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기도에서 또 빅3 대리전?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8.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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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당 위원장 후보에 ‘박근혜·이명박·손학규 사람’ 물망

 
‘선거가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나라당에 관한 기사에 꼭 붙는 상투어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전당대회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등장했던 이 말은 이후 크고 작은 당내 선거 때마다 등장하곤 했다. 이 식상한 상투어가 또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 대한 기사에서다.

수해골프 파문으로 7월24일 제명된 홍문종 전 경기도당위원장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이 8월 말에 있을 예정이다. 당헌 당규상 40일 이내에 후임자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 후임 경기도당위원장은 추대 형식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가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것을 지도부에서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영선 전 대표와 이규택 전 최고의원이 차기 경기도당위원장으로 추대될 인물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이런 ‘추대론’은 즉각 당내 반발을 샀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대표와 이 전 최고위원이 경기도당위원장이 될 경우, 내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이명박 전 시장 진영에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49개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있는 경기도는 광역단체 중 국회의원 수가 가장 많고 인구도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 만큼 정치적인 비중이 큰 곳이어서 이 전 시장 측으로서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곳이다.

이명박 전 시장과 친한 이사철 전 의원도 거론

사실 경기도당위원장 자리를 사이에 둔 박 대표 진영과 이 전 시장 진영의 신경전은 홍문종 전 위원장의 제명 과정에서도 이미 벌어졌었다. 박 전 대표 측에서 홍문종 전 위원장의 제명 조치를 마지막까지 막았다는 것이다. 홍 전 위원장은 박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 지지도가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결국 제명 조치가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시장까지 나서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치다니 정신없는 사람들이다. 수해지역에서 자원봉사를 시켜야 한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추대가 무산되자 김영선 전 대표와 이규택 전 최고위원은 일단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양상이다. 김 전 대표의 경우, 대표 출신이 도당위원장 선거에 나가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최고위원 역시 경선에 부담을 느껴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면서 경기도 구리시가 지역구인 3선 경력의 전용원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전 전 의원 역시 박 대표와 가까운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전 전 의원과 맞설 후보로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소속의 심재철 의원과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 소속의 정병국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발전연 소속의 심의원이 이명박 전 시장과 가깝고 수요모임 소속의 정 의원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가깝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기도당위원장 선거는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세 대권 주자의 대리전이 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심재철 의원의 경우 ‘착각도 유분수’ 발언을 통해 이 전 시장을 비난한 이후 소원해진 상황이라, 지금의 구도를 대리전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격 당한 이 전 시장, 경기도당위원장 선거로 권토중래 노려

하지만 당 내에서는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한 이 전 시장 측이 권토중래를 위해 경기도당위원장 선거에 상당한 공을 들이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당대회 이후, 박 대표 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이 전 시장 측이 세 과시를 위해서라도 이번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전 시장과 가까운 이사철 전 의원이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친박 대 반박 구도 형성할 것”

손학규 전 지사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지역기반이 취약한 손지사가 유일하게 터를 잡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 측은 그동안 공조관계를 유지해왔던 수요모임 소속인 정병국 의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정 의원이 선출될 경우, 최소한 경기도에서는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와 가깝고 김문수 현 지사와도 가까운 정병국 의원은 외관상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원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남경필 의원 역시 큰 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으로서는 부담도 없지 않다.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 나섰다가 상당한 표 차로 홍문종 전 위원장에게 고배를 마셨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이 원외 위원장에게 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정 의원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경기도에 원내 보다 원외 위원장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전체 49개 지역구 중에서 의원은 17명뿐이고 32개 지역구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이 지역구를 맡고 있다. 도당위원장 투표에 참가하는 대의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원장들이다. 홍 전 위원장은 이들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 의원 측은 전용원 전 의원이 홍 전 위원장의 지지세를 그대로 이어받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원외위원장들의 선택이 막판 변수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미래모임의 틀을 버리고 다시 개혁 노선을 걷고 있는 수요모임은 이번 경기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정병국 의원에게 힘을 몰아줄 계획이다. 보수 편향으로 흐르고 있는 당내 기류를 돌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모임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당 쇄신 목소리를 낼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관련 팀이 조직되어 준비중이다”라고 말했다.

 
푸른모임과의 재공조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수요모임과 함께 미래모임의 양대 축을 형성했던 푸른모임 소속 의원들은 전당대회 이후 독자노선을 걷는 수요모임과 달리 대부분 당 지도부에 편입되었다. 박재완 의원이 대표 비서실장에, 권영세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태희 의원이 여의도연구소장에 임명되었다.

푸른모임이 당 내에서 다시 중도개혁파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기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정병국 의원을 도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도론을 주로 설파하는 사람은 임태희 의원이다. 임 의원은 ‘중도 중년 중산층 중부권’의 표심을 붙드는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푸른모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임태희 권영세 정병국 박형준 의원이 4자 모임을 가졌다. 경기도당위원장 선거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성남시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임태희 의원이 도울 경우 정 의원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병국 의원의 한 측근은 “미래모임 내부 경선 당시 임태희 의원이 10명의 원외 위원장을 데려왔다. 8명을 불러온 남경필 의원보다 더 많았다. 그들이 모두 중도개혁파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도와준다면 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선거가 임박하면 심재철 의원과 정병국 의원이 단일화를 이루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심재철 의원의 한 측근도 “심 의원과 정 의원은 단일화를 이룰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친박 대 반박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벌어지는 이번 대리전의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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