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방사청’은 꿈이었나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9.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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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청장 7개월 만에 낙마…각종 특혜·비리 의혹에 시달려

 
지난 1월 연인원 2천2백여 명의 직원에 연간 8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안의 대규모 조직으로 탄생한 방위사업청은 각 군에 무기 및 군수품을 조달하는 총본산이다. 방사청은 그동안 육·해·공군 내 여덟 개 기관이 나눠 맡고 있던 군수품 조달 업무를 일원화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한 기구 개편 작업의 하나로 국방부 외청으로 출범했다.

 지난 20년 가까이 걸핏하면 대형 사건으로 불거진 각종 방위산업 비리의 복마전 구조에 신물이 난 국민으로서는 ‘클린 방사청’ 출범에 거는 기대가 컸다. 초대 김정일 방사청장은 이런 민심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기회 있을 때마다 “군납 비리와 관련해 시스템을 개혁하고 제도적 개선책과 재발 방치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제도와 정책, 시스템을 정비하더라도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잔디밭에서 잡초를 뽑아 없애듯이 아예 비리 토양을 개선하겠다”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방사청은 출범 7개월 만에 국민의 기대를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비리 없는 투명한 방사청을 주창해온 초대 김정일 청장 자신이 정작 ‘비리의 잡초’였다는 점이 드러나 지난 7월19일 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김 전 청장은 지난 4월 말레이시아 출장길에 국내 방위산업체 간부와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 데 이어 6월에는 군수 분야 교류 명목으로 프랑스에 출장을 갔다가 무기 중개상을 하는 친구로부터 기내에서 돈 봉투를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끝내 낙마했다. 비록 귀국한 뒤 돈을 돌려주었다고 해명했지만 그의 몰락은 군과 방위산업체 사이에 비리의 잡초가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동안 방사청은 비리에 연루된 수장 퇴진 외에도 각종 방위사업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특혜와 시비 및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단거리 미사일 ‘천마’ 납품 과정에서 무기 인도 전에 대금을 지급한 사건이 알려져 담당 팀장이 직위 해제된 뒤 군 수사기관으로부터 업체와의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뇌물 스캔들로 물러난 초대 김청장의 뒤를 이어 방사청의 키를 잡은 2대 이선희 청장은 “우리는 권력 집단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집단이다. 방사청 직원 누구도 법과 규정에서는 예외가 없다”라며 원칙을 강조했다. 그가 전임자의 뇌물 스캔들로 침체에 빠진 방사청의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하고 출범 취지에 맞는 조직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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