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노인들의 다섯 가지 공통점
  • 이나미(신경 정신과 전문의) ()
  • 승인 2006.08.2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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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동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정년은 56.8세이다. 웬만하면 80세를 훌쩍 넘기는 세상인데 30년 가까운 세월을 어떻게 보낼지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출생률 저하만 걱정할 게 아니라, 노인들이 건강 관리를 잘 해서 그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어도 연금이나 건강보험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리지 않을까 싶다. 나이 듦에 대한 비정상적인 공포와 편견이 가득한 사회에서도 꿋꿋하게 성공적으로 노년을 보내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심리적 특징을 지닌다.

  첫째, 독립적인 삶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즐길 줄 안다. 미국에 있을 때 옆집에 혼자 살던 팔순의 할아버지는 요리를 즐겨 해서 직접 구운 빵을 종종 가져다 주시곤 했다. 필자도 가끔 답례로 한국 요리를 해다 드렸는데, 혼자 살면서도 집과 정원을 참 깔끔하게 잘 관리하고 계셨다. 필자의 외할아버지도 환갑이 겨우 지난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100세 가까이 혼자 사셨는데, 식구들이 오래 머물 눈치가 보이면 빨리 집으로 가서 각자 할 일에 충실하라고 성화셨다. 친지들은 아들이 없어서 그렇게 사신다 했지만, 적어도 필자의 눈에 할아버지는 혼자 있음을 즐길 줄 아는 강하고 지혜로운 분이셨다.

  둘째,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열심히 남을 돕는 데서 큰 기쁨을 느낀다. 미국에서 가까이 지내던 또 다른 이웃 할아버지는 은퇴할 나이가 가까운 경찰이었는데 직장 말고도 끊임없이 봉사 활동을 하셨다. 소방서에서 응급 구호반으로 밤을 새워 활동하고, 틈만 나면 지역 사회의 크고 작은 일을 찾아 바지런하게 돌아다니셨다. 덕분에 스무 살 청년보다 더 훌륭한 몸매를 유지하여 이웃 젊은 부부들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셋째, 끊임없이 무언가를 익히고 배우는 데 열심이다. 의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한 선배는 정년퇴직 후 전문대학 도자기과에 다시 입학했다. 행정 직원들이 “할머니, 손자 입학 때문에 오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자랑스럽게 “내가 학생이요”라고 대답했다는 선배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필자의 친정 어머니도 꾸준히 영어 소설책을 읽으며 지금도 단어를 공부하신다. 손자들과 막힘없이 대화하기 위해서라지만, 칠순에도 새로운 것을 습득할 수 있는 부지런한 어머니가 참 자랑스럽다.

  넷째, 젊은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그간의 경험 때문에, 마치 모든 인생이 내 손안에 있다는 듯, 젊은이들을 무시하기 쉽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보지 못하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달하고 문화가 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지적 능력이나 다양한 경험을 따라갈 수 없다. 권위와 나이만 앞세울 게 아니라  젊은 연배의 지식을 받아들여 재충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섯째, 어깨에 힘만 잔뜩 주고 있는 경직된 노인들보다는 비록 썰렁하긴 해도 나름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노인들이 인기도 많고 잘 늙지도 않는다. 젊은이들이 노인을 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만나면 재미없는 설교만 늘어놓고 뭔가 잘못된 것을 찾아 꾸중하려 하기 때문인데, 젊은이들의 새로운 생활 방식을 존중하면서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농담과 칭찬도 듬뿍 해준다면, 젊은이들의 건강한 기운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터이다.

 끊임없이 무언가 익히고 배워

두 아들이 대학과 기숙 학교에 들어간 후 팔순 넘은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과 살면서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지 요즘 공상하고 있다. 몇 년 후는 자격이 되니까 세 식구 함께 실버 타운에 들어가자 하니, 시어머니는 싱거운 소리라고 일축하시지만, 자녀에게 짐되지 않고 남들에게 추한 꼴 보이지 않는 독립적인 노년을 정말 잘 꾸려가고 싶다.

  시작보다는 끝이 어렵고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갈 때가 위험한 것처럼, 세상으로 나아갈 때보다 세상을 등질 때 우리를 기다리는 함정이 훨씬 더 깊고 무섭다. 지적 성취도, 재산도, 권력도, 모두 추잡한 사기처럼 보이는 흉악한 시절이다. 어리석은 아집으로 아슬아슬하게 남은 썩은 끈을 놓지 않으려는 남들만 뭐라 할 게 아니라, 나 하나라도 잘 늙어서 세상을 멋있게 잘 떠나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 그럴 경륜도 지혜도 준비되지 않았으니 갈 길이 멀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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