 기존에는 원내 의원들만의 모임이었으나 이번에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과도 교류하기 시작했다. 고립되지 않고 외연을 넓혀가며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가진 정치 결사체로 거듭나야 한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없는가?
내가 당대표에 출마했다면 친박, 반박 구도의 대리전이 아닌 개혁 대 안정, 집토끼 대 산토끼, 미래 대 현재의 구도로 끌고 갔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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