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의 외침 “나, 완전히 새 됐어!”
  • 김재태 기자 (jaitai@sisapress.com)
  • 승인 2006.07.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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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번지 점프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매몰차게 쏟아지는 장맛비에 갇혀 온몸이 물 먹인 종이에 휘감긴 듯 시나브로 까라지는 날, 그 눅눅한 일상의 공간에 탁 트인 배수로를 뚫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오래된 습기에, 그보다 더 지독하게 끈적거리는 고단함에 젖어 퀴퀴한 냄새 풍기는 방 너머로, 탁 트인 하늘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덧창을 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미망과 권태, 혹은 까닭 모를 짜증이 빗물에 눌어붙어 자가 증식하는 이 우기의 모든 찜찜한 것들을 한 방에 날려 버릴 강풍을 고대하던 차에, 내 머릿속에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와 꽂힌 한 개 이미지, 그것은 영화 <빠삐용>이었다. 깎아지른 벼랑에 올라서서 ‘자유’ 속으로 투신한 스티브 매퀸의 한없이 가벼운 몸짓.
정상에서의 추락은 분명 비극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작심하고 벌이는 자작극이라면 다르다. 자신을 곧추세우기 위해, 혹은 용기를 재충전하기 위해 낮은 곳으로 몸을 던지는 행위는 추락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전진하는 ‘진화’일 수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지상 52m. 내가 선택한 추락(또는 비상)의 장소는 한탄강의 한 다리 위였다. 강물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그 높이는 모골이 송연해질 만큼 아찔했지만, 그리하여 다리가 사정없이 후들거리고, 절벽 위에 선 스티브 매퀸의 심정이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만감이 교차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숨가쁘게 차오르는 스릴감 또한 만만치 않았다.

낭창낭창한 로프 하나에 매달려 무엇 하나 거칠 것 없는 허공에 몸을 내던지고 나면 그야말로 무아지경. 모든 불순물들이 일제히 증발하여 온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그 순간의 짜릿함을 무엇에 비할 수 있으랴.
해방감이나 쾌감이 주는 즐거움도 특별하지만, 무엇보다 뿌듯한 번지 점프의 매력은 자신감 충만이다. 높은 고도에서 밀려드는 공포감을 떨쳐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는 성취감은 정말 오래도록 남을 ‘마음의 훈장’이 될 수 있다.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번지 점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 꽤 많다. 그 중에서도 강을 끼고 있는 한탄강 번지 점프장과 청평 리버랜드 등이 여름철에 수상 레저도 겸할 수 있어 인기다. 특히 백마레저가 운영하는 한탄강 번지 점프장은 타워형인 일반 점프대와 달리 교량 위에 설치되어 있어 이색적이다. 올여름 아찔하게 흥분이 도사린 그곳에서 ‘새 된’ 자유를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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