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통일운동’ 일상 속으로
  • 최영재 기자 ()
  • 승인 2006.08.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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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회의 ‘구호 자제.대중화.지방화’ 등 새 방식 운동 전개, 시민 참여 유도
 
90년 이후 재야 단체들은 해마다 8월15일이면 범민족대회라는 통일운동 행사를 치르고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이 주최하는 이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전투경찰과 대회 참가자들은 뜨거운 여름 서울 도심에서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공방전을 벌여야 했다. 당국이 범민족대회를 저지하는 이유는 이 대회가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미.북한 평화협정 체결같이 현행법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민 정부가 들어선 93년부터 시위 위주로 치러지는 통일운동의 방식을 바꾸고, 남.북.해외 3자 연대를 강조하는 범민련과는 다른 통일운동 단체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재야 단체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연합을 중심으로 나온 이 목소리는,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같은 내용은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94년에 결성된 단체가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민족회의)였다. 민족회의는 전국연합 같은 재야 대중 조직과 천주교정의구현사회제단.여성단체연합.민주노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총 54개 민간 단체를 포괄하고 있다. 민족회의는 범민련과는 다른 방식으로 통일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능하면 친북 시비를 일으키는 구호는 자제하고, 통일운동 행사도 특정 시기에 서울로 집중되는 8.15행사는 피하고 일상적으로 통일운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족회의는 이같은 노선을 참여형 통일운동 또는 통일운동의 대중화.지방화라는 용어로 정리하고 있다. 인간띠 잇기 대회, 민족사 바로 알기 운동, 잡지 발간, 국제 학술대회 등이 이러한 기조에서 나온 사업들이다.

민족회의가 결성된 뒤부터 재야 단체의 8.15통일행사는 따로 열리기 시작했다. 95년 8월15일에 범민련은 서울대에서 6차 범민족대회를 열었다. 민족회의는 이 날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민간 단체 백여 개를 망라하여 ‘8.15 50주년 민족공동 행사’를 열었다.

올해도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 같다. 재야의 대표적인 대중 조직인 전국연합이 범민련과 민족회의 사이를 오가며 한 행사를 치르자고 협상을 벌였으나 두 단체 사이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민족회의 관계자는 범민족대회의 노선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행사를 같이 치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민족회의는 범민족대회와 중복을 피하기 위해 아예 8.15행사를 취소하고 8월11일 서울 요산 가족공원에서 ‘통일 희망 나누기 서울시민 큰잔치’를 치렀다. 또 민족회의는 8월 한달을 통일운동 주간으로 정하고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일 한마당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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