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선 필패의 길 걷는가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7.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 과거 회귀적 지도부 구성으로 위기 자초” 비판 높아

 
7월11일 열렸던 한나라당 전당대회 결과에 대구·경북(TK)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은 요즘 무척 고무되어 있다. 유력 대선주자 두 명(박근혜 이명박)과 함께 당대표까지 TK 출신이 된 것은 TK 세력이 국민들로부터 재평가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이르지만 ‘TK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다. TK 세력이 ‘잃어버린 15년’을 보상받고 정권을 재탈환하기 위해서 선봉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는 이를 정반대로 해석하는 의원도 많다. TK가 대권과 당권을 독식한 것의 견제 심리로 ‘반 한나라당 연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 일변도로 꾸려진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한 당 관계자는 “마치 민정당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강재섭 의원·강창희 전 의원·정형근 의원이 최고위원을 맡은 것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권노갑·한화갑·박지원이 하는 것과 똑같다”라고 비꼬았다.

"한나라당은 대선 필패 시나리오 대로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에서는 이남영 교수(숙명여대·정치학)가 제시한 ‘한나라당 대선 필패 시나리오’가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소장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교수는 “한나라당은 내부 분열로 분당하게 된다. 그러면 이명박 전 시장도 당선될 수 없다. 한나라당 후보도 진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두 대권주자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진 이번 전당대회 경선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조기 분당론’까지 나오면서 “혹시 그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 아니냐”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난 후 이교수는 전당대회 결과가 ‘진보에 대한 실망 심리’를 ‘보수에 대한 경계 심리’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결과는 완전한 미스 캐스팅이다. 한나라당을 위해서는 앞에 나와서는 안 될 인물들이 출마했다. 반 한나라당 연대를 끊기 위해서라도 당내 과거 회귀 움직임은 막아야 한다. 내부에서 치열한 이념 투쟁을 일으켜 변화와 개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신임 강재섭 대표 체제의 ‘색깔’을 가늠할 계기는 인적 청산 문제가 될 것이다. 전임 지도부에서는 ‘부자 몸조심’을 위해 최병렬·홍사덕·강삼재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막았다. 최연희·박성범 의원은 당적을 버리도록 했다. 그러나 김덕룡 의원은 아직 매듭을 짓지 못했다. 강대표가 김의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을 모은다. 김의원이 서울과 호남 원외 위원장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해 강대표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