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와 ‘노가다’ 난타전, 끝이 안 보이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9.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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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명박 팬클럽 공방, 당 대표 ‘주의’ 불구하고 더 과격해져…추석 민심 사로잡으려 더 경쟁할 듯
 
‘난닝구와 빽바지,’ 추억의 정치 용어가 된 이 말은 지난해 열린우리당 내 개혁파와 실용파의 대립이 치열한 와중에 등장했다. ‘난닝구’는 열린우리당 개혁파가 실용파에 반개혁적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쓴 말이고, ‘빽바지’는 이에 맞서 실용파가 개혁파를 무조건 튀고 보자는 세력으로 매도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요즘 한나라당에 이와 비슷한 원색적인 용어가 회자하고 있다. 바로 ‘된장녀와 노가다’이다. 된장녀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팬클럽이 박근혜 전 대표를 매도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고, 노가다는 박 전 대표 팬클럽이 이 전 시장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다. 이를 비롯해 두 팬클럽이 격돌하면서 한나라당 게시판은 두 대권 주자를 비방하는 글로 도배되어 있다.

두 유력 대권 주자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비난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오자 강재섭 대표는 지난 9월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 홈 페이지에 유력 대선 후보들을 둘러싼 네티즌의 비방전이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이다. 디지털 팀에서는 감시 체제를 마련하고 원색 비방은 즉시 삭제해 이런 분탕질을 하는, 특히 외부의 악덕 네티즌을 솎아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강대표의 호루라기 소리에도 비방전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강대표의 말이 영이 서지 않는 이유는 그 자신이 비방전의 시작과 밀접한 인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대권 주자 팬클럽의 각축은 지난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사모(반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강대표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박사모와 이 전 시장 팬클럽이 격돌하기 시작했다.

 
상호 비방전이 두 달째 잦아들지 않자, 당에서는 슬슬 ‘작전 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나라당 게시판에서 논쟁을 벌이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강대표 역시 ‘외부의 악덕 네티즌’이라는 말로 노사모의 개입을 의심했다.

‘작전 세력’ 개입설의 진상은?

그러나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 김명주 의원은 이런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의원은 “하루 수백 개씩 악성 비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IP 추적을 해보았다. 모두 박사모나 이명박 팬클럽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한나라당 게시판은 실명 원칙(필명은 임의로 변경 가능)이기 때문에 노사모의 조직적인 개입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김의원은 당분간 큰 제약를 두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김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장이 섰는데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단 게임의 법칙은 정립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비난 글은 삭제하고 있다. 앞으로 사이버 아고라(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에서 시민의 경제 생활과 예술 활동이 이루어졌던 장소) 형태의 토론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데안토’ ‘프리존닷컴’과 같은 우파 논객들이 주로 활약하는 인터넷 토론 사이트도 토론의 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이버 정치에 정통한 한 한나라당 보좌관은 친박 진영과 친이 진영의 세 싸움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보수 신문 등에서 노사모 개입 정황을 취재하는데, 가능성은 낮다. 노사모가 개입했다면 쏠림 현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난전을 벌이고 있다. 글의 질이 아니라 글의 양으로 다투는 극히 초기적인 게시판 도배질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 노사모 관계자는 “노사모 회원 중에 박사모에 가입한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치인 팬클럽에는 어디든 세작(細作)이 있기 마련이다. 팬클럽이 비밀 결사체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노사모에도 박사모 회원이나 명박 사랑 회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참관인에 머문다. 드러내놓고 움직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친박 팬클럽과 친이 팬클럽의 상호 비방전은 이 전 시장 팬클럽 중 가장 큰 규모인 ‘명박사랑’ 임혁 대표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이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임대표는 “(대선 주자의) 공적 조직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 한정돼 있고, 그런 말은 일파만파 논란을 불러온다. 대선 주자들의 대리전을 우리가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라며 팬클럽이 대선 주자 대리전을 한다고 말했다.

‘팬클럽 10만 양병설’이니 ‘5천 결사대’니 하는 말과 함께 ‘주전파’ 팬클럽 회원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화파’ 팬클럽 회원들 사이에서는 저질 게시판 도배질 경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팬클럽 연대의 하나인 ‘MB 프렌즈’의 운영자 백두원씨는 “두 팬클럽이 노사모의 단점만 닮아가고 있다. 이래서는 이명박·박근혜 둘 다 위험하다. 팬클럽이 질적 경쟁을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사모에서도 자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사모 정광용 대표는 “(팬클럽 상호 비방전) 보도가 나오자마자 한나라당 게시판을 확인하고 공지를 냈다. ‘아직 예선·본선이 시작되지 않았다. 상대 헐뜯기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론이 바람직하다’는 글을 올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팬클럽의 대리전이 추석 전까지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석 민심을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 쪽으로 오게 하기 위해서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팬클럽 비방전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가 정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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