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연쇄 살인범, 눈길 끄나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8.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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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9월 중순 <특수 수사일지> 방영…부검 장면·경찰 캐릭터 ‘생생’

 
가상의 시점. ‘남·북·미 평화 협정’ 체결을 사흘 일 앞두고 청와대 조리사가 목을 맨 채 발견된다. 극중 대통령(박근형)은 총선 참패와 의붓아들의 뇌물 스캔들로 지지율이 폭락한 상태. 와중에 청와대 안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두 남녀 경찰(윤태영·소이현)이 이 사건을 파헤친다. KBS 2TV 수목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후속으로 방영될 4부작 드라마 <특수수사일지 : 1호관 사건>(이하 <특수수사일지>)의 줄거리다. 극중 ‘1호관’은 청와대를 뜻한다.

<특수수사일지>는 추리 드라마이고, 4부작 미니 시리즈 형식으로 사전 제작이 이루어졌다는 점 때문에 방영되기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문 시도인 만큼 준비 기간이 길었다. 연출을 맡은 권계홍 PD와 유숭렬 작가는 신인급이다. 역사 드라마인 <무인시대> 조연출과 보조 작가로 처음 만났다. 평소 SF 추리 스릴러 등 장르물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은 그 뒤 추리 드라마 형식을 차용한 단막극 <행복한 사람들>을 만들면서 ‘언젠가 미남 첩보원이 등장하는 추리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동갑내기인 두 사람에게 ‘추리물을 해보라’는 방송사 ‘오더’가 떨어졌다.

제작 노하우 없어 완성하는 데 어려움

애초 처음에 나온 대본은 범인이 범행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시청자는 알고) 탐정만 범인을 모르는 ‘변칙’ 추리물이었다. 그러다가 1차 대본을 엎고서, 주인공과 시청자 모두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정통 추리물로 선회했다. ‘설정을 어떻게 할까’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했다. 수도원, 수련원 등 밀폐된 여러 공간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다 유숭렬 작가가 아이디어를 냈다. 청와대. 하긴 청와대만큼 보안이 철저하고, 고립된 공간이 또 있을까.

제작진은 자료 조사와 취재에 공을 들였다. 탐정협회, 전 청와대 근무자, 국가정보원, 시 지방 경찰청 등에 공식·비공식으로 자문을 하고, 취재했다. 그러면서 캐릭터와 디테일을 다듬어갔다. 경찰 자문 과정에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여성 경찰’ 캐릭터의 아이디어를 얻었다(실제로 이런 경력을 가진 여성 수사과장이 있다). 부검실 세트를 짓고, 부검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방문하고, 부검의와 인터뷰를 했다.

권계홍 PD는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다. 예를 들어 부검 장면 같은 경우 미국 드라마에서는 Y자 부검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 국내에서는 턱부터 ‘1자 부검’을 한다고 해서 ‘1자 부검’ 장면을 찍었다”라고 말했다. ‘트릭’을 짜는 데도 애를 썼다. 추리물에서 핵심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범행이 이루어지고, 이를 어떻게 밝히는가다. 제작진은 추리소설가와 추리동호회의 도움을 받아 ‘트릭’을 짰다.

권계홍 PD는 ‘장르 드라마의 불모지’에서 추리 드라마를 만들기에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우선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자문을 하려 해도 자문역을 찾기 힘들었다. 또 제작 노하우. 멜로 드라마는 인물이 예뻐 보이는 위치, 조명, 앵글 등의 노하우가 방송사에 풍부하다. 반면 ‘어떤 앵글로 인물을 찍으면 무서워 보일까’ ‘어디까지 범인에 대한 정보와 범행 장면을 노출할까’ 등 장르물 제작의 노하우는 전무했다.

“<특수 수사일지>는 저예산 블록버스터”

간난신고 끝에 드라마 제작은 마쳤다. 예산이 많지는 않았지만 세트와 소품에도 신경을 썼다. 소품 담당자가 ‘멜로 드라마는 예쁜 벤치 두 개와 캔 커피만 준비하면 되는데….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3분짜리 자동차 사고 장면을 위해 자동차에 와이어를 달아 앞뒤로 공중제비 도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래서 제작진끼리는 ‘저예산 블록버스터’라고 말한다(웃음)”(권계홍 PD)

‘3분의 1은 과학 수사, 3분의 1은 직관 수사, 3분의 1은 추리 수사’를 담은 ‘한국형 추리 드라마’의 출현. 제작진의 바람처럼 이것이 제2, 제3의 시리즈로 이어질지는 <특수수사일지>의 성패에 달려 있다. <특수수사일지>는 오는 9월13일 첫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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