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록 팬은 정말 못 말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8.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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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따라 부르기·점핑하기 등 적극 동참…공연 즐기려 낯선 사람과 ‘팀’ 짜기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기간 중에 만난 공연 기획자, 음반사 직원, 대중음악 담당 기자들이 한결같이 한 말이 있다. “한국 록 팬은 역시 세계 최강이야.”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리면 노래 따라 부르고, 점핑 하라면 진흙도 아랑곳않고 뛰고, 박수 치라면 박수치고. 어찌나 점핑을 했는지 종아리에 파스 두 장을 붙인 여성 팬도 보였다. 한국 록 팬들은 ‘에너자이저’와 같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팬들은 영국 국기와 유사한 깃발을 들고 나온 다음의 ‘영국팝’ 카페 회원들. 이들은 5월부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참석을 준비했다. 2만명 회원을 상대로 깃발 공모전을 열어 깃발을 만들었다. 2박3일 동안 내내 참석한 회원이 2백60여명. 캠핑을 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이 록 동호회에서 5백여명이 펜타포트에 합류했다. 운영진 김용민씨(31) 등이 송도 사전 답사를 해서 근처 여관 두 곳(첫 날은 네 곳)을 통째로 빌려 숙박을 하고, 근처 식당과 가격을 맞추어 음식을 대놓고 먹었다. 운영자 김용민씨는 “록 축제는 혼자서 가기보다 어울려서 노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이 텐트를 짊어지고 오기 힘들 것 같아 여관을 통째로 빌렸다”라고 말했다. 공연 다음 날 일부 회원이 프란츠 퍼디넌드가 출국하는 것을 보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새벽에 갔던 록 동호회. 이들은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사전에 얼굴을 트는 정모를 두 차례나 가졌다. 어쩐지, 오랫동안 만나온 친구처럼 공연 내내 이들은 팔딱팔딱 뛰었다. 카페 깃발 아래서.

 
록은 ‘따로 또 같이’ 즐기는 음악이다.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온 몸을 부딪쳐도 ‘서로 100% 이해하겠다고’ 각오하고 오는 축제. 인디밴드 더 코인로커 보이즈에서 활동하는 김환씨(24)는 싸이월드에 ‘펜타포트 습격단’을 만들었다. 열 명 남짓 인터넷에서 만난 회월끼리 함께 캠핑을 하고, 남자는 ‘I am an attacking boy', 여자는 ‘I am an attacking girl'이라고 적힌 노란 단체티를 마련했다. ‘Love and Peace'라고 적은 깃발과 함께.
직장인 김은희씨(28)도 이 ‘습격단’에 합류했다. “같이 갈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축제를 보려고.” 기회가 되면 일본에서 열리는 섬머 소닉 록 페스티벌이나 후지 록 페스티벌도 함께 가볼 생각이다. 벌써 펜타포트 습격단은 ‘부산 록 페스티벌 습격단’을 만들자는 기세다. 한국의 록 팬들은 역시 세계 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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