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 100명 교주가 성폭행”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8.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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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이 정명석 교주의 ‘성적 행위’를 비롯한 JMS의 폐혜를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다.

 
JMS(공식 명칭; 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 스캔들이 '세계화'하고 있다. 지난 7월28일 일본 정론지 아사히 신문은 한국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배(기소 중지)를 받고 있는 정명석씨가 그동안 일본에서도 신도들을 모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도쿄판 사회면 톱 기사였고 일부 지방에서는 1면 톱 기사였다.

아사히 신문은 7월29일과 7월31일에도 정명석 교주의 비행을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 일본 사회 반향은 컸다. 니혼TV·TBS 등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JMS 관련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송해 경각심을 높였다. 니혼TV는 3개월 전부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취재를 해오다 아사히 신문 보도를 보고 7월28일 긴급 특집을 편성해 방송했다.

일본에서는 JMS를 ‘섭리교’라고 부른다. 일본 섭리교의 포교 방식이나 정명석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는 여성들의 진술 내용이 한국의 상황과 유사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7월28일과 7월29일 양일간 실린 아사히 신문 기사 내용을 전재한다.

7월28일자

수도권과 칸사이(關西) 지방에서 대학생 등 20대 젊은이들이, 한국인 남성(해외 도망 중)을 교주로 모시고 절대 복종을 맹세하는 신흥 종교 집단(컬트)에 빠져 아파트 원룸에서 공동 생활을 한다. 신자끼리 합동 결혼식도 한다. 이 집단에 등록된 신자는 2천명 정도로 추산되며 조금씩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교주의 여성 신자에 대한 성적 폭행도 빈번해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여학생들이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종교 탈퇴를 도와주고 있는 일본 기독교단이나 변호사들에게 “아이를 되찾고 싶다”라고 호소하는 가족의 상담이 2백건 이상 쇄도했다.

이 집단은, 기독교 성서를 독자적으로 해석하는 교리를 내걸고 한국에서 1981년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모닝 스타(MS)’라고 했으나 지금은 ‘섭리’라고 불린다(역자 주: JMS 혹은 MS는 정명석의 영문 이름 이니셜과 같다). 교주 정명석씨(61)는, 한국에서 여성 신자를 성폭행했다는 문제가 불거져 1999년 국외에 도피했다. 그는 서울지검 등에서 강간 용의자로 지명 수배되었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에서 수배되었지만, 계속해서 도망을 다니고 있다(역자 주: 해외에 있던 정명석 교주는 2001년 일시 귀국했다가 2001년 3월16일 신도 문OO씨를 신원 보증인으로 내세워 다시 출국, 5년째 귀국하지 않고 있다. 지명 수배는 2001년 11월 내려졌다).

 
(JMS) 집단의 내부 자료 등에 의하면, 일본 신자들은 전국 국립 대학이나 유명 사립 대학 학생들과 졸업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성이 60%다.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삿포로 등 약 40개 지역에 ‘교회’라고 부르는 거점이 있다. 집합 주택의 원룸인 경우가 많아, 일부 신자는 여기서 공동 생활을 한다.

집단 내에서 남녀 교제를 금지하고 있으나, 신자끼리 합동 결혼식을 연 1회 열고 있다.  매월 일정 액수의 헌금을 내는데 일부가 교주의 도망 자금으로 이용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탈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교주는 국제 수배를 받기 전인 2002년까지 빈번하게 일본을 방문했다. 오사카나 지바의 측근 자택에 머무르며 하루에 두세 명에서 열 명까지 여학생들을 매일같이 불러 ‘건강 체크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성적인 행위를 반복했다고 한다. 해외 도피가 시작되고 나서는 이탈리아·중국·대만 등을 전전하면서 측근들에게 몰래 지시를 내려왔다. 측근들은 여성 신도들에게 ‘교주가 (너를) 만나고 싶어한다’며 은신처로 불렀다. 이때 측근들은 여성들에게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식으로 강하게 입막음했다.

정교주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교리에 의문을 느껴 탈퇴하는 여성이 잇따랐다. 그 중 한 명은 “성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머릿속이 혼란해 교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섭리’는 일본에서 15년 이상 활동해왔는데, 다른 탈퇴 여성은 ‘“피해를 당한 일본인 여성은 줄잡아 100명을 넘는다”라고 말했다. 

