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이래저래 미치겠네
  • 이숙이 기자 · 김회권 인턴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8.11 16: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고위원에 치이고 대선 주자에 밀려…친박근혜 족쇄 탓에 되는 일 없어

 
대표로 선출된 지 한 달 남짓이지만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당무 거부, 수해 골프 사건, 이효선 광명시장의 전라도 비하 발언 등 악재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 신화가 이번 성북 을의 패배로 깨져버렸다. 뜻하지 않게 강대표가 그 책임을 홀로 뒤집어쓰게 된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나라당 투톱 사이에 불화설도 터져나왔다. 지난 8월2일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이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제대로 추궁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강대표가 김형오 원내대표를 질타한 다음날, 김원내대표가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흔히 오갈 수 있는 언쟁 수준”이라며 애써 파장을 축소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상 징후는 그뿐만이 아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여전히 ‘마이 웨이’ 중이다. 강대표에게 공식 보고도 하지 않고 20일 동안 수해 봉사 활동 겸 민심 탐방을 떠나버렸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마이 웨이’가 속출하고 있다. 강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좀처럼 합의된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 사전 조율 없이 최고위원 각자의 생각만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양상이다. 유력 대선주자가 대표로 버티고 있던 이전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대표의 지휘 아래 통일된 결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한나라당은 이슈 생산에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가 많은 한나라당의 구조도 강대표에게는 부담이다. 내부 분위기를 보면 구성원들이 대표보다는 대선주자의 말에 더 주목하고 있다. 구심력이 대선 주자에게 쏠리면서 강대표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이런 강재섭 대표의 악전고투를 보며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표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라고 풀이했다. 경선에서 박심(朴心)을 얻어 당선한 점이 이제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박 전 대표와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그의 족보를 이제는 파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깨고 홀로 서기를 해야만 대표로서 위상도 확보하고 공정한 경선 관리의 명분도 충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친박’이라는 말 자체를 ‘모욕스럽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강대표이지만, 그가 실제로 박 전 대표와의 고리를 끊고 자기 위상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대표가 ‘관리형 대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세 대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