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머리가 조롱받는 당 살릴 것”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8.1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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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경선제 준비 중인 열린우리당 백원우 의원 인터뷰

지난 8월6일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 오찬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는 노대통령의 ‘외부 선장론’ 발언이었다. 외부에서 데려올 선장이 누구냐에 기자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대통령의 이 발언에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몇몇 의원들은 ‘오픈 프라이머리(국민 경선제)’라는 정치 신상품으로 화답했다. 선장 공채 방식을 바꿔서 ‘체육관 후보’가 아니라 ‘광장 후보’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백원우 의원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구상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어떤 제도인가?
말 그대로 국민 경선제다. 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신분 확인만으로도 열린우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국민들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가?
지하철역 투표 같은 외부 투표, 모바일 투표, 인터넷 투표, 우편 투표, 체육관 투표 등 모든 방식을 총동원할 것이다. 어린이날 놀이공원 입구에서도 대통령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100만명 이상을 참여시키는 것이 목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오픈 프라이머리 관련 토론회를 열면서 기기 시연회도 가졌다. 1분이면 신분 확인에서 투표까지 모두 이루어진다. 이론적으로 4백50만명까지 투표가 가능하다. 16개 광역 자치 단체를 순회할 예정인데 주말만 운용해도 1백50만명 정도 참여할 수 있다.

-법적으로도 가능한가?
현행 선거법에 국민 참여 경선은 보장되어 있다. 다만 외부 투표에 대해서는 선거법상 개념이 없어서 새롭게 추가할 필요가 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나?
2002년 경선 때 후보별로 2억5천만원의 기탁금을 내서 치렀다. 오픈 프라이머리도 그 정도 선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원칙적으로 당내 경선 비용은 중앙선관위가 지불하게 되어 있다.

-여론조사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론조사는 수동적인 방식이다. 반면 오픈 프라이머리는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참여하기 때문에 능동적인 제도다. 참여 정치의 의미를 더 살릴 수 있다.

- 기간당원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에서 반대하지 않겠나?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창당 당시부터 이강래․우상호 의원 등이 언급한 적이 있다. 참정연 핵심 멤버들이 초기 논의 단계부터 함께하고 있어서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본다.

-친노 직계 의원들의 유럽 여행 이후에 오픈 프라이머리 이야기가 나왔다. 여행을 기획한 안희정씨가 주도한 것 아닌가?
유럽 여행은 안희정씨가 지방선거 패배를 위로하는 자리에서 제안했다. 처음부터 오픈 프라이머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고, 기간당원제의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문제를 직시하기 위해 우리의 모델이 되었던 프랑스와 독일을 찾았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오픈 프라이머리와 ‘스몰 딜(시민․사회 단체와 선거공약 상호협약)’ 아이디어가 나왔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미국의 제도 아닌가?
유럽 여행이 끝날 무렵, 이화영 의원과 김영주 의원이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 연수를 갔다.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대안으로 생각했다.

- 기간당원제를 대체하는 것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라고 보면 되는가?
한나라당도 이미 운용하고 있는 기간당원제보다 한발 더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은 결국 국민의 참여이다. 전자 민주주의를 이용해 국민의 참여가 확장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직접 민주주의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미국의 방식과 좀 다른 것 같다.
미국은 40여 개 주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시행 중이지만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방식은 미국에서도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등록을 해야 한다. 지지 정당에만 투표할 수 있는 폐쇄형 오픈 프라이머리도 많다. 우리가 구상하는 방식이 미국식보다 더 개방적이다.

-그러나 역선택 같은 문제도 있지 않나? 후보가 사람들을 동원할 수도 있고.
투표 참여 인원이 1백만명 정도가 되면 규모가 커서 불가능해진다. 결국 누가 더 적극적인 지지자를 모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당 기능이 약화되는 것도 문제 아닌가?
현대 정당의 기능이 바뀌고 있다. 모든 정당이 중도 성향으로 몰리면서 변별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정당이 싱크탱크로 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정당 발전 과정과 오픈 프라이머리는 궤를 같이한다.

-이미 당내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후보들, 이를테면 정동영 김근태 등 유력한 대권주자는 동의하기 힘들지 않겠나?
서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이 살기 위해서는 희생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는 열린우리당의 기득권 포기가 핵심이다.

-외부 영입 후보들에게 유리하지 않겠나?
일단 3월1일부터 6월6일까지 예상하고 있다. 준비 기간까지 합하면 4~5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다. 그 기간에 토론회와 연설회 등을 거쳐 후보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보장해준다고 보는가?
오픈 프라이머리가 최선의 결과(대선 승리)를 장담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악의 결과는 막아줄 수 있다고 본다. 논의의 출발점은 열린우리당이 정계 개편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되어 있다는 비참한 현실이었다. 이 제도가 열린우리당이 조롱받고 있는 암담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는 될 것이다. 함께 틀을 짜면서 내부 분란을 종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어떤 효과들을 기대하는가?
의외성과 역동성으로써 새로운 정치적 힘을 만들어낼 것이다. 또한 경선 과정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다시 새롭게 인식하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경선 과정에서 의외의 정치 스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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