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아파트에 웬 '거기남'?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6.08.0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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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어둑어둑한 아파트에 혼자 누워 있으면 여러가지 소리가 들려온다. 드르륵 장롱 문 여닫는 소리, 웅웅거리는 텔레비전 소리, 둥당둥당 피아노 소리, 소란소란한 말소리, 때로는 개 짖는 소리까지 들린다.

가끔은 냄새도 진동한다. 화장실에서는 담배 냄새가, 베란다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부엌 쪽 베란다에서는 신김치 냄새가 풀풀 풍긴다. 이들 소리와 냄새는 우리집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래위 집에서 슬쩍 마실온 것들이다.  아파트의 이웃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면서,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하나가 된다.

그렇지만 이웃 사람이 우리 집으로 건너오는 경우란 거의 없다. 104동 3~4라인에 사는 집은 모두 30가구. 그 중에 통성명을 한 가장은 딱 두 명뿐이다. 7년째 이웃해 사는 집이 예닐곱 정도 되는데도 이 모양이다. 정말 딱하고 인정머리없다. 현재 한국의 아파트 가구율이 50% 가까이 되니까, 수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으리라. 

 그런데 요즘 마음속에 자그마한 불씨가 생겨났다. 7년째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린 사람들과 말문을 트고 싶어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마음이 가는 이웃이 있다. 아래층 아저씨와 그 아래층 아저씨. 건축사와 교사라고 했던가. 엘리베이터에서, 아파트 주변에서 만나면 늘 웃음부터 건네는 분들이다.

왜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7년이란 세월이 짧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을 이웃사촌 만들기 D데이로 정해야겠다. 그런데 무슨 말부터 건넨담? 이건 어떨까. “저, 저기요, 날 더운데 저랑 생맥주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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