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가득한 ‘작은 방’
  • 정준호(음악 칼럼니스트)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8.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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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실내악 전용 홀 개관…한 달간 21번의 독주회·독창회 열려

 
“나는 실내악이 좋아.” 클래식 애호가 ㄱ씨가 말한다. 고전음악에 문외한인 그의 친구 ㄴ씨가 묻는다. “실내악이 뭐냐? 그럼 실외악도 있나?” 당연한 의문이다. 실내악은 ‘체임버 뮤직(Chamber Music)’, 즉 방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그럼 실내악이 아닌 음악에는 무엇이 있을까? 방보다는 큰 객석인 ‘홀’에서 연주하는 교향악과 협주곡이 있다. 그리고 무대와 막이 꾸며진 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도 있다. 이런 음악은 모두 세속 음악이고, 그와 반대되는 장르로 교회 음악이 있다. 이쯤 되면 실내악의 정의가 좀더 확실해진다.

즉 실내악은 독주나 독창 또는 소그룹을 위한 음악을 일컫는다. 그 어원에서 보듯이 작은 방에서 처음 연주되었다. 즉 작곡가가 자신과 가까운 지인들을 위해 가정이나 살롱에서 연주할 목적으로 쓴 곡이다. 때문에 가장 내밀한 감정을 담고 있으며, 종종 더 큰 규모의 곡을 쓰기 위한 밑그림의 기능도 한다. 자연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실내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클래식깨나 듣는 사람이구나’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큰 저변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 나라의 실내악 공연을 보면 알 수 있다. 런던의 위그모어 홀이나 뉴욕 카네기 홀의 소극장인 잰클 홀 등은 실내악의 메카이다.

서울 도심에 바로 ‘한국의 위그모어 홀’을 꿈꾸는 공간이 탄생한다. 세종문화회관이 컨벤션센터를 개조해 4백76석 규모로 실내악 전용 홀로 새롭게 문을 연다. 8월14일~9월16일 한 달 동안 열리는 스물한 차례의 다채로운 음악회는 규모와 내용에서 세계 어느 공연장에 뒤지지 않는다.

현재 활동하는 바리톤 중에 예술 가곡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가수 가운데 하나인 마티아스 괴르네가 슈베르트의 작품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를 부른다. 실연당한 젊은이의 애틋한 마음을 그린 예술 작품 중 단연 최고봉이다.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첼리스트 양성원도 국내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이다. 각기 자신이 장기로 하는 곡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 특히 양성원은 음반으로 내놓은 바 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이틀에 걸쳐 연주한다. 가장 크기가 크고 저음을 내는 악기인 더블베이스로도 실내악을 할 수 있다. 이 악기를 제일 잘 다루는 에드가 마이어라는 연주자가 이번 축제에 초대되었다.

실내악이 어렵다고 젊은 친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대에 세계 콩쿠르를 제패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눈부신 미모의 바이올리니스트 바이바 스크리데가 젊은 감성으로 그 세계에 파고든다.

아직 실내악이 낯설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알맞은 공연도 있다. 클라리넷 연주자 계희정이 꾸미는 춤과 음악의 조화, 반도네온을 포함한 앙상블 오페라시온의 탱고 연주,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의 비발디 사계 연주 등이 클래식과 주변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장을 마련한다. 자세한 일정과 출연진은 홈페이지(www.sejongp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화문 도심 속 세종체임버홀의 개관이 작곡가와 가장 은밀한 대화에 빠져들 수 있는 실내악의 문턱을 한층 낮춰줄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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