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이 애물이여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9.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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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칡뿌리는 씹는 맛이 일품이다. 어릴 적 칡뿌리는 보릿고개를 넘기는 데 요긴했던 간식 가운데 하나였다. 맛은 약간 씁쓰름했지만 씹다 보면 칡뿌리는 ‘자연의 껌’이 되었다.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최소한 요즘 아이들처럼 아토피에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전라남도가 9월 중에 시·군별로 2백87명을 모집해 ‘칡뿌리 수거 전문 작업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이미 지난 6월21일부터 6월30일까지 도내 21개 지방자치단체와 66개 마을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최초로 ‘칡뿌리 수거 경진대회’를 연 적이 있다. 번식력과 성장력이 워낙 좋아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면서 수목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칡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칡을 웰빙 식품으로 개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노리고 있다.

전라남도가 경진대회에 이어 ‘작업단’까지 구성한 것은 명승 9호인 전남 해남 대흥사 주변 ‘천년의 숲’이 칡 때문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100년이 넘은 삼나무·느티나무·단풍나무 등이 칡덩굴에 감겨 생존에 지장을 받으면서 숲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 덩굴 식물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요청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칡이 애물이 되었다니! 어릴 적 칡뿌리를 캐먹던 일은 이제 말 그대로 ‘칡뿌리의 추억’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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