전도 활동은 축구부· 연극 동아리 활동 등으로 가장해 학생들을 포섭하고, 인간 관계를 쌓아 올린 다음 서서히 ‘교리’를 말해 마인드 컨트롤 상태로 이끄는 수법을 썼다. 신도 가족들로부터 탈퇴 상담을 받는 일본 기독교단은 “조직적 수법으로 사상을 바꾸어 인격을 파괴하는 컬트의 전형”이라고 지적한다.

‘섭리’의 실태에 밝은 와타나베 히로시 변호사(제2 도쿄 변호사회)는 “피해 여성 대부분은 체념을 강요당해왔지만, 더 이상 피해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주나 그 측근을 형사 고소하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 신도들이 난폭한 행위를 벌일지 모르는 위험성이 있어, 지금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손을 쓸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정교주는, ‘섭리’를 설립하기 이전인 1970년대에,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통일교회)에서도 활동했다. 통일교 홍보부는 “정씨가 2년가량, 한국의 통일교회에 재적한 사실은 있지만, 당 교회와 섭리로 불리는 집단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답했다. 아사히 신문은, (JMS)집단의 일본측 책임자로 보여지는 여성에게 취재를 요청했지만, 7월27일까지 회답이 없었다. 

‘섭리’는 타이완·말레이시아 등에도 활동 거점이 있다. 각 교회의 리더는 신자 중에서 교주가 직접 지명해 선택한다. 직장인 담당·대학생 담당 등의 직무를 나눠 맡는다. 수요일과 일요일에 정기 예배가 열리고 있다. 

7월29일자

탈퇴자와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국 각지 50개가 넘는 대학에 신도가 있다. 국내 신자 약 2천명 중 60%가 모여있는 수도권에서는 도쿄 대학·쓰쿠바 대학·지바 대학·와세다 대학이 많고, 20%를 차지하는 칸사이 지방에서는 교토 대학·오사카 대학·관서 대학 등이 있다. 지방의 주요 도시를 포함해 국공립·유명 사립대의 학생이 포교 대상이다. 신자 대부분이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이다. 

칸사이 학원대(효고 현 니시노미야 시)에서는 2000년 4월, 남녀 4인조로 구성된 선배들이 새내기 남성들에게 접근해 “운동을 하는 게 있습니까?“라고 유혹했다. 새내기들은 발레나 구기 스포츠 동아리로 유인되어, 주 1회 선배들과 어울렸다. 약 6개월 뒤, 동료들이 모이는 고베 시 아파트에서 식사 도중 여성 한 명으로부터 “성경 공부를 해보지 않을래?”라는 권유를 받았다. 거기서 처음으로, 정교주를 신격화한 ‘섭리’ 교리를 배웠다. 알고 보니 동료(선배)는 섭리 신도들이었고  맨션은 신도들이 공동으로 기거하는 ‘교회’였다. 부모와 목사의 설득으로 탈퇴했을 때는 이미 사회인이 되어 6개월이 지났을 때다. 한 남성은 “교우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아서,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탈퇴자들에 의하면, 문화 서클로 위장한 전도 방식은 교주의 지시에 따라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했다. 스포츠 외에 연극이나 가스펠 합창, 댄스 등 젊은이들의 흥미를 당기는 활동이 눈에 띈다. 주된 대학마다 졸업생 신도들이 ‘캠퍼스 간사’를 맡아 재학생 신도에게 팀별로 전도 방법을 가르친다.

 
도호쿠 대학에서 전도를 맡았던 남성 탈퇴자(32)는 “우선적으로 엘리트를 끌어들이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들이 졸업해 대기업이나 관공서에 취직하면 고액의 헌금을 모을 수 있고 교단의 세를 넓힐 수 있다고 기대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각 대학 당국은 ‘종교의 자유’라는 이유로 컬트 집단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섭리’에 대해 정보 수집에 나서는 대학도 있지만, 포스터로 주의를 당부하는 정도에 그쳐 “아직 대책을 모색 중”(치바 대학)인 것이 현실이다. 메이지 학원대(도쿄)는 7월30일, ‘섭리’ 등 컬트 집단 대책을 논의하는 스터디 그룹을 처음으로 연다. 담당자는 “위기감은 있지만, 과연 유효한 대책이 있는지 어떤지…”라며 고민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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